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 타이틀 : 철의 여인(The Iron Lady)
- 감독 : 필리다 로이드
- 개봉 : 2012년 2월 23일
- 주연 : 메릴 스트립
- 조연 : 짐 브로드벤트, 올리비아 콜먼, 수잔 브라운, 아만다 루트, 알렉산드라 로치, 해리 로이드
- 러닝타임 : 105분

- 기대도 : 7
- 만족도 : 7
- 롯데시네마 노원

- 개인적으로 상당한 기대작이었는데, 개봉하고 바로 못 봤더니 상영관이 금새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버려서, 평소 나갈 일 없는 노원까지 가서 보고 왔다. 롯데시네마 노원은(에비뉴엘도 좀 그렇지만) 스크린 달려있는 위치가 높고 각도도 요상해서 영 맘에 들질 않는다. 백화점 건물에 딸린 롯데시네마는 다 그런 건가. 영등포 대형 스크린은 안 그렇긴 하던데.
- 영화가 매우 애매하다. 영화적인 완성도로 보자면 갸우뚱 하게 되는데, 주연 배우의 연기, 분장, 미술, 의상은 수준급이다. 특히 메릴 스트립의 연기와, 그녀의 분장은 말이 안 나올 지경인데 이 두 가지를 빼면 거의 껍데기만 남는 영화라 할 수 있다.
-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이랑 분장상을 수상했는데, 이 정도로 완성도 별 볼 일 없는 영화가 2개 부문이나 수상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뭐 의상상 같은 거야 완성도 상관없이 공작부인 같은 것도 타고 그러지만 암튼 2개 타는 건 느낌이 확 다른지라.
- 근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저 두 부문은 도저히 다른 영화 줄 수가 없겠다 싶더라. 분장은 죽음의 성물 파트2 줘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철의 여인 보니 이건 뭐 이렇게 정교한 분장은 여지껏 본 적이 없다.
-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사실 이제 와서 좋네 어쩌네 논하기도 좀 남사스러운데, 최근 나오는 메릴 스트립 출연작들은 죄다 연기 교본으로 써도 좋을 정도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 주기 때문에 별로 놀라울 것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다우트 때 메릴 스트립이 무조건 오스카 먹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 때 못 먹더니 몇 년 지나서 지금 먹네. 근 30여년만의 두 번째 수상이기도.
- 메릴 스트립은 이 철의 여인에서 액팅 머신 수준의 미친 연기를 보여 주는데, 솔직히 막 인간같지 않고 좀 징그럽고 소름끼치기까지 할 정도다. 더불어 공연하는 배우들은 엔간히 연기를 잘해도 메릴스트립이 워낙 신들린 연기를 하니 괜히 옆에서 빛이 바래는 디메리트까지 존재. 그런 면에서 보면 다우트에서 메릴 스트립이랑 맞짱을 뜨고도 건재했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정말 대단한 배우임을 새삼 실감한다. 비올라 데이비스나 에이미 아담스도 괜찮았고.
- 다만 다우트가 주연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를 차치하고라도 영화적으로 충분히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여줬음에 반해 이 철의 여인은 메릴 스트립의 연기를 제외하면 영 밍숭맹숭하다. 연출을 맡은 필리다 로이드는 맘마미아를 찍었던 양반인데, 맘마미아도 사실 딱히 잘 찍은 영화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철의 여인은 기본적인 스타일상 잘 안 맞는 감독으로 보인다.
- 개인적으로는 론 하워드가 이 소재로 영화를 찍었으면 정말 걸작 하나 탄생했을 것 같은 느낌. 프로스트 대 닉슨 반의 반만 따라갔어도 세련됨과 우아함, 고풍스러움이 곁들여진 밸런싱 좋은 작품이 나왔을 텐데, 이 철의 여인은 메릴 스트립의 연기만이 칠흑같은 어둠속 1등성 마냥 홀로 빛나는 기괴한 모양새의 영화가 되어 버렸다.
- 중간중간 등장하는 상공 시점에서의 앵글은, 아마도 대처에게 가해지는 중압감을 물리적,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보이는데 솔직히 난 영 안 어울렸다.
-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뼈대가 되는 시나리오인데, 대처를 치매 환자로 묘사한 파트가 지나치게 구체적이며 비중도 커서 균형을 맞추는데 실패한 느낌이다. 도입부나, 결말부 혹은 클라이막스에 소폭 첨삭하는 정도로만 들어갔으면 효과적일 수도 있겠는데 러닝타임의 거진 절반 이상이 치매 시점인 데다 작고한 남편의 망령까지 끊임없이 맴돌아 마가렛 대처를 무슨 고집쎈 미친 노파 정도로 만들어 버렸다. 아마 영국 보수 계열들은 이 영화 보면 단단히 마음 좀 상할 듯.
-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슬러그혼으로 낯익은 짐 브로드벤트는 평생을 메릴 스트립 그늘에서 산 남편 데니스 역으로 출연하는데 일단 시나리오상 등장씬이 죄다 망령이라 일단 좀 측은하고, 연기가 절대 나쁘지 않음에도 메릴 스트립이랑 같이 나오니까 뭔가 시시해 보인다.
- 차라리 젋은 시절 40~50년대의 마가렛-데니스 커플로 등장한 알렉산드라 로치와 해리 로이드가 그림은 더 이쁘게 나왔다. 뭐 딱히 젊어서 더 이쁘다는 것만은 아니고,(그런 면도 좀 있긴 하겠지만) 얘네는 연기가 그냥 얼추 비슷비슷하니까.
- 메릴 스트립의 연기 못지 않게 놀라운 게 상기 언급했듯이 분장인데 피부는 물론이고, 턱관절, 코, 헤어까지 너무나 그럴싸해서 명배우의 명연기를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 근데 사실 영국의 자존심 마가렛 대처를 미국 여배우가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웃기는 일이기도 한데, 극중 메릴 스트립이 포클랜드 전쟁 승전후 연설에서 '오늘만은 영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자'며 사자후를 토하는 씬은, 워낙 연기가 뛰어나서 영화 볼 때는 지극히 자연스러웠지만 지금 이렇게 포스팅하면서 떠올려 보면 부조화의 극치다. 한국 사는 내 느낌도 이런데 영국인들이 영화 보면서 과연 어떻게 느낄지는 뻔히 짐작이 간다.
- 어쨌든 뭐, 내가 이 영화를 보려던 목적은 메릴 스트립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 외에 더도 덜도 아니었기에 그런 면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아줌씨도 이제 연배가 연배인지라 최상의 컨디션에서 연기를 보여 줄 날이 앞으로 길지 않을 테니 볼 수 있을 때 봐 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지라.


by Lucier | 2012/03/11 21:41 | Movi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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