태그 : CGV
2013/01/24   2013 해피뉴무비 기획전 [4]
2012/11/05   수도권 극장기행 3 : CGV 압구정 [2]
2012/07/03   다크나이트 라이즈 예매 [8]
2012/06/11   포토티켓 [15]
2012/05/12   파이 [2]
2013 해피뉴무비 기획전
딱히 CGV 홍보해 주거나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는데,(사실 3대 멀티플렉스 중에 CGV 제일 싫어함. 포토티켓 말곤 맘에 드는 구석 전무) 이건 구성이 꽤나 쏠쏠해서 혹 참조하실 분 계실까 해서 올려 본다. 근데 타이틀은 누가 지었는지 참 후줄근하다. 해피뉴무비라니.....

뭐 상세한 내용은 상기 이미지에 다 기재되어 있으니 그냥 확인해 보시면 되겠고, 개인적으로 추천을 해 보자면 아무래도 국내 개봉이 안 잡혀 있거나 잡혀 있더라도 몇 달 후에나 걸릴 영화 위주로 골라 보시는 게 좋을 듯.
(예를 들자면 여친남친이나 비스트, 비 러브드 같은 건 어차피 2월 초면 개봉하니 굳이 미리 챙겨 볼 필요가 없다는 뜻)

상영 리스트 중에 지슬, 여친남친, 케빈에 대하여, 1999, 면회, 늑대아이는 봤던 물건이라 패스하고,(지슬이랑 여친남친은 두 번씩이나 봤으니 더더욱) 홀리 모터스는 작년에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페스티벌 할 때 틀어줘서 봤던 거긴 한데, 이번에 무려 레오 까락스가 내한을 한다기에 요건 후다닥 예매. 뭐 어차피 개봉하면 또 볼 생각이기도 했고. 근데 예매 열린 날 새벽에 했는데도 자리가 영 구림. 국내에 레오 까락스팬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뭐 사실 난 딱히 (퐁네프의 연인들을 엄청 좋아하긴 하지만) 팬은 아닌데 그래도 한 번 직접 보고 싶긴 해서...

홀리 모터스가 아마 레오 까락스 시네마톡 있는 압구정 상영분은 매진일 꺼고 대학로 쪽은 자리 좀 남았지 싶은데 늘 그렇듯 좌석 몇 석 안 되는 5관인지라 혹 보실 분들은 대학로 쪽 남은 거 얼른 체크해 보시고.

일단 난 예매해 둔 게 홀리 모터스 압구정/대학로, 재와 뼈(러스트 앤 본) 압구정, 링컨 압구정/대학로, 로마 위드 러브 압구정/대학로, 가족시네마 대학로 이렇게 8편. 재와 뼈, 링컨, 로마 위드 러브야 뭐 설명할 필요 딱히 없겠고, 가족시네마는 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더랬는데 순식간에 다 내려가 버려서 아쉬웠던 차에 다시 틀어 주길래 슥슥 예매.

러스트 앤 본은 예전에 재와 뼈랑 러스트 앤 본 중에 타이틀 고민 중이란 얘기 들었었는데 그냥 러스트 앤 본으로 걸리는 모양.
아무튼 개봉하려면 아직 한참 있어야 할 러스트 앤 본, 링컨, 로마 위드 러브(우디 앨런 신작, 원래 투 롬 위드 러브인데 To는 왜 빠진 건지 모르겠음) 이렇게 세 편이 강력 추천작 되겠다. 근데 링컨도 아마 압구정은 매진이지 싶은데 대학로는 좀 남았을 듯.

상영일정 보면 나와 있듯이 압구정 쪽에서 한 번 쫙 돌리고 대학로로 건너와서 트는 스케쥴. 나야 본 게 많긴 한데 전반적으로 구성이 괜찮으니 미처 못 보고 놓친 게 있으신 분들 내지 신작을 한 발 빠르게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번 기회에 챙겨 봐도 나쁘지 않을 듯.(무슨 씨제이 직원이라도 된 것 같네.-_-;;)

..근데 GV 일정 잡혀 있는 거 보니, 지슬은 오멸 감독 연출작인데 왜 GV는 양윤호 감독인지 모르겠다. 인디플러스에서 오멸 감독님 GV 할 때 갔었는데 참 진솔해 보이시고, GV 섭외하면 절대 비토하실 분은 아닌 것 같았는데..(뭐 비토했을 꺼란 얘긴 아니고 뭔가 사정이 있겠지만 물론)


P.S> 이 기획전과는 전혀 별개이긴 한데 일요일날 서울아트시네마(..라면 좀 생소하겠지만 낙원상가 3층인가 4층에 있는 극장)에서 스튜어트 고든/브라이언 유즈나 콤비의 지옥인간을 틀어 주니 챙겨 보실 분들은 얼른 예매하시길. 뭐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러브크래프트의 프롬 비욘드(From Beyond, 저 너머에서) 원작물. 아마 한국 극장에서 이걸 볼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몇십년간 없을 확률도 있는지라. 뭐 담달에도 한 번 더 틀어주긴 한다 일단.
by Lucier | 2013/01/24 20:04 | Movie | 트랙백 | 덧글(4)
수도권 극장기행 3 : CGV 압구정
- 프랜차이즈 : CGV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 입지 :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3번 출구에서 도보로 2~3분), 3호선 신사역,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도보 가능.
- 스크린 : 총 6관(본관 1~3관, 신관 4~6관), 메인 상영관 : 1관
- 상영 소스 : 90% 이상 디지털 상영, 3D 상영 가능
- 상영작 트렌드 : 본관-흥행작 및 블록버스터 위주, 신관-예술영화 및 소규모 영화 위주, 애니메이션 거의 미상영
- 비고 : 스윗박스/비트박스/씨네드쉐프
- 방문 빈도 : 연 10회 이상


강남 쪽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만 틀어 주는 영화 보러 어쩔 수 없이) 갈 꺼 아니면 굳이 영화 보러 나갈 일이 거의 없는데, 그래도 CGV 압구정은 꽤 자주 가는 편이다. 브로드웨이 시네마, 씨네시티(근래 CGV 프랜차이즈로 편입)와 더불어 압구정-신사-청담 라인을 대표하는 극장. 뭐 코엑스 같은 경우는 삼성역에서 걸어들어가는 시간까지 치면 거의 한시간 반 잡아야 되는데 여긴 역 인근이라 대중교통으로도 40분 정도면 끊어서 별로 부담이 없기도 하다.

CGV 압구정은 특이하게 본관과 신관이 나뉘어져 있는데, 본관 쪽에 메인 상영관인 1관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대형 스크린이 3개 들어가 있으며 1층에 맥도날드 및 2층 위로는 피자헛과 수많은 성형외과가 빽빽히 차 있고, 쪽길 하나 두고 맞은 편에 위치한 신관에는 1층 사이드에 크라제버거가 있고 지하에 무비꼴라쥬 전용관(4관) 외 2개 스크린이 더 있다. 여담이지만 난 10번 간다 치면 본관 쪽은 한두번 갈까 말까고 거의 신관으로 가게 된다...기보담도 뭐 그냥 4관 가는 경우가 80% 이상일 듯.

신관 1층엔 씨네드쉐프라는 CGV 전 지점을 통틀어도 유일한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쉽게 말해서 요리 주문해서 영화 보면서 먹는 거다. 어찌저찌해서 몇 번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가성비 생각하면 거의 최악. 상당히 비싸면서 맛은 그냥 그렇다. 근데 사실 이건 굳이 씨네드셰프의 문제라기보단 이 동네 자체가 다 그렇기 때문에 별로 까고 싶지는 않다. 이 근방에서 맛좋은 거 사 먹으려면 아예 초고가로 가야 되고 적당하거나 약간 비싸면 맛은 그냥 포기하는 게 상책.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영화 시사회나 무대인사 같은 게 자주 열리는 느낌도 든다. 근 몇 년 동안 일본 배우 무대인사 보러 갔던 건 거의 압구정 CGV였던 거 같은 기억이.

보통 무비꼴라쥬 전용관은 소형 스크린인 경우가 많은데, CGV 압구정의 무비꼴라쥬관인 4관은 다른 무비꼴라쥬관에 비해서는 비교적 큰 편이다. 건대 아르떼보단 훨씬 크고, 대학로, 상암, 강변 무비꼴라쥬보다 크며 대충 내 느낌으로는 부평 아르떼나 구로 무비꼴라쥬관이랑 비슷한 듯.

신관 1층에는 티판기, 티켓박스 위치한 로비에 제법 많은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서 별로 영화 볼 생각도 없으면서 죽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띈다. 주말엔 거의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 더불어 관객들 물은 아마 전국 멀티플렉스 중에서 제일 좋은 편이 아닐까 싶다. 룩스도 멀쩡한 사람들이 많지만 관람 매너도 다들 준수해서 적어도 다른 관객 때문에 짜증났던 일은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니 다른 관객 땜에 짜증날 일이 뭐 있겠냐 할 지 모르겠지만 노년층 관객이 많은 서울극장, 대한극장, 롯데시네마 피카디리는 짜증날 일이 상당히 많이 생기는 게 사실. 뭐 메가박스 동대문도 짜증날 일 거의 없긴 한데 여긴 그냥 늘 파리가 날려서 그런 거고, 관객 어지간히 들어차면서 관람 분위기 양호한 데 꼽으라면 단연 CGV 압구정이다.

의외로 주변에 밥집이나 술집은 별로 없다. 이 CGV 본관 위치한 대로변 자체가 완전히 성형외과의 메카로 변모해 버려서 몇 년 전만 해도 그냥 약간 있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진짜 성형외과밖에 없는 것 같다. 대로변 건너에 후터스(국내 1호점이었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없어진 것 같고,(그냥 건너편 보면 보였었는데 근래엔 안 보이는 게 아마 망한 듯) 그나마 KFC는 장소만 약간 옮겨서 성업 중. 사실 이 쪽에선 밥 먹고 싶은 생각이 도저히 안 생겨서 KFC를 많이 애용. 여담이지만 본관 쪽에 딸린 맥도날드는 이상하게 스낵랩조차도 맛이 좀 이상해서 잘 안 사 먹게 된다. 굳이 이 근방에서 밥을 먹겠다거나 데이트 때문에 분위기를 잡아야겠다면 대로 건너서 약간만 들어가면 바로 가로수길이 나오니 그 쪽을 이용하는 편을 추천. 하지만 8,000~9,000원에 영화 보고 밥값으로 두당 4~5만원씩 깰 바에야 나같으면 그냥 영화 두세편을 몰아서 보고 밥은 강 건너서 먹겠다.

신사역이나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도보 가능이라곤 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엔 그냥 압구정역으로 가면 된다. 3번 출구로 나오면 전방에 바로 보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나 CGV 영등포가 지하철역에서 바로 연결이라곤 해도 도보로 10분 훨씬 넘게 걸리는 걸 생각하면 연결은 안 되도 이렇게 출구 나오면 지척인 게 사실 훨씬 낫다.

나야 블록버스터는 메가박스 동대문이나 종로쪽 극장들 나가서 보고 작은 영화들은 거의 CGV 대학로에서 보니 사실 압구정 쪽은 별로 나갈 일이 없지만 압구정동-신사동 라인 거주자라면 흥행작은 CGV 본관이나 브로드웨이시네마, 예술영화나 소규모 외화는 CGV 신관, 독립영화는 인디플러스(브로드웨이시네마 3관) 이렇게 분배해서 보면 다른 지역 굳이 나갈 꺼 없이 자체적으로 다 해결가능하겠다. 다만 CGV 압구정이나 브로드웨이시네마나 그다지 대형 스크린이 아니라는 점은 디메리트. CGV청담씨네시티 쪽은 CGV로 인수된 후에 한 번도 안 가 봤는데, 홈페이지만 봐서는 쓸데없이 콜라보관들만 잔뜩 만들어 놓고 가격을 어이없이 올려받는 꼴사나운 행각을 벌이고 있는 통에 아마 앞으로도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소형 스크린 외에 아쉬운 점을 굳이 꼽아 보자면 상영관 수가 적은 데도 상영작들은 제법 다양하게 트는 편이기 때문에 교차상영이 대부분이라 영화 시간 맞추기는 쉽지 않은 편. 흥행작 위주로 트는 본관에 비해 작은 영화들이 많이 걸리는 신관은 더더욱 그런 경향이 크다.
by Lucier | 2012/11/05 21:30 | Movie | 트랙백 | 덧글(2)
다크나이트 라이즈 예매
CGV 홈페이지에 아이맥스 예매가 열리긴 했는데 왕십리는 이미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

다들 왕십리로만 몰리는 모양인지 일산, 수원, 상암, 인천 등은 제법 괜찮은 자리들이 대거 남아 있으니 혹 관심있는 사람은 노려 봐도 괜찮을 듯. 용산은 어째 티켓팅이 아직 열렸고.

전작 비스무리한 수준의 완성도로만 나와 줘도(근데 사실 그 정도로 기대는 안 함) 여러 번 보게 될 듯 하여, 왕십리는 그냥 미뤄두고 1주차는 일단 금요일에 상암으로 예매 완료. 상암 아이맥스관은 한 번도 안 가 봤는데 경험자 얘기를 듣자 하니 스크린이 좀 작은 편인데다 좌석에 제법 가까이 붙어있다기에 과감하게 E열로 예매. 사운드나 좀 잘 터졌으면 좋겠는데 뭐 가 보면 알겠지.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 수요일 쯤 일반 상영관에서 초벌을 한 번 때리고,(목요일 개봉이지만 전주 주말에 유료 시사를 하거나 하루 먼저 틀 확률이 99.9%)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재탕을 하게 될 것 같기는 하다.
by Lucier | 2012/07/03 15:55 | Movie | 트랙백 | 덧글(8)
포토티켓
귀찮아서 한 번도 안 뽑아봤었는데 프로메테우스 티켓이 영수증으로 찍혀나오면 너무 짜증날 것 같아서 그냥 대충 포스터 두 개 때려박아서 뽑았더니 인화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괜찮더라. 문제는 이게 출력이 안 되는 티판기가 있어서 세 번째에 겨우 튀어나오던데 어느 티판기가 출력가능인 건지 적혀 있지도 않으니 이건 뭐 복불복도 아니고.

암튼 2주차는 아이맥스 3D로 봤으니 이제 기본 레퍼토리는 끝냈고, 내려가기 전에 4D, 스타리움, 영등포 THX관 or 이수 5관, 필름 상영분 중에 골라서 대충 2,3번 정도 더 볼 생각. 아이맥스가 화질은 정말 끝내줬지만 사운드는 어째 영 기대했던 것만큼 터져 주질 않아서 THX나 이수 5관에서 일단 한 번 보고 싶기는 한데, 지금 떠 있는 상영시간표 보니 메가박스(구 씨너스) 이수 쪽은 담주부터만 5관에서 프로메테우스를 트는데 상영시간이 10시 40분 딸랑 한 번이라 일단 좀 두고봐야 할 듯. 그냥 날잡아서 영등포 스타리움이랑 THX관(1관) 연달아서 달려버릴까 싶기도 하고.

근데 참 애매한 게 스타리움 저번에 어벤져스 3D 트는 거 보니 색감이 무지막지하게 죽어버리던데 그냥 디지털로 틀어주는 상영분은 없나 어째 죄다 3D 상영 뿐인 건지 원...


P.S> 포스팅해놓고 상영시간표 다시 찾아보니 스타리움에서 프로메테우스 (일반) 디지털 버전 상영 중. 일단은 수요일까지만 나와 있는데 아무래도 스타리움에서 한 번 보긴 봐야겠다. 반면에 THX관은 후궁 : 제왕의 첩 상영 중이라서 이제 프로메테우스 틀 일은 없을 듯 젠장...
by Lucier | 2012/06/11 21:57 | Movie | 트랙백 | 덧글(15)
파이
- 타이틀 : 파이(π)
-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 개봉 : 2002년 7월 국내 개봉 / 2012년 5월 재개봉
- 주연 : 숀 걸릿
- 조연 : 마크 마르골리스, 파멜라 하트, 벤 솅크만
- 러닝타임 : 84분

- 기대도 : 8
- 만족도 : 8
- CGV 압구정

- 사실 난 레퀴엠 때까지만 해도 대런 아로노프스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우연히 케이블TV를 통해 보게 된 레퀴엠은 생애 통틀어 가장 뒷맛 더러운 영화 중 하나였고,(물론 구리다는 얘기는 아님) 영화 내용보다도 어쩌면 더 유명할 장중한 음악은 꾸리꾸리할 때 들으면 그야말로 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침울한 느낌의 곡이었다.
- 그러다 미키 루크의 재기작 더 레슬러를 보고 대런 아로노프스키라는 이름을 확실히 머릿속에 박아넣게 되었고 최근작 블랙 스완 쯤 되서는 이제 완전히 주류 감독으로 명망을 날리고 있는 그런 느낌인데, 이런 아로노프스키의 데뷔작을 CGV 쪽에서 기획한 흑백의 미학 기획전을 통해 볼 기회가 생겨서 보고 왔다.
- 문제는 이게 절대 술먹고 보면 안 될 영화였는데, 당일에 갑자기 급 껀수가 잡혀서 제법 빤 상태로 영화를 봤더니만 한시간 반도 안 되는 짧은 영화임에도 보는 내내 매우 괴로웠다. 일단 기본적으로 1인칭 시점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인데, 중간에 주인공 몸에 카메라를 부착시킨 모양인지 주인공은 정지한 상태에서 배경들이 마구 흔들리는 연출이 여러번 나와서 쏠리는 거 참느라 참 힘들었다. 거기다 다분희 의도적인 암전씬, 가이 리치 스타일의 카메라 빙빙 돌리기 등 암튼간 맨정신에 봐야 했다.
- 시나리오 자체는 매우 평이하고 일직선이라서 딱히 이해 못할 바는 없는데, 역시 연출이 범상치 않다. 20대에 6만불 들여서 만든 데뷔작이 이 정도라면 확실히 천재는 천재다. 레퀴엠이 등장인물들을 박해하며 끝없은 암연으로 몰아넣는다면, 이 파이는 주인공의 강박 상태는 레퀴엠과 동일하지만 의도적인 망각 시퀀스를 통해 주체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레퀴엠과는 정 반대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하겠다. 결말부의 드릴씬은 그야말로 충격적.
- 다만 피보나치 수열은 경제학이나 주식 투자 관심 좀 있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대단한 개념도 아닌데, 이 영화에선 뭔가 온 세상의 수수께끼를 다 짊어진 듯한 트릭으로 작용해서 술취한 가운데서도 약간 피식하기는 했다. 아무튼 수학이나 기호학 쪽에 관심있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어문돌이나 철학도들이 더 감정이입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물건.
- 솔직히 막 겉멋부리려 한 느낌도 없는 건 아닌데, 초저예산으로 데뷔작에서 이 정도 멋들어지게 겉멋을 뽑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능력자로 느껴진다. 6만불 짜리 영화 치고는 정말 매우 깔쌈하다. 실제로 돈이 없어 싸구려로 찍은 건데, 이걸 솜씨 좋게 꾸며서 의도적인 싸구려처럼 보이게 했달까.
- 주인공과 스승이 바둑을 두는 장면이 수 차례에 걸쳐 등장하는데, 여지껏 내가 본 바둑 등장하는 영화들 중엔 돌 배치가 가장 실제 바둑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양키 영화에서 바둑씬 나오면 모양이 거의 엉망진창인데 이런 면에서는 고증이 괜찮게 된 듯. 다만 돌을 놓는 장면에서의 모양과 바둑판이 비춰질 때의 모양은 역시 차이가 있어서 완벽하지는 못했음.
- 쫌 정신 좀 말똥말똥할 때 봤으면 할 얘기가 정말 많을 것 같은데, 지금 다시 떠올려 봐도 뭔가 모호한 기억들밖에는 잘 안 떠오른다. 일단 촬영 자체를 일부러 막 튀고 성기게 찍은 물건이라. 나 봤던 상영분이 압구정에서 마지막으로 틀어줄 때라 막차 놓칠 수 없어서 음주 상태로 보러 간 건데, 압구정 쪽 일정 끝나고 대학로로 넘겨서 또 틀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대학로 가서 볼 걸 그랬지. 요번 주말에 한 번 틀고 20일에 한 번 더 상영이 잡혀 있던데, 기분 내키는 거 봐서 20일날 한 번 더 보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by Lucier | 2012/05/12 01:31 | Movi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