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 타이틀 : 화차
- 감독 : 변영주
- 개봉 : 2012년 3월 8일
- 주연 : 이선균, 조성하, 김민희
- 조연 : 최덕문, 김별, 이희준
- 러닝타임 : 117분

- 기대도 : 7
- 만족도 : 5
- 메가박스 동대문

- 화차는 미야베 미유키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모방범과 더불어 아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 아닐까 싶다. 뭐 통계 나온 걸 본 건 아니니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마 모르긴 몰라도 무라카미 하루키나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 정도를 제외하면 더 많이 팔린 물건 찾아보기 힘든, 일본어 텍스트 출판물 중에는 나름 슈퍼베스트셀러라 할 만한 히트작임에는 분명하다.
- 사실 개인적으로 미야베 미유키 작품이라면 되려 브레이브 스토리같은 게임/코믹스 쪽 콜라보레이션들을 더 재미나게 본 기억이 있고 소설들은 딱히 취향에 맞는 편이 아닌데, 이건 뭐 미야베 미유키 뿐만 아니라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최근 국내에서 잘 나가는 일본식 탐정물/추리물/미스터리물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한다. 난 대가리 굴리는 쪽으로 갈라믄 아예 셜록 홈즈 시대 쯤으로 고풍스럽게 가는 거고, 현대물은 기계적인 장치나 트릭보다는 발바닥 땀나게 뛰어다니는 하드보일드 사조를 더 좋아하는 지라 끊이없이 대가리만 굴려 대는 일본식 현대 추리물은 성향상 잘 맞질 않는다.
- 그런 개인적인 기호를 감안하더라도 화차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은 아주 흥미로웠는데, 원작 볼 때부터 '야 이건 영화로 만들면 쏠쏠하겠다' 생각하기도 했었고, 실제로 일본에선 이미 영화화되었었다는데 뭐 국내 상영은 된 적이 없었고 해서 이 변영주판 화차는 나오면 무조건 보긴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각색이 좀 과했던 데다가, 그 각색이 결코 효과적이지도 못했다. 예전에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 감상평을 쓰면서도 했던 얘기로 기억되는데, 영화화 과정에서의 각색이 꼭 원작을 답습하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20세기 소년 실사판 같은 경우 코믹스 원작을 그대로 실사화 무빙 스틸컷으로 옮겨놓은 마냥 원작이랑 똑같지만 그 결과물은 가히 재앙 수준이었고, 반면에 셔터 아일랜드나 미스트 영화판 같은 경우 원작과는 판이한 전개를 보이지만 독자적인 영상물로써의 완성도를 충분히 평가해 줄 수 있었다.
- 근데 이 화차는 각색한 수법이 그 의도가 뻔히 보여서 맘에 들지 않는 데다가, (뭐 저예산인 탓이 크겠지만) 화면빨 자체도 투박하고 촬영도 원작 특유의 음울한 질감을 딱히 살려내지 못해서 영화랑 비교하면 아무래도 원작 소설이 많이 아까운 느낌이다. 노파심에 부연하자면 난 상기 언급했듯이 화차 원작 딱히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뭐 일본판 화차 영화보다는 훨씬 낫다는데 난 일본판 영화는 본 적도 없고, 볼 기회도 안 생길 것 같으니 상대평가로 써킹해 주기도 좀 그렇고.
- 수많은 삭제 시퀀스와 추가 시퀀스들이 많은데, 삭제된 쪽은 거의 수사,탐문 파트고 추가된 쪽은 로맨스,신파 쪽이다. 특히 추가 시퀀스 중에 나비 메타포는 이게 과연 변영주 감독의 작품이 맞나 의심이 갈 정도로 작위적이고 천박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이건 뭐 단편적으로 나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알부터 해서, 회상씬의 표본까지 계속 대놓고 나오는 게 개인적으로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럴 바야에 차라리 원작에서의 뱀 허물 벗는 대사를 (내가 평소 매우 꺼려 하는) 김민희의 독백으로 까는 게 차라리 나았겠다 싶었을 정도.
- 그리고 18세 관람불가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김민희의 과거는 더 처절하고 토악질 나게 그렸어야 된다고 본다. 이건 뭐 그런 파트는 두리뭉실하게 다 그냥 썸머리 식으로 넘어가 버리고 쓸데없이 이선균이랑 김민희가 침대 위에서 너 닮은 애를 낳자는 둥 잘 먹고 잘 사는 거지 이딴 소리나 늘어놓는 (전혀 필요없는) 로맨틱한 씬을 포함시키면서 영화의 통일성 자체도 묽어진 느낌이다.
- 워낙 저예산 영화라서 이미 손익분기점은 훌쩍 넘겼다 하고, 흥행 페이스도 괜찮은 모양인데 사실 이런 스타일 영화는 국내에서 딱 망하기 좋을 스타일인데 좀 의외다. 관객들 평도 전체적으로 괜찮은 것 같고, 특히 김민희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론느 좀 글쎄올시다란 느낌이랄까. 틀림없이 배역 소화가 훌륭하긴 했는데, 이게 딱히 김민희가 연기를 잘했다기보다는 강선영(차경선) 캐릭터의 야누스적인 특성이 김민희의 마스크와 잘 부합한 덕이 더 크다고 느껴진다. 김민희 딱 보면 엄청 귀염상 베이비페이스로도 보이다가 약간만 각을 달리 세우면 표독한 악녀로도 충분히 비칠 이미지라 캐스팅 자체는 그야말로 딱이었다고 본다.
- 이선균과 조성하 중에는 (예상은 했지만) 조성하 쪽이 몇 갑절은 나은 연기를 보여 주는데, 이선균이 늘 보여주는 그윽한 로우톤의 원톤발성에 (거의 클리셰스럽게 곁들여진) 미친 듯이 버럭대는 오버 연기와 비교하자니, 조성하는 그냥 늘 하던 수준의 연기를 펼쳤을 뿐인데 무슨 남우주연상급 연기로 느껴졌다. 이선균은 이거 발성 폭 좀 안 넓히면 나이도 점점 더 먹을 텐데 다양한 작품 받기가 쉽지 않을 꺼다.뭐 안성기처럼 원톤 원패턴으로 아예 한 획을 그을 정도면 또 상관없겠는데 그 정도 티켓파워를 지닌 배우는 전혀 아닌지라.
- 원작을 아예 안 보고, 그냥 영화로만 보면 아마 원작 독자에 비해서는 더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흥행 성적이 괜찮은 것도 아마 그래서가 아닐까 추측되기도 하고.
- 이선균 직업이 은행원->수의사로 변하면서 동물병원 여직원이 신캐릭터로 추가되었는데 얘가 뜬금없이 키퍼슨으로 활약한다는 것도 대단히 쌩뚱맞았다. 내 스타일로 이쁘긴 했는데 연기는 영 별로라서 이런 주요 스토리라인 잡고 흔드는 게 더더욱 어색했음. 차라리 이선균 캐릭터는 원작처럼 도입부에 등장시켰다가 그냥 일찌감치 퇴장시키고 조성하-김민희 투톱 라인으로 밀어붙였으면 한층 압박감 느껴지는 스토리텔링이 됐었을 텐데, 이선균 비중이 지나치게 커서 조성하, 김민희 지분이 상대적으로 줄고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시나리오가 좀 지리멸렬해진 감이 있다.
- 라스트씬도 참 맘에 안 드는데, 그냥 원작처럼 담백하게 끝냈으면 여운도 남고 좋았을 것을 (너무나도 익숙한) 갑자기 용산역 에스컬레이터부터 해서 아이파크몰에서의 맨발 추격씬은 내가 지금 이거 화차 베이스 영화를 보고 있는 게 맞나 순간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 뭐 기대치가 높았던 탓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실망스러웠던 물건. 백야행도 그렇고 화차도 그렇고 일제 슈퍼베스트셀러 영화화들은 어째 다 좀 만족스럽질 못하다. 뭐 화차가 백야행보다야 낫긴 하지만.
by Lucier | 2012/03/24 19:43 | Movi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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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lacebo at 2012/04/18 19:49
일본식 탐정물 좀 토나오게 싫습니다. 빙시같습니다.

이 영화 원작은 못 봤지만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미야베 마유키 안좋아합니다. 사실 하루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일본 작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류는 코인로커 베이비스 한 작품만 좋았구요) 김민희를 보면서 그랬어요. 겨우 저거 겪고 인간이 저 지경이 된다면 이 세상은 전부 서로 처 죽고 죽이느라 바빠 죽겠구나 했습니다. 님의 말씀대로 김민희의 과거는 무슨 판정을 받던 인간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한 설득력을 가지려면 충분했어야 합니다. 나비는 저 역시 저거 뭐삼? 하고 봤습니다. 추가 씬에서 로맨스가 더 들어가다니 좀 의외입니다. 저 영화에 로맨스는 중요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동물병원 여직원 저도 똑같이 생각했습니다. 야, 니가 그냥 수사반장 해라 해 싶었습니다. 오만걸 다 알아내더군요. 거의 미친 추리력이었습니다. 그 맹한 얼굴에 말이지요.
김민희는 생긴 것이 그래서 좋아라합니다. 약간만 각 세우면 표독스럽지요. 애가 아주 이쁩니다. 연기는 그럭저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람 죽이고 난 다음에 피 보면서 발광하는 건 연기를 좀 못한 거 아닌가 생각했어요. 눈빛이 완전 처 돌아버려야 하는데 그걸 못 잡아냈구나 하는 느낌요. 저 영화 스틸컷 따 올리면서 어둡게 버튼을 미친듯이 눌렀습니다. 님이 말씀하신 그 부분에 대해 부족함을 느껴서가 아니었나 합니다. 좀 더 어둡스러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백야행보다는 훨 낫다는 말에는 저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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