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잇 온 미
- 타이틀 : 라잇 온 미(Keep the Lights On)
- 감독 : 아이라 잭스
- 개봉 : 2012년 11월 1일
- 주연 : 투레 린드하르트, 재커리 부스
- 조연 : 에드 바살로, 줄리안 니콜슨, 파프리카 스틴, 미구엘 델 토로
- 러닝타임 : 101분

- 기대도 : 5
- 만족도 : 6
- CGV 압구정

- 퀴어 영화이긴 한데, 여타 일반적인 퀴어 영화와는 스토리텔링 스타일이 판이하다. 전적으로 감정선의 움직임에 의존한 전개랄까, 드라이하고 쿨한 러브스토리. 게이들의 사랑 얘기긴 하지만 게이를 다룬다기보단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그 자체를 그린 영화.
- 그러니까 보통 퀴어 영화라면 동성애를 혐오하고 인정하지 않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 그걸 극복해 내려는 아프고 눈물겨운 시련의 과정 같은 것들이 그려지는 케이스가 대부분인데, 이 영화는 자유로운 뉴요커들이 등장인물이라서인지는 몰라도 죄다 관용이 철철 넘치는 오픈 마인드로 일관. 짠하고 아픈 영화이긴 한데 게이들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맘대로 되지 않는 사랑 때문에 슬플 뿐이다.
- 결국 상대 남주만 여주로 바뀌었으면 오소독스한 최루성 이별 영화가 되었으려나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여주 배역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달라졌을 것 같다. 여주가 맘에 드는 캐릭터면 상당히 쓸 만한 연애물일 꺼고 반대로 미스캐스팅이면 영 시덥잖은 물건이었을 듯.
-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퀴어 무비라서 선댄스에서도 입소문 좀 타고 이렇게 우리나라까지 수입되어 상영하는 거지 이 시나리오로 그냥 연애물이었으면 별 특색 없는 평타에 그쳤을 것 같다.(김조광수 감독이 직접 수입했다나 뭐 그러는 거 같던데 암튼) 뭐 음악이나 영상이 전반적으로 잔잔한 게 늦가을에 어울리기는 하다만.
- 남주(..이지만 캐릭터리티는 여주) 배우가 딱 보는 순간 누구를 닮았다 싶었는데, 좀 보다 보니 생각난 게 알렉산드르 흘렙을 닮은 거다. 별로 감정이입할 필요는 없는 영화지만 흘렙 떠오른 순간부터 영화 끝날 때까지 계속 흘렙으로 느껴져서 좀 웃기기도 했음. 마스크도 흡사한데 앙상한 팔다리마저 비슷했다. 왠지 휘청휘청거리는 행동거지도 그렇고.
- 영화 보면서 내내 좀 거슬렸던 건 심하게 의역으로 뭉뚱그려진 자막들. 특히 숫자 나오는 대목들은 모조리 그냥 뭉개 놨는데 초반부에 주인공이 휴대전화로 상대 물색할 때 자기소개할 때부터 중간중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5피트 11인치라는 대목을 자막에서는 계속 아담한 키라고 해 놨는데 180센티가 아담한 키라긴 좀 그렇지 않나. 6피트에서 1인치 모자라는 건데.
- 마찬가지로 갤러리에서 데이트하다가 사진 나오는 대목에서, 실제 대화는 '예전엔 1500불 하던 게 못 샀더니만 나중엔 5000불이 되어 버렸다' 이런 식으로 흐르는데 자막은 '예전엔 비쌌는데 나중엔 값이 3배나 뛰어 버렸다' 뭐 이렇게 나오니, 아니 숫자가 정확하게 언급이 되는 걸 왜 다 이 따위로 뭉개는지 이해가 안 감. 이런 대목들이 그냥 의미없이 스쳐지나가는 것들도 아니고 나름 중요한 씬들이었기에 더더욱 거슬렸다.
- 이 밖에도 몇 시간 후니 어쩌니 하는 식으로 시간이랑 단위 조합되는 어휘는 모조리 다 어영부영 풀어서 써 놨던데 전혀 그래야 할 뉘앙스도 아닌 걸 다 그렇게 해 놔서 보면서도 참 의아했다.
- 반면에 Top 같은 건 전부 직역으로 톱, 톱 해 놔서 첨엔 주인공이 하도 톱 타령을 하길래 뭔가 싶었더니만 톱(공), 바텀(수) 할 때 톱이었음. 이게 근데 남주가 톱이고 상대 남주(여주격)가 바텀 성향인데 목소리는 남주가 훨씬 가늘어서(전형적인 게이 목소리) 좀 언밸런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노출이 그렇게 심하거나 씬이 과격한 영화는 아닌데, 도입부에 등장하는 미술작품들 파노라마 시퀀스(..가 실제로 감독 애인 작품들이라던데)가 상당히 민망하고, 그리 많지는 않은 씬들이지만 이게 다 초반에 몰려 있어서 퀴어 영화인 줄 모르고 보러 온 사람이라면 적지 않게 당황할 듯. 사실 난 퀴어물인 줄 알고 봤는데도 초반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 그래도 구질구질하지 않고 굉장히 담백하면서 여운이 남는다고 해야 하나. 게이들 사랑 얘기임에도 그렇게 거북스럽진 않았다.(씬만 빼면)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남주만 내 취향의 여주로 바뀌었다면 꽤 맘에 들었을 듯. 물론 그랬다면 김조광수 눈에 띄어 수입될 일도 없었겠고 내가 볼 일도 없었겠지만서도.
- 원제인 킵 더 라이츠 온을 라잇 온 미라고 바꿔 놨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었나 싶다. Keep the Lights On 자체가 영화 내에서 인상적인 대목에 등장하는 대사이기도 하고 킵 더 라이츠 온이나 라잇 온 미나 홍보할 때 별 차이도 안 날 꺼 같은데 아예 한글 타이틀로 바꿀 거 아니었으면 그냥 그대로 썼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훌륭했다. 주인공 친구들, 가족들, 스쳐가는 인연들조차도 지나치게 오픈 마인드인 게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어쨌든 영화적으로 볼 때 배역 소화는 전반적으로 다 좋았음. 주연인 투레 린드하르트야 뭐 말할 것도 없고.
- CGV 압구정에서 봤는데 맨날 신관 쪽만 가다가 간만에 본관이라 규모 좀 있는 상영관임에도 관객이 아무도 없어서 딱 두 명이 보고 나오자니 기분이 좀 묘했다. 그나마 남-남 조합이 아니었던 게 천만다행이긴 했다. 안그래도 상영관 입구 서 있던 CGV 직원女가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던데.
by Lucier | 2012/11/25 21:33 | Movi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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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상하이리 at 2012/11/27 18:54
옷 고데스 드디어 커플 모드 돌입하남? ㅋ 그건 그렇고 멍게는 왜 홍성민을 보호 명단에 안묶었대? 두산으로 따지자면 변진수 안묶은거나 마찬가지일텐데.
Commented by Lucier at 2012/11/28 01:11
조뱀 빙의한 듯. 기아에선 홍성민이 변진수보다 비중 훨 크죠. 평자는 떨어질지 몰라도 50이닝을 넘게 던졌는데.
릴리버로 사람 구실 비슷하게라도 한 게 홍성민, 박지훈 둘밖에 없는데 깔끔하게 조공. 진해수, 박경태 아오 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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