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 3D
왕년의 대히트작 라이온킹이 3D로 컨버팅돼서 돌아왔다. 뭐 내용이야 변한 게 하나도 없으니 딱히 뭐 언급할 건 없는데 예전에 볼 때랑 느낌이 좀 미묘하게 다른 것 같긴 하더라. 중딩 때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도 왠지 심바는 좀 싫고 무파사 짱, 스카 불쌍해였는데 다시 보니 확실히 심바는 싫고 스카는 불쌍하고, 날라, 사라비, 라피키, 자주 일당들은 의지 박약에 티몬, 품바 콤비는 변절한 보헤미안 느낌.

뭐 타이틀이 3D인만큼 3D 컨버팅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다지 어색한 부분 없이 아주 잘 바꿔놨다, 다만 좀 아쉬운 건 도입부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좋았고, 초반부의 3D 연출이 전반적으로 괜찮았던 것에 비해 중반부에서 뒤로 넘어갈 수록 딱히 별 볼 일 없어서 점점 몰입도가 떨어지긴 했다. 특히 클라이막스 심바와 스카 캣파이트(?)씬은 엄청 박력있게 표현하면 좋았을 텐데 어째 3D 연출이 좀 미묘해서 여자들끼리 머리채 휘어잡고 따귀 때리는 느낌이라 그만 키득키득 웃어버렸다.

사실 3D 연출보다도 삽입곡들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예전에야 그냥 만화만 봐서 잘 몰랐던 게 이번에 다시 들어 보니 노래들이 진짜 대박. 써클 오브 라이프, 비 프리페어드, 하쿠나 마타타(..는 좀 비취향이지만),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 등등 개봉 당시에 주제가상들 휩쓸만 했구나 새삼 느꼈달까.

근데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같은 경우는 극중에선 심바랑 날라가 듀엣으로 부르고, 엔딩 스탭롤에선 엘튼 존 솔로 버전이 흐르는데, 이번에 스탭롤 보면서 들어 보니 일본 노래 중에 멜로디가 거의 똑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서 막 떠올려보려 했는데 여성 보컬이었던 것만 기억나고 도무지 떠오르질 않아서 괴로워하다가 이틀쯤 지나서 갑자기 확 떠오름. ZONE 2집에 SAE ZURI 라는 곡이 있는데 거기서 후렴구 だれかください もっとください 하는 부분이 Can You Feel the Love~랑 거의 똑같은 거다. 키만 남자 키에서 여자 키로 바꾼 느낌. 뭐 ZONE이 표절했다는 건 전혀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얘기. 혹시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 찾아서 비교해 보면 재밌...지도 않을 듯.

암튼 뭐 난 심바가 참 별로다. 이 새퀴는 도망가서 벌레만 쳐먹고 살아서 그런가 몇년만에 여친이랑 재회해서도 소싯적이랑 똑같이 쥐어 터지고, 사실 애비가 무사파란 거 외에 대체 뭘 할 수 있는 축생인지 의문스럽다. 스카야 뭐 권선징악물에서 오소독스한 악역이니 못된 거야 어쩔 수 없는데 마지막엔 그냥 쓸쓸하게 추방이라도 시키지 저렇게 끝나는 건 다시 봐도 불쌍했음. 그리고 뭣보다 목소리는 등장 캐릭터 중에 제레미 아이언스가 제일 멋지다. 하이에나들도 참 불쌍한게 무파사 이 양반은 아들내미한테는 자연의 순환 논리를 겁나게 강조하면서 하이에나들은 왜 배척하는지 원. 하이에나는 자연의 일부도 아니란 말인가. 기린, 코끼리, 영양들은 그냥 적당히 개체수 유지해 가면서 사자밥만 되어 주면 그만인데 왜 또 무능한 새끼사자한테 머리를 조아려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근데 뭐 태생 자체가 대놓고 정글대제 소프트하게 오마쥬한 헐리웃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사상적인 논리를 설파해봤자 쓸데없는 확대해석이긴 하다.

각설하고 그냥 예전에 라이온킹 재미나게 봤던 사람이라면 옛 기억 곱씹으면서 한 번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한스 짐머 아저씨도 레인맨에서 라이온킹 때까지 딱 그 무렵이 진짜 음악들이 파워가 넘친다. 요새는 영 힘이 빠져서 원...존 윌리엄스 할배도 그렇고 한스 짐머도 그렇고 예전 작품들 어쩌다 다시 보게 되면 최근작들에 들어간 스코어는 얼마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요번 셜록홈즈 그림자 게임이나 틴틴 같은 거 보면 뭐랄까 공장에서 매끈하게 뽑아낸 그런 느낌.

아 스탭롤 보면서 좀 놀랐던 게 자주(앵무새) CV가 로완 앳킨슨이고, 하이에나 삼인(?)조 중에 한 명은 우피 골드버그더라. 로완 앳킨슨은 목소리만 한 건 데도 뭔가 캐릭터랑 이미지가 딱 어울려서 재미났음.
by Lucier | 2012/01/03 21:45 | Movi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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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raffiti at 2012/01/05 20:37
생각해보면 역시 제레미 아이언스만 믿고 가는 작품인것 같네여.

저도 Be Prepared가 제일 좋았던 기억이. 하지만 스카 성님은 허무하게 가셨제...... ㅠ.ㅠ
Commented by Lucier at 2012/01/06 01:20
사자 일당들은 괜시리 맘에 안 들고 왤케 하이에나들한테만 감정이입이 되는지....

한가하실 때 연락 함 주시죠. 신년맞이 SPR 한 번 어떠신지요.
Commented by graffiti at 2012/01/06 22:05
소단님도 잘 지내시나 싶고 대문자를 말할 수 없는 그분도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Lucier at 2012/01/06 23:27
소단님은 잘 지내는 것 같고, 대무 그 분은 저도 요새 별로 못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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