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 타이틀 : 건축학개론
- 감독 : 이용주
- 개봉 : 2012년 3월 22일 예정
- 주연 :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배수지
- 조연 : 고준희, 유연석, 조정석, 이승호
- 러닝타임 : 118분

- 기대도 : 7
- 만족도 : 8
- 롯데시네마 김포공항

- 좋게 말하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까놓고 말하자면 대놓고 추억팔이에 매진한 영화. 근데 사실 영화계에서의 추억팔이는 비단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라서 까고 어쩌고 할 계제도 못 된다.
- 이번 아카데미를 양분한 휴고, 아티스트는 아예 대놓고 추억팔이 그 자체인 영화고,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 철의 여인 등도 실존인물의 족적을 좇으며 결국은 시대상을 팔아먹는 영화.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써니나 댄싱퀸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 건축학개론도 어느 정도의 스코어는 보장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아무튼 90년대 중반을 팔아먹는 추억팔이 치고는 그리 얼마 안 된 시절을 곱씹는 영화.
-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병렬식 구성을 취하면서, 남녀 주연에 아예 다른 캐릭터를 썼다는 게 특이한데, 글쎄 난 이제훈->엄태웅은 (약간 무리수긴 해도) 좀 그러려니 하겠는데 수지->한가인은 솔직히 납득하기가 힘들다. 아니 이제훈이 15년 동안 술담배에 쩔고 피부관리 좀 안 하고 하면 대충 엄태웅 비스무리하게 될 것 같은데 반해, 한가인이랑 수지는 아예 골격이랄까 스타일 자체가 다른 얼굴인데 생머리만 쳐 내고 15년 지나면 저렇게 변할 것 같지가 않다.
- 근데 수지가 배수지인 건 이 영화 보면서 처음 알았음. 내가 딱히 미쓰에이는 관심을 두질 않았던지라. 더 놀라운 건 수지 연기가 한가인 연기보다 상대적으로 나아 보인다는 것. 아니 뭐 한가인 연기도 아주 구렸던 건 아닌데, 그 특유의 눈 땡그랗게 뜨고, 고개를 약간 30도 정도 얼짱 각도 비스무리하게 젖히면서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 원패턴 연기는 여전해서 쟤는 저거밖에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인지라.
-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배경음악 및 영화 내에서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는데 전람회 1집이 아마 94년도 때 나왔던가 그럴 테니 시대 배경은 대충 94~95년이지 싶다. 주인공 선배가 펜티엄 새로 샀는데 하드가 무려 1기가라고 자랑하는 PC 모니터 상에는 너무나도 친숙한 파란색 VT 기반 화면이 펼쳐져 있고, 캠퍼스 내에 걸린 현수막에도 하이텔 어쩌고 막 써 있는 걸로 보아 그냥 대놓고 노렸달까.
- 기억의 습작 외에도 삽입곡 쓰인 게 공일오비의 '신인류의 사랑',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이런 식이니 역시 추억팔이 영화임은 부인할 수 없겠다. 음악들은 괜찮았는데 삐삐나 무스 같은 건 좀 작위적인 느낌마저 들어서 굳이 저렇게 우겨넣어야 했나 싶기도.
- 학교는 딱히 언급되는 건 아니지만 초반의 서울특별시 지도에 등교 루트 긋는 걸로 보아 아마 연대가 아닌가 추측된다. 전람회 노래 가져다 쓴 것도 김동률이 연대 건축학과였던 걸 생각하면 뭔가 아귀가 맞아떨어지는데 은근히 노린 것 같기도 하고.
- 추억팔이 추억팔이 자꾸 그러다 보니 어감은 그다지 안 좋은데, 상기 언급했듯이 까자는 의도는 전혀 없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담백하게 추억을 팔고 있어서 느낌이 과히 나쁘지 않다. 다만 시대적 배경은 공감이 가지만 캠퍼스 내에서의 저런 풋풋한 감정은 대체 어느나라 얘긴가 싶어서 공감이 안 가긴 하는데, 뭐 공감가는 사람들도 있겠지.
- 도시학개론이었나 도시행정학이었나 암튼 그런 비슷한 과목을 유진이 듣는다고 해서 이공대 건물까지 삐질삐질 청강하러 갔더니 청강생이 수백명 몰려서 정작 수업 듣는 사람들은 못 들어가고 있던 그런 조악한 기억만 남아있는 내게, 우연히 같은 동네 사는 생머리 소녀랑 같은 수업 들으면서 울렁울렁대는 첫사랑 얘기 같은 건 그저 소녀만화로밖에 안 느껴진다.
- 중간중간 한가인의 확 깨는 욕설 대방출이나, 인상적인 조연 납뜩이의 원맨쇼 같은 파트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오소독스한 소녀만화 스토리텔링인데, 수지나 한가인이 닮지는 않았어도 나른 둘다 소녀만화 여주 하기엔 충분한 마스크라, 술만 진탕 빨아대던 학창 시절을 굳이 일부러 떠올리지 않는다면 감정이입이 어려운 영화는 아니긴 하다. 이제훈도 뭐 최근 찍은(거의 하루종일 전 채널에서 나오는 듯한) 한효주 선배로 나오는 디카 CF 이미지 덕에 이런 둔한 대학생 역할이 어색하지 않고, 다만 엄태웅은 소녀만화 남주엔 확실히 좀 안 어울리긴 한다.
- 거기다 엄태웅도 요새 어지간히 다작을 해서 작년말부터 해서 주연으로만 찍은 게 특수본에 네버엔딩스토리에 건축학개론까지, 뭐 1박 2일도 나온다던데 스케줄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하다. 뭐 특수본, 네버엔딩스토리는 참 별로였는데 이 건축학개론은 상대적으로 흥할 것 같기는 하다. 아직 개봉은 안 했지만 입소문도 괜찮게 타는 듯 하고 대충 150만 이상에 한 250만 관객까지도 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 약간 산통깨는 얘기긴 한데 라스트씬에서 엄태웅이 한가인에게 보낸 택배박스는 영화적으론 참 괜찮은 모양새의 마무리였지만, 현실적으로는 좀 글쎄올시다. 15년 지난 CD 플레이어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나. 나 5~6년 전에 쓰던 씨디피들만 해도 죄다 먹통인데. 뭐 렌즈를 교체해서 보낸 게 아닐까 하는 가설도 가능은 하겠지만, 엄태웅 캐릭터로 봐서는 딱히 그랬을 것 같지도 않고.
- 영화 내에서 사실상 유일한 반동인물이라 할 수 있는 선배 캐릭터로 유연석이 나오는데, 얼마전에 봤던 열여덟 열아홉 남주로 나온 유연석이랑 심하게 달라서 충격적이었다. 뭐 열여덟 열아홉이 3~4년 전에 찍은 영화고 캐릭터 설정 자체가 판이하긴 하지만 이건 뭐 알고 봤어도 동일인물이라곤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
-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개인적으론 러브픽션보다 666배는 만족스러웠다. 뭐 객관적으로 봐도 러브픽션보다 몇 갑절은 잘 찍은 영화라고 보고. 첫사랑 스토리는 워낙 영상회된 전례가 많아서 지나치게 담백하면 그저 풋풋하기만 하다가 끝나 버리고, 그렇다고 막 기교를 부리다 보면 괴리감만 심해지게 마련인데, 그 경계선에서의 줄타기가 그럴싸하게 잘 이뤄진 괜찮은 멜로물이다. 근래 나온 국산 멜로물 중에서는 단연 최고 수준의 완성도.
- 롯데시네마 김포공항점은 첨 가 봤는데, 역시 새로 지어서 그런가 시설이 훌륭했다. 널찍한 앞뒤 좌석 간격이 특히 인상적. 근데 서울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20분에 찍는데, 역 하차해서 롯데시네마까지 가는 게 근 20분 걸리는 건 애매하긴 하다. 내가 약간 헤메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안 헤메고 빨리 걸어도 15분 정도는 충분히 걸릴 것 같다. 뭐 목동보다 윗쪽 발산동, 화곡동 이쪽 지역 강서권 거주자라면 틀림없이 좋은 선택지겠다. 사실 나도 코엑스나 강남역 인근 나가느니 차라리 김포공항이 더 가깝기도 하고. 근데 메가박스 동대문이나 종로/명동 인근의 무수히 많은 극장을 놔두고 굳이 공항까지 나갈 일은 시사회 아니면 역시 없겠지.

by Lucier | 2012/03/17 22:42 | Movie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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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의 미덕은 바로 제목이 암시하듯 건축물과도 같이 견고한 이야기의 구조적 짜임새이다. 영화화를 위해 9년간이나 시나리오를 간직해 왔다는 이용주 감독 본인이 건축학과 출신이라는 점에서 어떠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건축'이라는 색다른 프레임을 통해 제시하는데, 이것은 다시 영화 속 두 어린 주인공들이 수강하는 건축학개론 수업의 일정에 따라 차근차근 정리된다. 15......more

Commented at 2012/04/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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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ucier at 2012/04/14 17:18
저도 연대 캠퍼스는 제대로 가 본 적이 없어 모르긴 몰라도, 고대도 던전 뚫고 라이시움 짓고 한 다음부터는 아주 고급스러워졌습니다. 고대가 고대 같지 않을 정도로.
건대에서 찍은 건 몰랐는데 좀 의외네요. 왠지 그냥 건물도 연대 같았는데.

씨디피는 저도 몇 개 썼었는데 일반 전지 넣는 소니제, 켄우드제, 파나소닉제, 그리고 껌전지 넣는 아이리버 MP3 씨디피까지 딱히 험하게 굴린 적도 없는데 다 안 돌아가는 걸로 봐서 엄태웅이 뽁뽁이 하나 안 싸고 그냥 박스에 쳐넣어새 보낸 씨디피가 저렇게 잘 재생되는 건 공감이 안 되더군요.

암튼 저도 시대적 배경은 제법 공감할 수 있는 세대이긴 한데, 신입생 시절엔 선배들한테 끌려다니면서 술먹은 기억, 복학하고선 복학생들끼리 술먹은 기억밖에 없어서 이 영화 내용에 감정 이입은 도무지 안 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대체 뭘 한 건지...
Commented at 2012/04/14 17: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cier at 2012/04/14 20:21
저는 다니던 학교 자체가 술먹고 우웩 하면서 주입식 사상을 게워낸다는 멋진 모토의 학교라서 신입생 때 주량이 5배쯤 늘고, 복학해서 보니 그런 풍조는 많이 없어지긴 했는데 후배들이 안 놀아주니 어차피 또 그냥 술먹고 교수님들도 술권하는 분위기였고 해서 무슨 술먹은 기억밖에 없네요 정말.
Commented at 2012/04/14 21: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cier at 2012/04/18 00:07
저희 학교는 학구파들도 많긴 했는데, 저는 문과대인데다 어문계열 전공이라 정답이 없는 학문이다 보니 교수님들도 로맨티스트 분들이 많고 암튼 자연스레 술권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 때처럼 마시라면 못 마실 것 같네요.
Commented by Placebo at 2012/04/18 19:31
전 어째 날이 가면 갈수록 더 늘고 앉았습니다. 그래도 데낄라 2병 반이면 맛이 가니 다행이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술을 처먹으면 쉬지 않아도 중간에 자꾸 깨는 바람에 미치겠습니다. 지가 무슨 수술중 각성도 아니고 음주중 각성이라니요. 닥치고 반성할 일이잖습니까? 저는 문과인지 이과인지 뭔지 모를 괴상한 학과를 나왔습니다. 나 연애인 할래욧 하는 애들이 다는 과입니다. (그런데 전 왜 갔을까요? 교수님도 면접 보면서 물었습니다. 너 여기 왜 왔는가 하고... 전 엄마가 가라 해서 갔습니다만...) 우리과는 음주가무가 필수인지라 엄밀하게 따지자면 모두들 학구파라 할 수 있습니다. 전 장학금을 줘도 아깝잖을 학구파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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