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
- 타이틀 : 가비
- 감독 : 장윤현
- 개봉 : 2012년 3월 15일
- 주연 : 주진모, 김소연, 박희순
- 조연 : 유선, 조덕현, 박혁수, 김현아
- 러닝타임 : 115분

- 기대도 : 6
- 만족도 : 6
- 메가박스 동대문

-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감독이 너무나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선택과 집중의 결핍이 아쉬웠던 영화.
- 멜로물을 메인으로 깔고 액션을 가미하던가, 스릴러/미스터리를 메인으로 깔고 액션을 가미하던가, 아님 멜로 라인을 쳐 내긴 도저히 어려웠을 테니 액션을 과감히 쳐 내고 스릴러/미스터리에 멜로는 양념 정도로 깔았으면(개인적으로는 이게 최선이었으리라 생각) 좋았을텐데 멜로+스릴러/미스터리+액션을 모두 잡으려 한 데다 여기에 (한국 영화 특유의) 국가관까지 삽입되면서 영화가 그야말로 산만해져 버렸다.
- 그래도 제법 괜찮았던 부분은 영상미와 의상인데, 영상 내지 미술 파트는 기복이 좀 있어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서의 액션 시퀀스나 러시아 공사관 셋트 등의 파트는 참 미려했던 데 반해 정작 클라이막스는 허접하기 짝이 없어서 마냥 맘에 든다고는 못하겠는데, 의상 쪽은 뭐 역사물이니만큼 신경을 많이 쓰긴 했겠지만 아무튼 참 우아하게 잘 뽑혔다. 고증은 둘째치고라도 수트, 제복, 드레스, 트렌치 코트에, 조선 말기-대한 제국 시대적 복식까지 의상들이 참 잘 어울리고 이쁜지라 시나리오는 그냥 접어두고 옷 구경 잘 했다는 생각에 티켓 값이 그리 아깝지는 않았다.
- 김소연은 아역이나 10대 시절에 나왔을 때는 노안 내지는 숙성된(..) 마스크라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었는데 역시 어릴 때 들어 보이는 사람이 나이 들면 그 얼굴 그대로라 동안으로 탈바꿈하는 느낌이다. 풍문으로 들은 얘기지만 김소연이 참 그렇게 소탈하고 됨됨이가 괜찮다던데, 아무튼 간만에 스크린에서 꽤 괜찮은 배역 소화능력을 보여 줬다. 주진모랑 투톱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김소연 비중이 훨씬 더 큰 영화라 부담됐을 것도 같은데 막 극찬할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무난했다.
- 주진모는 뭐랄까...참 룩스나 분위기가 멋지게 나오긴 했는데 뭔가 동양계라기보다는 막 엘 마리아치 느낌이 나서 영화랑 약간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도입부에 섀도우하츠 1탄의 오프닝을 떠올리게 하는 열차에서의 (말도 안 되는) 격투씬은 러시안 기믹이라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는데 일본군 장교로 분하는 시점에서부터는 한마디로 어울리질 않았다. 이게 중간중간 BGM들도 어째 라틴삘이 묘하게 돌아서 더 엘 마리아치스러웠던 같기도.
- 박희순의 고종은 첨엔 참 미스캐스팅 같았는데, 역시 역량 있는 배우라 감정 고조시켜서 폭발시키고 하다 보니 나중엔 제법 어울려 보였다. 다만 캐릭터 설정상 그토록 용의주도했을 고종과 따냐(김소연)의 감정적 해빙에 설득력이 좀 부족하긴 했다. 칼부림 넣을 시간에 감정선 대립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해서 아예 정극에 가까운 물건으로 갔으면 영화 모양새가 한층 더 깔끔하게 나왔을 듯.
- 유선이 맡은 사다코는 제일 볼품없는 캐릭터. 솔직히 왜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조선 출생으로 일본 군인한테 팔렸다는 설정은 결국 영화 후반부의 애국심 고취 시퀀스에 합리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괜히 스토리텔링 얼개만 엉성해지고 그냥 망해 버렸다.
- 그 밖엔 대머리 환관으로 열연한 박혁수 정도가 눈에 띄었던 조역. 근데 이 캐릭터도 더 맛깔나게 살려낼 수 있었을 텐데 어째 프롤로그 끝나고 나서부터는 거의 고종-따냐 라인이 주를 이루다 보니 여타 조연들이나 액션이나 전체적으로 다 좀 겉도는 느낌.
- 딱히 까려는 건 아니지만 김소연의 러시아어 발음, 유선의 일본어 발음, 주진모의 일본어 발음이 모두 아주 어색하다. 아니 사실 일본어야 딱 들어도 어색한 거지만 러시아어는 들어도 잘 몰라야 정상이거늘, 하라쇼만 들어도 엄청나게 어색하게 느껴지니 아마 어색한 게 맞겠지.
- 대충 중후반부까지는 그래도 나름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던 영화가, 독살 시도 이후로 클라이막스에서 라스트씬 직전까지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액션 파트와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들(특히 주진모)의 감정 돌변으로 인해 망작...까진 아니어도 평타도 못 치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사실 복식이 워낙 이뻐서 참작이 됐지 의상 파트 허접했으면 아마 대차게 깠을 듯.
- 그래도 마지막에 정관헌을 훑으면서 텍스트가 깔리고 페이드되는 라스트씬은 제법 운치가 있었다. 정관헌 예전에 답사도 가 보고 했었지만 실제로 보면 그냥 소소한데 역시 이렇게 영화에 넣어 놓으니 참 그럴싸하게 느껴지는 게 또 신기하다.
- 원작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기존 사극과는 차별성을 띤 신선한 소재였기에, 훨씬 더 괜찮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모두에 언급했듯이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가지를 친 점이 안타깝다. 김소연과 박희순의 호연이 빛바랜 아쉬운 물건.
by Lucier | 2012/03/17 22:08 | Movi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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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2/04/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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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ucier at 2012/04/14 17:05
요즘은 개봉 싸이클이 예전보다 워낙 스피디해져서 개봉 주간에 객석점유율 안 나오면 1주일만에 내려가는 경우도 허다하죠. 아예 처음부터 소규모 개봉이었으면 가늘고 길게 갈 수도 있는데 애매하게 200~300개 규모로 상영했다가 관객 안 들면 거의 일주일 못 넘기는 것 같습니다.

의상은 진짜 이쁘게 잘 뽑았으니 나중에라도 기회 되시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듯. 근데 장윤현 감독은 접속 이후로 찍는 영화마다 어째 연출이 더 산만해지고 갈피를 못 잡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at 2012/04/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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