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 타이틀 :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감독 : 윤종빈
- 개봉 : 2012년 2월 2일
- 주연 : 최민식, 하정우
- 조연 : 조진웅, 곽도원, 김성균, 마동석
- 까메오 : 박성광
- 러닝타임 : 133분

- 기대도 : 8
- 만족도 : 9
- 메가박스 동대문

- 개인적으로 가장 보기 꺼려하는 영화 장르가 국산 갱스터무비다. 아니 갱스터무비라기도 뭐하고 암튼 조폭(대개 호남 지역 아니면 부산)으로 대변되는 깡패, 양아치, 건달들이 떼로 나와서 되도 않는 저질 개그에 의미도 없이 육두문자를 쳐 가면서 쇠파이프 휘두르고 손가락 짜르고 하는 영화들.
- 그러니까 내가 무슨 대부, 스카페이스, 칼리토, 이스턴프라미스 이런 수준의 걸작 영화를 만들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두사부일체 시리즈, 가문의 영광 시리즈, 조폭 마누라 시리즈(..는 사실 앞에 두 시리즈보다는 좀 낫다만) 이런 영화는 좀 너무하잖아 인간적으로. 근데 이런 류의 영화들이 나오기만 하면 기본 흥행은 하는지라 속편이 계속 나오는 것도 쫌 껄쩍찌근하기도 하고.
- 그래 언제던가 혹자에게 '넌 이태리 깡패, 시카고 깡패 나오는 건 좋아하면서 왜 울나라 깡패는 싫어하더라' 이런 비슷한 소리도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딱히 외제를 밝혀서 그런게 아니라,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걸 억지로 보라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 암튼 그래서 조폭 나오는 국산영화는 엔간하면 그냥 경원시하고 아예 관심도 안 두는 편인데, 이 범죄와의 전쟁은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던 물건이다. 우리나라는 언제 조폭 코미디 말고 좀 리얼리즘에 입각한 조폭 영화가 나올수 있을까 기다려 왔는데 윤종빈은 전작들을 볼 때 리얼리즘을 아주 중시하는 감독이라 이건 나오면 한 번 봐야겠다 싶었음.
- 사실 윤종빈 영화들(..이래봤자 용서받지 못한 자들, 비스티 보이즈 두 편 봤다. 뭐 더 있던가)의 주제의식은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 편이지만 쓸데없이 기교 안 부리는 묵직한 연출은 대단히 인상깊었었는데, 이번 범죄와의 전쟁도 전반적인 연출이 상당히 맘에 든다.
- 러닝타임은 2시간이 훌쩍 넘어가니 제법 긴 편인데, 챕터간의 전환 템포나 에피소드들의 진행 자체가 꽤나 속도감이 있어서 지루한 감은 거의 들지 않는다. 과감하게 그리 중요하지 않을 대목들은 다 쳐 내 버리고 굵직굵직한 줄기만 남긴 느낌인데,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았다.
- 근데 뭐랄까, 영화적으로 만족스럽기는 했는데 보기 전에 내가 예상했던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느와르 계열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것도 결국 조폭 코미디 영화다. 다만 묵직한 느낌의 오소독스한 블랙코미디라는 점이 기존의 국산 조폭 영화와 차별성을 지닐 뿐.
- 주연에 일단 최민식, 하정우를 올려놨지만 사실상 최민식의 비중이 매우 크고, 하정우는 조역들 중에 지분이 가장 큰 정도의 느낌이다. 시놉시스나 트레일러를 봤을 때는 대충 최민식, 하정우 투톱 무비로 대립하는 구도인가보다 했었는데 철저하게 최민식을 위한 최민식에 의한 영화고, 하정우와 이하 조연들은 맛깔나는 양념 수준이다.
- 근데 하정우를 비롯해 조진웅, 김성균 등 조연들의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다. 특히 하정우파 이짱(...)으로 등장하는 김성균은 단발머리 룩스도 파격적이지만 배역 소화가 아주 기가 막혔다. 이 영화에서 처음 본 분인데 앞으로도 얼굴 보면 반가울 것 같다.
- 반면 최민식 매제로 나오는 마동석은 생각보다는 평이했는데, 사실 연기가 어떻고를 떠나서 딱 보는 순간 '야 이 아저씨 여기도 또 나오네' 생각밖에 안 들더라. 퍼펙트게임, 네버엔딩스토리, 댄싱퀸, 범죄와의 전쟁 무슨 한두달 사이에 개봉한 영화에 4편이나 나오는 건지.(네버엔딩스토리랑 댄싱퀸은 단역 수준이긴 하지만)
- 최민식은 뭐 내가 굳이 여기서까지 연기 좋았다고 칭송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원체 훌륭한 배우고 사실 이 정도는 늘 거뜬히 해 내는 아저씨라 딱히 놀랍지도 않다.
- 부산 방언 연기도 최민식이 제일 기가 막히게 해 냈다는 중평이던데, 솔직히 이건 뭐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차원의 얘기인지라 그냥 그러려니.
- 전두환이나 노태우 까는 시퀀스가 은근히...도 아니고 뭐 대놓고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퀀스를 좀 줄이고 갱스터 무비 본연의 맛을 더 살렸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건 내 취향이 그런 거고 연출에 비교적 잘 녹아들어 있어서 나쁘지는 않다.
- 고증은 제법 훌륭한 편인데, 다만 길거리 간판은 좀 어색하더라. 80년대에 저런 신식 간판이 없었을 텐데. 부산만 딱히 먼저 바뀌었을 것 같진 않고.
- 개인적으로 21세기 최고의 갱스터무비라고 생각하는 이스턴프라미스가 어둠의 세계(아민 뮬러 스탈)와 빛의 세계(나오미 왓츠)를 놓고 그 경계선으로 의도적으로 줄타기를 하는 비고 모텐슨을 매개체로 쓰면서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범죄와의 전쟁은 젖먹던 힘까지 다해 어둠의 세계(하정우, 조진웅으로 대변되는)에 편입되려는 정체불명의 반인반수의 용틀임을 그려낸 일대기적인 연출의 영화다.
- 이스턴프라미스에서 나오미 왓츠와 그녀의 가족들이 대변해 냈던, 그 쪽 세계에 발을 들여선 안 될 평화로운 사람들의 역할을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최민식의 가족들이 아닌 배경의 단역들이 소리없이 해내고 있는데, 여기서 쓸데없는 개입없이 그냥 날것 느낌으로 슥슥 지나가는 연출이 꽤 맘에 들었다.
- 예를 들자면 하정우파가 조진웅파 치러 몰려갈 때 길거리 군중들의 표정이라던가, 묵묵하게 곡괭이질하는 할배를 (아마도 의도적으로) 거친 앵글로 훑는다든가 하는 식의 신경 안 쓴 듯 하면서도 삭막한 느낌을 잘 살린 게 확실히 윤종빈은 센스 있는 감독이다. 국내 젊은 감독군들 중에 사실주의적인 연출로는 단연 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레이션 같은 거 일절 안 깔고 철저하게 대사를 통해 전달하는 것도 참 맘에 들고.
- 택시드라이버에서 차용한 듯한 씬도 등장. 뭐 대놓고 비슷해서 거의 오마쥬성 아닌가 싶기도 하다.
- 라스트씬 결말 가지고 얘기들이 좀 많은 모양인데, 글쎄 이걸 열린 엔딩으로 봐야할까. 카메라 시점도 그렇고, 스토리텔링의 통일성면을 봐도 그렇고 내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그냥 깔끔한 호로자식 엔딩인데.
- 조폭 영화답지 않게 고어한 장면도 전혀 없고, 그냥 적절한 수준의 폭력 씬만 나오는데 욕설 때문인지 청불 등급을 먹어서 흥행이 얼마나 될런지는 모르겠다. 비록 내가 기대했던 스타일의 물건은 아니었지만, 여지껏 나온 국산 조폭 소재 영화 중엔 손꼽을만한 수작인데 좀 잘 돼서 앞으로 괜찮은 국산 갱스터무비들이 쏟아져 나오...진 못해도 드문드문이나마 나올 수 있는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by Lucier | 2012/02/05 22:29 | Movi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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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789120 at 2012/02/13 17:23
극장검색으로 여차저차 오게됐는데 글들이 다양하네요, 잘 보고갑니다. ^^
Commented by Lucier at 2012/02/17 23:01
방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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