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 타이틀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
- 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손
- 개봉 : 2012년 2월 9일
- 주연 : 게리 올드만
- 조연 : 존 허트, 마크 스트롱, 토비 존스, 콜린 퍼스, 시아란 힌즈, 다비드 덴칙, 톰 하디, 베네딕트 컴버배치, 캐시 버크, 스베틀라나 코드첸코바
- 까메오 : 존 르 카레
- 러닝타임 : 127분

- 기대도 : 10
- 만족도 : 9
- 메가박스 동대문

-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으로) 프로메테우스, 익스펜더블2, 다크나이트 라이즈, 호빗(..은 예정대로 연말 개봉이 가능하려나), 이스턴프라미스2(..는 기약없지만) 등과 더불어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개봉했다.
-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기가 막히게 잘 찍은 영화, 하지만 매우 불친절한 영화다.
- 어쩌다 보니 빅미라클에 이어 워킹타이틀에서 제작한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되었는데, 빅미라클이 '그래 워킹타이틀이니 이런 진부한 소재로 이 정도 뽑아냈지'하고 감탄했다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경우 기대도가 굉장히 컸던 탓도 있긴 하겠지만 '아 워킹타이틀인데 좀 더 진국으로 뽑아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 원작소설을 읽었던 게 학교 도서관에 대여했던 기억이 나는 걸로 보아 꽤나 오래 전인데, 그래 그런지 영화 보면서 아 저런 캐릭터가 있었더랬지 떠오르는 수준. 웃기는 게 똑같이 대출해서 읽었어도 신입생 때 읽은 건 기억이 잘 나는데 복학해서 읽은 건 대개 다 가물가물하다. 무슨 조화인진 모르겠지만.
- 게리 올드만의 연기가 좋다. 뭐 미사여구 갖다붙일 필요없이 그냥 좋다. 최근 본 영화들에선(일라이라던가 레드 라이딩 후드 같은) 영 찌질한 캐릭터만 맡아서 저 아저씨가 대체 왜 저러나 싶기도 했는데 간만에 아주 제대로 된 캐릭터를 소화해 냈다.
- 음악은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인데, 음향이 대단히 뛰어나다. 아카데미 수상 부문 중에 제일 구분하기 힘든 게 음향상이랑 음향효과상인데, 이 영화는 양쪽 다 훌륭하다. 아니 여전히 구분은 못하겠지만 암튼 소리가 참 죽인다.
- 렛미인 오리지널판(..이 헐리웃판보다 훨씬 좋았다 난)을 연출했던 토마스 알프레드손이 연출을 맡았는데 렛미인에서 느꼈던 분위기 좋은 칙칙함과 삭막함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렛미인이 모노톤 위주의 콘트라스트에 선혈로 대변되는 레드톤과의 대비로 시각적 임팩트를 부여했다면 이 영화에선 거의 일관된 모노톤이라 어쩌면 더 칙착하고 더 삭막한지도 모르겠다. 딱 그냥 영국의 일반적인 날씨같은 그런 분위기의 영화.
- 게리 올드만이 축을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굵직굵직한 조연들의 연기 역시 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퍼시 역을 맡은 토비 존스와 코니 역의 캐시 버크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캐시 버크가 전쟁 벌이던 시절이 냉전보다 차라리 좋았다면서 회상에 잠기는 씬이 참 기억에 남는다.
- 롱샷과 클로즈샷의 배분 역시 아주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뭐 사운드, 연출, 촬영 쪽으로는 흠잡을 구석이 전혀 없는 완벽한 영화다.
- 하지만 불행히도 전혀 흥행에 성공할 것 같진 않은데,(특히나 우리나라에선) 위에는 좋은 얘기들을 많이 써 놨으니 이제부턴 안 좋은...건 아니지만 국내에서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 보겠다.
- 불친절한 영화라고 상기 언급했지만, 그냥 좀 불친절한 게 아니라 대놓고 불친절하다. 중간에 한 3~4분만 졸거나 화장실 한 번 다녀오면 내용 줄기 다 놓치고 이게 대체 뭥미 하면서 보게 될 꺼다.
- 등장 캐릭터가 지나치게 많다. 저 위에 조연이라고 적어 놓은 배우들이 그냥 단역도 아니고 다 시나리오상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캐릭터들만 추려 놓은 건데도 저 정도다. 근데 딱히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초반부터 관객이 머릿속에 박아 놓고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
- 러닝타임이 너무 짧다. 2시간 겨우 넘어가는 분량에 원작 내용을 쑤셔박다 보니 더더군다나 불친절해질 수 밖에. 한 3시간 잡고 만들더라도 주요 캐릭터들은 등장시에 좀 기본 설명이라도 해 줬어야 원작 안 보고 영화를 접하는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됐을 텐데.
- 첩보 스릴러 영화의 정석이긴 한데,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의 관객들 트렌드를 맞추기는 애시당초에 불가능이다. 액션? 그런 거 없다.(총질은 좀 나오지만), 금발미녀? 나오긴 하지만 간첩일 뿐 러브라인 내지 본드걸 같은 섹스어필은 일절 없다. 카체이스? 그런 거 없다. (퇴직금 대신 준) 차 안에서 우울하게 술빠는 건 나온다.
- 3~4분만 놓쳐도 스토리 이해가 힘들다고 했는데,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 제대로 차리고 봐도 이해하기 힘든 건 매한가지다. 영화 보고 나오면서 (얼마 되지도 않던) 관객들의 반응이 들려 오는데 다들 이해 못한 듯 툴툴거린다. 하긴 핀처판 밀레니엄같이 나름 친절한 영화도 욕먹는 판인데, 이 정도로 불친절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닌 것 같다.
- 유명 배우가 안 나온다. 게리 올드만이 특급배우긴 하지만,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네임밸류로 먹고 들어갈만한 수준은 아니다. 국내에서 원톱무비로 밀어붙여서 성공할 만한 남자 배우라면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까지가 딱 안정권이고 굳이 추가하자면 조지 클루니 정도? 톰 행크스는 (적어도 국내에선) 흥행 파워가 완전히 죽은 듯 하고.
- 당장 내 주변만 해도 다크 나이트 보고도 게리 올드만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다크 나이트에서 고든이라고 얘기해 줘도 대부분 조커랑 배트맨만 알지 고든은 기억도 잘 못하고, 차라리 심슨에서 네드 플랜더스 닮은 안경 쓴 사람이라고 하면 그 때서야 아 하고 좀 알아먹는 경우가 많다.
- 게리 올드만이 이 지경일진대, 마크 스트롱, 존 허트, 토비 존스, 시아란 힌즈 등의 중견 배우들이 먹힐 리가 없다. 그나마 작년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탄 콜린 퍼스나, 드라마판 셜록에 나왔던 베네딕트 컴버배치 정도는 좀 알 만 하려나. 아 인셉션 본 사람들은 톰 하디도 알아보긴 할 듯.
- 더 까놓고 얘기하자면 조지 클루니 말고 다른 배우는 하나도 모르겠는 디센던트가 차라리 국내에선 더 먹힐 꺼다. 조지 클루니 하나로 써커스 4인방 올킬하고도 남을 듯.
- 톰 하디가 연모하는 러시아 장교 정부가 꽤 매력적이다. 스탭롤 보니깐 이름이 복잡해서 못 외우고 검색해 보니 스베틀라나 코드첸코바라는 아낙인데 딱히 알 만한 다른 작품은 없는 듯 하다.
- 자막이 개판...까진 아닌데 의역이 엄청 심하다. 귀로 들리는 거랑 화면에 깔리는 게 달라도 너무 판이하게 다르니까 안 그래도 집중해서 봐야 하는 영화인데 영 거슬린다. 특히 CIA랑 KGB 드립이 무척 잦은데 America도 CIA, Bloody Yanks도 CIA, 암튼 미국 관련 뭐만 나오면 자막으론 다 CIA고, 이보단 덜하지만 Russia도 KGB, Moscow도 KGB 다 이런 식이다. 내 기억으론 영화 내내 CIA라는 단어는 한 번도 안 나왔던 거 같은데 자막으론 계속 CIA 타령이다.
- 당연한 거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국식 악센트의 향연. 영국식 발음 히어링 교재로 써도 될 것 같다.
- 중간 파티 장면에 원작자인 르 카레가 까메오로 등장. 이 할배 엄청 고령일 텐데 70년대 작품이 이렇게 영화화되니 참 감개무량할 듯.
- 한 세 번 정도 보면 꽤 재미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세 번까지 보긴 싫고 내리기 전에 한 번 정도 더 보긴 할 생각이다. 아마도 국내에선 금새 내려갈 것으로 사료된다. 글쎄 다음주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뭐라도 하나 타면 버프 먹어서 가늘고 길게 갈 것 같기도 한데. 남우주연상이나 각색상 정도 노려볼만 하려나. 촬영상은 아티스트 아니면 트리 오브 라이프가 타 먹을 것 같고.
- 결론 : 007이나 미션임파서블 같은 거 기대하고 보러 가면 99.9% 욕하면서 나온다.


P.S> 여담이지만 당연히 파리가 날려야 정상일 메가박스 동대문에 사람들이 엄청 많길래, '아니 설마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보러 온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가!!' 생각했는데 당연히 그건 아니었고 동국대 연영과(..인가? 암튼)에서 해마다 하는 무슨 창작영화제 덕에 학생들이랑 교수 할배들이 득시글거린 거였음.

P.S2>찾아보니 아카데미 남우주연, 각색, 음악 부문 후보작이네. 촬영상 후보로도 못 오르다니...암튼 각색상 말고는 수상 가능성 거의 없을 듯.
by Lucier | 2012/02/10 22:17 | Movie | 트랙백(2)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Lucier.egloos.com/tb/380441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BLOG at 2012/02/11 03:58

제목 : Tinker Tailor Soldier Spy
토마스 알프레드손의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는 그 담담하게 절제된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풍성한 영화이다. 그 자신이 첩보원 출신이었던 첩보소설의 대가 존 르 캬레가 복잡하게 꼬아놓은 원작의 이야기를 알프레드손은 보다 영화적인 방법으로 새롭게 풀어나가는데, 몇몇 관객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이러한 각색이 친절하다고만은 할 수 없어 오히려 개별 사건들의 의미나 그들 사이의 인과관계가 더욱 혼란스럽게 느껴졌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이는 ......more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12/02/12 21:21

제목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
미 · 소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영국 정보부 '서커스'의 국장 컨트롤은 소련 측이 정보부 내에 통칭 '두더지'로 불리는 이중간첩을 심어둔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관련 정보를 갖고 있다는 헝가리 장성을 망명시키기 위해 민완요원 짐 프리도를 부다페스트에 파견한다. 하지만 프리도는 정체가 탄로나서 살해당하고, 컨트롤과 그의 심복인 조지 스마일리는 작전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직한다. 컨트롤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직후 스마일리는 '두더지'의 정......more

Commented by Hadrianus at 2012/02/10 22:31
분명히 봤는데..... 금발 처자가 어디서 나오지?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겨우 기억해 냈습니다(...) 저도 중반부부터는 스토리 이해하기 그냥 포기하고 그냥 배우들 얼굴 연기 보는 맛으로 보고 나왔던 거 같아요. 지금 와선 장면장면은 기억이 나는데 스토리가 이해 안되니 그게 무슨 의미인지 연결이 안됩니다; 정말 불친절하더라고요. 저는 졸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봤는데도 이모양;;;
Commented by Lucier at 2012/02/10 22:51
러닝타임을 대폭 늘렸어야 그나마 좀 나았을 것 같네요. 워킹타이틀이 원래 이렇게 불친절한 영화 만드는 데는 결코 아닌데, 아무래도 복잡한 구성의 원작을 제한된 시간 안에 너무 쑤셔박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느낌이랄까요.
예전에 영국에서 TV 미니시리즈로 나와서 인기가 대단했다던데 확실히 영화보단 드라마 호흡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네요.

뭐 불친절한건 차치하고, 연출이나 촬영은 아주 만족스럽긴 했습니다. 음향효과도 완전 죽였고.
Commented at 2012/02/11 18: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cier at 2012/02/14 21:39
딱 혼자 봐야 되는 영화임. 그나저나 보려면 빨리 봐야지 목요일 되면 개봉하는 것들 많아서 TTSS 거의 내릴 것 같은데.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2/12 21:22
눈 부릅뜨고 보니까 대략 이해는 했는데 머리가 아프더군요(...) 용케도 들여온 수입업자가 용자인 듯
Commented by Lucier at 2012/02/14 21:41
굉장히 정교하게 장치들(안경이라던가 승강기 샷 등등)을 삽입해 놓긴 했는데, 문제는 그게 전혀 친절한 스타일이 아닌지라.

딱 DVD나 BD 사다 놓고 세번 네번 보면 볼 수록 더 재밌을 그럴 물건입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2/02/14 22:37
사실 안경도 신문기사에서 설명해놓은거 보고 아 그랬나 싶었죠. 제 눈이 해태눈이라 안경테 바뀐 걸 눈치 못챘다는...
(중간에 분명 안경점 가서 안경 맞추는 건 봤는데 그게 제 머릿속에선 뒤 장면과 연결이 안되어서 OTL)
Commented by Lucier at 2012/02/14 22:51
전 보통 심야로 자주 보는데, 만취까진 아니어도 적당히 취기 오른 상태로 영화 보는 걸 즐깁니다만 이건 아마 술빨고 봤으면 엄청 빡쳤을 것 같네요.
확실히 편집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할 스타일의 영화긴 한데, 사실 이런 스타일이 흥행하려면 무조건 아카데미(칸이나 베를린은 안 됨) 휩쓸어서 버프 먹는 수 밖에 없죠.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