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멸망보고서
- 타이틀 : 인류멸망보고서 1. 멋진 신세계 2. 천상의 피조물 3. 해피버스데이
- 감독 : 김지운(천상의 피조물), 임필성(멋진 신세계/해피버스데이)
- 개봉 : 2012년 4월 11일 예정
- 주연 : 류승범, 김강우, 박해일, 진지희
- 조연 : 고준희, 김무열, 마동석, 김규리, 송영창, 김서형, 송새벽, 이승준, 윤세아, 이영은, 배두나
- 까메오 : 봉준호, 윤제문
- 러닝타임 : 113분

- 기대도 : 9
- 만족도 : 6
- 롯데시네마 영등포

-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좀비, 디스토피아, 지구멸망 등을 소재로 다룬 옴니버스 영화. 임필성 감독의 작품 두 편이 처음과 끝에 놓여 있고 김지운 감독의 작품이 가운데에 들어가 있으며 러닝타임은 3편 공히 40분 남짓으로 비슷하다.
- 기본적으로 디스토피아 관련한 컨텐츠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최근의 국내 상영작들 중에는 기대도가 가장 높았었는데 보고 난 느낌은 영 기대이하다. 특히나 상대적으로 기대가 더 컸던 임필성의 작품들이 더 실망스러웠고, 별 기대 안 했던 김지운 감독작 천상의 피조물이 되려 더 맘에 들었다.
- 사실 해피버스데이는 차치하고라도, 타이틀이 무려 브레이브 뉴 월드에 헤븐리 크리쳐스이니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는데 마침 이날 상영전에 감독과의 GV가 잡혀 있어서, 저런 제목을 잡은 데에 올더스 헉슬리나 피터 잭슨의 영향이 혹시 있었는지를 꼭 물어보려고 했건만 김지운 감독은 오지도 않았고 임필성 감독 혼자 온 데다가 질문도 현장에선 전혀 안 받고 죄다 사전에 받아 놓은 시시한 것들만 해 대서 영화 보기 전부터 김이 확 새 버렸다.
- 임필성 감독은 답변하는 내내 덕후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여성향이니 뭐 이렇게 만들면 덕후들이 난리가 난다느니 덕후 타령을 계속 해 대시던데 아마 본인이 서브컬쳐 쪽에 좀 조예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묻지도 않은 에바 얘기를 꺼냈던 것도 그렇고. 아무튼 덕후들의 이상적인 여친이 고준희라는 데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바다. 일단 내가 지금은 비록 탈덕했지만 예전 어둠의 시절을 회상해 봐도 그런 스타일은 전혀 안 끌렸었는데.
- 더불어 영화를 보면서 과대해석하지 마라 사과가 들어갔다고 해서 애플을 까려는 게 아니네 하면서 역시나 묻지도 않은 주제에 대한 좀 과민스러운 방어기제를 펼치시던데 그런 발언 자체가 되려 자의식의 발현 같은 느낌. 아니 사료에 들어갈 꿀꿀이죽이나 다름 없는 잔반 속에 우아하게 투하된 새빨간 사과라니 이렇게 시각적, 이미지적으로 그냥 대놓고 눈에 확 띄는 (그것도 노린 듯이 한입 베어문) 사과를 키아이템으로 사용하면서 애플을 연상하지 말라니 이건 되려 연상하라는 소리로 들리더라.
- 임필성 감독의 말에 의하면 대놓고 B급으로 허무맹랑한 컨셉을 잡고 만든 영화라 호불호가 아주 심하게 갈릴 수 있다는데, 내가 맘에 안 들었던 건 B급이라거나 설정 탓이 아니다. 아니 이런 영화가 A급 연출을 보여준다던가 설정이 철두철미하면 그게 더 말이 안 되지. 다만 중간중간에 봉준호, 윤제문(멋진 신세계)이나 고준희(해피버스데이) 등의 까메오 출연을 통해 다수 삽입된 방송국컷 같은 의도를 알기 힘든 서브씬들의 겉도는 느낌이 너무 심했다. 멋진 신세계 같은 경우는 06년에 찍은 물건이라는데 왜 그 당시에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 정치색이 삽입되어야하는 지도 모르겠고, 해피버스데이에선 우직하게 밀어붙여야 할 초반부에 뜬금없고 재미도 없는 홈쇼핑 광고 시퀀스로 산통을 다 깼고 아무튼 주된 줄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이런 곁다리들이 메인을 다 흐려버린 느낌.
- 반면에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천상의 피조물은 진지한 본격물이었는데,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아서 클라크 스타일의 고전적이면서도 낭만적인 AI관을 덧입힌 듯한 느낌. 로봇으로 분한 박해일의 목소리 연기도 좋았고, 항상 몸이 먼저 눈에 들어오던 김강우도 제법 괜찮은 수준의 배역 소화능력을 보여줬다. 송영창이야 인간 자체는 쓰레기지만 연기야 워낙 잘하는 사람이고, 송영창 비서로 김서형이 나오는데 같이 본 친구가 '억 모가비다 모가비' 막 이래서 뭔소린가 했더니 샐러리맨 초한지에 나왔었다는데 내가 샐러리맨 초한지는 안 봐서 잘 모르겠다.
- 김규리가 비중 있는 여승으로 나오는데, 난 이 처자는 김민선 때는 꽤 좋아했었는데 이름 바꾸고 나선 영화 찍는 것들도 별로고 하는 짓도 이상하고 해서 요즘은 영 싫어져버렸다. 사실 이 천상의 피조물도 06년에 촬영한 물건이라 김민선 시절이었을 텐데, 이미 싫어져 버린 상태에서 보니 그냥 싫더라. 역시 좋고 싫은 건 한 번 틀어지면 돌리기가 어려운 거라.
- 단역..보다는 좀 비중 있는 조역으로 조윤희가 출연한다. 사실 조윤희인 줄도 몰랐는데 스탭롤 보다가 조윤희가 있어서 어 이게 내가 아는 그 조윤희인가 하고 찾아 보니 그 조윤희가 맞더라. 예전에 조윤희 엄청 빨았더랬는데 알아보지도 못하다니 이럴 수가 있나. 머리색깔에 복장이 파격적이긴 했지만 다시 떠올려 봐도 조윤희 느낌이 안 나는데, 그거 확인하자고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기는 좀 그렇고.
- 멋진 신세계는 감염으로 인한 좀비물을 다루고 있는데 류승범이 퍼스트 좀비로 나와서 맛깔나게 잘 물어(?) 준다. 이거 보기 전날인가 시체가 돌아왔다 봤었는데 거기서 시체 코스프레를 하던 류승범에 이어 바로 좀비 류승범을 보니 좀 웃기긴 했음. 그리고 류승범 여친으로 분한 고준희는 이 때 오디션 봐서 첫 출연한 데뷔작이라는데 지금이랑 얼굴이 완전 다르다. 화장의 힘인가 의술의 힘인가 그냥 전자라고 믿어 두련다.
- 고준희는 해피버스데이에서도 앵커로 잠깐 등장하는데 역시나 이건 최근에 촬영해서 그런지 멋진 신세계에서의 모습과 완전히 판이하다. 한 영화 내에서의 동일 배우가 시간적 간극을 두고 이렇게 딴판일 수도 있다는 건 영화 외적으로는 꽤 재미난 부분.
- 마지막 편인 해피버스데이는 멋진 신세계에 비해서는 훨씬 만족스러웠다. 사실 홈쇼핑 광고나 뉴스 씬이 난잡하게 통일성 어그러뜨린 거만 없었으면 극찬했을지도 모르겠다. 정극이나 대규모 예산의 영화를 많이 찍은 국내 유명 감독들은 아무래도 사고 또한 좀 오소독스하게 굳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임필성 감독은 확실히 발상이 좀 신선한 맛이 있다. 이런 류의 지구 멸망 시퀀스는 사실 SF 많이 읽었던 사람이라면 대충 비슷하게 플롯은 잡아봤던 경험이 많을 텐데 그런 망상을 이렇게 상업영화로 옮겨서 관람료 받고 보도록 개봉까지 시켰다는 건 확실히 재능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해피버스데이에서는 송새벽의 연기가 인상적. 진지희도 뭐 괜찮긴 했는데 얘도 발성 패턴이 원톤이다. 뭐 워낙 어리니 자라면서 좀 바뀔런지도. 근데 진지희가 자라서 배두나가 된다는 건 좀 비약이 심한 것 같다. 진지희가 못난이라는 건 아니지만 인간적으로 배두나의 굴욕 아닌가.
- 다음주에 개봉할 텐데 국내에서는 영 친숙하지 않은 소재에다, 옴니버스물이기까지 하니 흥행 성적은 아마 별로일 것 같은데 유명배우들이 워낙 많이 나오는지라 입소문 좀 잘 타면 100만 정도는 갈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내가 본 바로는 입소문 잘 타기가 힘들 것 같다. 이 날 시사회 때도 보고 나오는 사람들 반응이 영 다 별로였음.(태어나서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는 처음 본다며 길길이 소리지르던 여자도 한 명 목격)

by Lucier | 2012/04/08 20:22 | Movie | 트랙백 | 덧글(10)
트랙백 주소 : http://Lucier.egloos.com/tb/382704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라라 at 2012/04/08 22:53
여자들이 볼만한 영화는 아닌 듯
Commented by Lucier at 2012/04/14 16:54
그다지 여성향이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남성향이냐면 그 또한 전혀 아니라서 그냥 유니크한 영화였습니다.

예전엔 찍을 당시엔 무명에 가까웠던 출연배우들이 지금은 꽤나 떠 버려서 그나마 개봉이라도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Commented by 라라 at 2012/04/14 19:23
그렇죠 배우들 몸값만 지금 찍으면 10억대라니
Commented by Lucier at 2012/04/14 20:48
웃기는 게 마동석 아저씨는 6년 전인데도 지금이랑 똑같더군요.
Commented by 라라 at 2012/04/14 20:55
건축학개론 특별출연한 고준희 예전 모습도 기대되네요
Commented at 2012/04/14 13: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cier at 2012/04/14 16:58
에바 얘기는 영화 관련해서 말씀하셨던 건 아니구요. 덕후론 펼치시면서 얘기하셨던 거 같은데 뭐 좀비 캐스팅에 욘사마나 미키유천을 캐스팅하면 난리가 난다 어쩐다 하다가 에바 얘기로 빠졌던 거 같은데 사실 마치 어디서 한 잔 걸치고 오신 듯이 막 웅얼웅얼대셔서 제법 뒷쪽에 앉았던 제가 잘 못 알아들었던 부분도 있긴 할 텐데, 아무튼 필요 이상으로 세간의 평에 신경쓰시는 것 같기는 했습니다. 막상 영화 보면 전혀 신경 안 쓰고 찍으신 듯 한데 말이죠.

방문과 덧글 감사드리며, 저도 다른 분들 블로그 잘 다니는 편은 아닙니다만 링크 타고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at 2012/04/14 17: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cier at 2012/04/14 20:17
가만히 되짚어 보니 세기말, 멸망에 대헤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런 질문에 답변하다가 에바 얘기 나왔던 거 같습니다.
근데 저 때 다 미리 받아놓은 질문들만 돌려서 참 재미없었네요.
Commented at 2012/04/14 21:17
비공개 덧글입니다.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