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인저러스 메소드
- 타이틀 : 데인저러스 메소드(A Dangerous Method)
- 감독 : 데이빗 크로넨버그
- 개봉 : 2012년 5월 10일
- 주연 : 마이클 패스벤더, 키이라 나이틀리
- 조연 : 비고 모텐슨, 사라 가돈, 뱅상 카셀
- 러닝타임 : 99분

- 기대도 : 10
- 만족도 : 8
- CGV 압구정

- 프로메테우스와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었던 크로넨버그 할배의 신작 위험한 연구가 드디어 국내에서도 개봉했다. 프로메테우스가 전세계 와이드 개봉 일정이 잡힌 반면에, 이 데인저러스 메소드는 해외엔 진작에 다 틀었고 뒤늦게 지각개봉되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 사실 미드나잇 인 파리나 제이 에드가처럼 그냥 개봉 안 하고 DVD/BD로 직행할 줄 알았는데 늑장이나마 수입해서 틀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는 느낌.
- 영화가 매우 진중하며, 학구적이고, 격렬함과 동시에 또한 관조적이기도 하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 러닝타임만 봐서는 100분도 채 안 되는 소품에 가깝지만 느낌은 본격물에 가깝다. 실제로 러닝타임이 그리 짧게 느껴지지 않음.
- 다만 크로넨버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고어한 연출은 일절 없다. 이는 데이빗 크로넨버그 골수팬들에게는 아쉬운 점일 수 밖에 없는데, 사실 융이랑 프로이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고어씬이 나오면 그게 더 넌센스일런지도 모르겠다.
- 기대도가 대단히 컸던 탓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했던 것보단 그렇게 임팩트가 크지 않았다. 일단 난 프로이트와 융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그런 구도를 기대했는데, 이게 보니깐 융이 화자 겸 주동인물이고 프로이트는 어디까지나 조역에 가깝다. 스토리텔링의 주도 프로이트와의 사상적 대립이라기보다는 의외로 정통 러브스토리에 가까웠다. 암튼 그리하야 대개 주연이 키이라 나이틀리, 비고 모텐슨, 마이클 패스밴더 이렇게 세 명으로 되어 있는데, 비고 모텐슨은 그냥 내맘대로 조연으로 보냈다.
- 러브스토리가 메인이면 일반향 관객들이 봐도 괜찮겠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또 전혀 아니올시다임. 사상적 대립이 주가 아니곤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게 계속 등장한다. 거기다 이 내용들이 그냥 대충 이해할 수 있게 순화된 그런 어휘들이 아니라 심리학 전공자들에게나 익숙할 정신분석학 특유의 그것들이 판을 치기 때문에 접근성은 매우 떨어지는 영화다.
- 난 학창시절에 언어구조학, 심리학, 사회과학 이런 취업이나 스펙 쌓는 데는 하등에 도움이 안 되는 분야에 흥미를 많이 느껴서 교양 수업도 이런 쪽으로 꽤 챙겨 들었었고, 또한 동생이 심리학 전공이라 집에 굴러다니는 심리학 서적들도 꽤나 탐독했던 시절이 있었던지라 마이클 패스벤더(구스타프 융)나 비고 모텐슨(지그문트 프로이트)이 내뱉는 대사들을 쉽사리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별 관심없는 사람이 보면 자막 따라가려고 낑낑대다가 전개 놓치기 딱 좋은 그런 영화다.
- 전혀 기대도 안 했던 키이라 나이틀리의 미친년 연기가 생각외로 준수했다. 물론 광년짓할 때 좀 과도하게 신체를 비틀어 대는 경향이 있어서 몸 좀 덜 쓰고 발성으로 표현하면 안 되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뭐 충분히 훌륭.
- 비고 모텐슨은 원래도 배역소화능력 탁월한 배우지만, 데이빗 크로넨버그 영화들에선 특히나 그 능력이 한 120% 이상으로 발휘되는 것 같다. 역시 딱히 언급할 필요도 없이 백점만점에 99점 쯤 줄 수 있을 연기. 여담이지만 등장할 때마다 아주 그냥 시가를 입에 달고 있는데 어찌나 중후하게 빨아대는지 비흡연자인 내가 봐도 참 맛났을 정도.
- 담배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융은 프로이트마냥 시종일관 빠는 건 아니지만 파이프 담뱃대만 계속 물고 있고, 오토 랑크(뱅상 카셀)는 늘 궐련을 물고 나온다. 소소하지만 신경쓰면서 보면 참 재미난 부분.
- 정신분석학계의 이단아 오토 랑크는 뱅상 카셀이 연기했는데, 등장 분량은 매우 적지만 임팩트는 아주 컸다. 비고 모텐슨이랑 투샷이라도 있었으면 이스턴 프라미스 생각나서 참 웃겼을 텐데 행인지 불행인지 마이클 패스밴더와의 투샷만이 등장.
- 정식개봉하기 전 주말에 특별상영이라는 타이틀 달고 먼저 틀어준 상영분을 챙겨 본 거라 관객들의 몰입도는 제법 좋은 편이었다. 거 며칠이나마 먼저 보겠다고 일부러 나온 나같은 사람들이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근데 틀어서 생각해 보면 정식개봉하고서 일반관객들이 보러 왔을 때의 몰입도나 반응은...뭐 뻔히 상상할 수 있는 바.
- 지금 개봉하고 일주일 겨우 지났는데 이미 거의 다 내려간 걸 보면 일찍 보고 오길 잘했다 싶기도 하고, 압구정 무비꼴라쥬 스크린도 작고 사운드도 영 갑갑한데 그냥 기다렸다가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볼 걸 그랬나 후회도 되고 반반인 심정이다. 사실 동대문에서 안 틀어줄 줄 알고 보러 간 건데 틀더라.
- 중간에 바그너 관련 네타도 제법 비중있게 등장하니 이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또 나름 재미를 찾을 수 있을 듯. 근데 니체나 프로이트 책 많이 읽은 사람 치고 바그너 관심없는 사람 별로 없듯이, 딱히 프로이트 내지 20세기 초엽 철학사에 관심없는 사람이 또 바그너 작품들에 딱히 관심있을 것 같지도 않긴 하다.
- 융 쪽에 관심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그다지 없을 것 같고, 그래도 프로이트 쪽은 심리학개론 같은 것 좀 대학 때 들어 봐서 대충이나마 안다 하는 사람 내지 문과돌이 계열 먹물먹은 치들이라면 한 때 어설프게나마 비벼 봤을 기억들이 있을 꺼라는 전제 아래 한 번 볼 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비록 고어한 씬은 없지만 크로넨버그 특유의 묵직한 연출력도 여전하다. 반면에 프로이트, 리비도, 항문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이런 거 관심도 없고 이뭥미 하는 분들에겐 99분짜리 앉아서 당하는 고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니 알아서 잘 피해가시길. 뭐 이미 거의 다 내려서 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을 것 같긴 하다.
by Lucier | 2012/05/19 21:03 | Movi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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