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 Last Fantasy
뭔가 싱글인지 미니 앨범인지 몰라도 판은 계속 자주 나왔던 것 같은데 정규 앨범으로는 이게 2집이란다. 사실 한 다리 건너 아는 로엔 관계자 분 덕분에 협찬(?)받은 지는 한 달도 넘은 거 같은데 요새 좀 그럴 일이 있어서 오지 오스본 옛날 판들만 주구장창 듣느라 비닐도 못 뜯고 있다가 크리스마스 때 딩굴딩굴 슥 들어 봤다.
포스터도 받았는데 앨범 자켓이랑 동일해서 그다지 메리트는 없음.
앨범 사이즈가 쓸데없이 크다. 보이다시피 일반 CD의 두 배 이상.
아니 뭐 사실 크면 큰 대로 부클릿 같은 거 시원시원하니 장점도 있긴 한데 일단 꽂아놓기가 너무 애매해설라무네. 아님 차라리 LP 사이즈로 왕창 키우던가. 그건 쫌 아닌가...

근데 어째 앞면이고 뒷면이고 자켓 사진이 호러 무비 스틸샷 같다. 그나마 입술은 빨갛게 안 칠해서 그나마 다행인데 표정이나 구도가 뭔가 쥐잡아먹은 느낌.
앨범을 까 보면 CD가 저렇게 다소곳이 박혀 있다. 솔직히 엄청 비효율적인 패키징.
자켓 접히는 부분인데, 나 개인적으론 앞뒷면보다 이쪽 옷이 더 맘에 든다. 근데 체중 감량을 진짜 무지막지하게 한 것 같다. 예전에 처음 나왔을 때는 살집 좀 통통하게 있었던 것 같은데, 대충 한 밴텀급에서 스트로급 정도로 쪼그라든 느낌.
속지는 막 머리를 풀어헤쳐놓은 탓에 한층 더 귀신같다. 왜 죄다 트윈테일이야 심심하게...생각했다가 속지 보니까 트윈테일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 같다.


각설하고 앨범 얘길 좀 해 보자면 사실 난 아이유 노래 거의 모르고,(듣고서 제목이랑 매칭시킬 수 있는 게 딱 머쉬멜로랑 좋은 날 정도) 예전 스케치북에 고정 출연할 때 정도나 좀 제대로 본 기억에 사실 가수라기보단, 말트라이더 얼굴마담으로 더 친숙하고 TV 보면 무진장 많이 나오는 것 같긴 한데 정작 노래하는 장면보다 호쾌하게 웃는 씬이 훨씬 많은 것 같고 암튼 뭐 그래서 거의 백지 상태에서 신보를 감상할 수 있었달까.

13곡 수록인데 전주곡이나 접속곡 같은 것도 없이 풀스코어로 러닝타임은 CD 용량 다 채웠고 곡 써 준 사람들 네임밸류가 대단한데, 윤상, 김현철, 윤종신, 이적, 김광진, 라디, 고현기, 정재형, 정석원, 코린 베일리 래 등에 아이유 자작곡도 하나 실려 있다.

근데 좀 애매한 건 작곡가들이 빠방한 사람들이긴 한데, 이게 자기들 스타일의 곡을 줬다기보단 뭐랄까 아이유한테 맞췄다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든다. 사실 뭐 그게 당연한 거긴 한데, 김광진이나 윤상 곡 정도가 그래도 김광진 냄새, 윤상 냄새가 좀 나고 다른 곡들은 모르고 들으면 그냥 전혀 모르겠다 싶음. 그리고 정재형 곡은 뭐 그렇게 구린 건 아닌데 암튼 성의가 좀 없어 보인다. 그냥 대충 휙휙 써 준 듯.

두 번 제정신에 들어 보고 만취 상태에서 한 번 더 들었는데 그렇게 딱히 감흥이 오는 앨범은 아니다. 일단 곡들이 주된 멜로디라인이나 곡구성은 확실히 나쁘지 않은데 가사들이 대체로 비취향. 대부분의 곡들이 '나는 가냘픈 소녀에요.','나는 아직 너무 어려요'를 곱씹어 강조하고 있는 뉘앙스인데, 난 딱히 아이유팬은 아니다 보니 '그래서 어쩌라구'하는 기분이 좀 든다. 뭐 대부분 자작 작사는 아니고 역시 받은 거니까 딱히 아이유를 까자는 건 전혀 아니고, 그냥 앨범 컨셉트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유 고정팬 내지 골수팬들을 타겟으로 삼고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대놓고 애쓴 분위기. 나처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신규로 접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소녀시대 3집보다 노래들은 더 괜찮은 거 같은데 그냥 보컬이 좀 심심하달까. 소시 3집이랑 아이유 2집 보컬 빼고 MR로 들으면 아마도 후자의 압승일 꺼다. 더 솔직하게 결론을 말하자면 이 노래들 그대로 소시가 불렀으면 왠지 열광했을 것 같기도 함.

아 자작곡 하나 실린 건 다른 수록곡들과 분위기가 판이한 단조풍의 넘버인데, 구성은 단조롭지만 기본 라인 자체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서 '오 생각보다 괜찮네' 했다가 바로 그 다음 트랙인 코린 베일리 래 곡이 하필 좀 유사한 느낌의 곡이라 재미가 확 없어졌다. 이건 앨범 수록곡 순서 짜는데 에러가 좀 있었던 듯. 적당히 떼어 놨어야 둘 다 더 살았을 텐데.


아무튼 살 좀 찌웠으면 좋겠다. 팔다리 호리호리한 아낙들 좋아하긴 하지만, 아이유 이 앨범 사진들은 보정이 들어갔을런지는 몰라도 호리호리 수준을 넘어서서 피골상접이다. 근데 요새 연말이라 아이유 여기저기 나오는 거 보면 딱히 보정도 없고 그냥 실제로 저 정도 마른 거 같음. 본인 의지로 감량한 건지, 로엔이 노예처럼 굴려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뭐 양자가 적당히 복합적일 듯) 어린애 좀 먹여 가면서 굴렸으면 좋겠다. 안쓰럽네 아주 그냥.
by Lucier | 2011/12/30 22:27 | Music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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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이유삼촌 at 2012/01/11 09:21
이번 앨범은 배려놓은 앨법입니다. 90년대 발라드가수들이 다들 회춘하려고, 아이유를 도구삼은 느낌! 다들 한물간 작곡스타일 그대로 2012년의 아이유에 덧입혔을뿐, 아이유스타일을 잘 못살려내고, 자기곡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가수를 강트레이닝한 게 다 보입니다.... 정말 너무하지 않습니까...외국 작곡가들도 많은데...저런 한물간 사람들로,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데려다 놓고 덧칠을 하려 들다니... 쟤네들에게는 아이유가 "나미"의 환생정도로 보이나 봅니다...
Commented by Lucier at 2012/01/11 20:14
저는 수록 트랙들 곡구성 자체는 뭐 전반적으로 괜찮던데요.

다들 저작권료만 해도 남부럽지 않게 받는 사람들인데 굳이 아이유로 굳이 더 해먹겠다는 생각일 것 같진 않습니다. 되려 로엔 쪽에서 곡 좀 써 달라고 섭외가 들어갔겠죠.

근데 확실히 별 재미는 없는 판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몇 번 들어봐도 귀에 들어와 박히는 넘버가 하나도 없네요.
Commented by meandu at 2015/09/29 10:52
초면에 죄송합니다.. 혹시 아직 포스터 갖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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