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사실 직관을 가려고 했으나 티켓링크가 예매 열리지마자 바로 폭발하면서 티켓팅 실패.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내려가서 구해볼까 생각했는데, 뭐 암표고 뭐고 해서 구하려면 구할 수야 있었겠지만 은퇴식까지 보고 나면 가뜩이나 심신 쇠약한 요즘이라 다시 올라오는 길에 상실감이 너무나 커서 견뎌내지 못할 듯 싶어 그냥 간만에 푹 자고 때까지 박박 밀고선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각잡고 은퇴경기를 시청했다. BGM은 신세계 교향곡 4악장 무한재생.

참 웃기는 게 무슨 클래식 음반 자켓 보면서 마음이 짠해진다. 딱히 드보르작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이종범 아니었으면 살 일 절대 없었을 판이거늘.

암튼 결과적으로는 안 내려가길 잘한 것 같다. TV 화면으로 봐도 목구멍이 막 맵고 눈시울이 시큰시큰한데, 현장에 있었으면 모양 빠지게 징징 짰을런지도.

종목이나 팀, 국내외 불문하고 좋아했던 스포츠 스타는 꽤나 많지만 좋아했던 감정이라기보단 뭔가 진심으로 고맙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이종범이 유일한 것 같다. 지금 포스팅하면서 가만히 떠올려 봐도 역시 이종범 뿐이다. 김성한이나 데니스 베르캄프 은퇴할 때 좀 이런 비슷한 서운한 감정이 들기는 했었는데 그 강도가 지금이 훨씬 더 쎄다.

뭐 프로야구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기아팬질이야 하겠지만 이종범 이종범 안타 이종범을 빽빽 외쳐댔던 지난 20년 동안만큼 감정이입해 가면서 빠져들 날들이 다시 찾아올 것 같진 않다.


그저 고맙고 또 고맙고 고맙습니다. 훌륭한 지도자로 돌아오시길 기원합니다.

by Lucier | 2012/05/26 22:04 | 한국 프로야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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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상하이리 at 2012/05/26 22:25
이런 날에 타이거즈 타자들은 독기 품고 쳐내고 있는데 베어스 타자들은 집 냉장고에 쟁겨둔 맥주 생각나는 마냥 스윙을 해대고... 덕분에 오늘 직관 5연패 찍었음 ㅋ
Commented by Lucier at 2012/05/26 22:31
오늘 졌으면 진짜 깡쏘주 빨면서 쌍욕했을 껀데 이겨서 다행. 전일수가 경기 내내 오락가락하더니만 끝에 은퇴식 선물 큰 거 하나 주더만요. 뭐 난 당분간 대충 한 내년까지는 기아 야구 승패 신경 안 쓰고 볼 꺼라 이기면 좋고 져도 (이상한 짓거리만 안 하면) 상관없는데 오늘은 진짜 오랜만에 제발 쫌 이기길 빌면서 봤음.

두산은 매진경기 6연패라던데, 직관 자주 가심 빡 좀 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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