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방
올해 개봉작 대충 한 100여편 가량 봤을 꺼 같은데 그 중 가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영화가 아닌가 싶은 결정적 한방. 이건 뭐 브레이킹 던이나 틴틴의 모험이 차라리 더 설득력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힘빠진 영화라 할 수 있는데, 힘이 빠지다 못해 아예 힘이 없는 영화라서 '결정적 한방'이라는 타이틀과의 괴리감이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정치극이라기에도 힘이 없고, 로맨스물로도 힘이 없으며, 코미디로도 힘이 없고, 진부한 감동 짜내기 결말까지 어우러져 결국 재앙 수준의 결과물이 나오고 말았다.

사실 이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보다는 시나리오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는데, 시나리오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면 스탭들이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이미 게임셋고고셋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되새기게 해 주는 반면교사로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뭐 그렇다고 또 딱히 고군분투한 것 같지도 않다. 다만 배우들이 좀 불쌍하기는 함.

유동근은 사극에서 왕도 많이 했던 양반이라 장관 연기 쯤은 식은 죽 먹기로 해 낼 수 있는 베테랑이고 실제로도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지만 문제는 이 캐릭터리티가 차마 만화에도 안 나올 비현실적인 설정이라는 사실. 거기다 이름까지 이'한국'이라니 좀 질릴 지경.

요즘 영화에서는 되려 찾아보기 드문 아주 오소독스한 평면적인 (뿌리부터) 악역이자 유동근의 180도 반동인물격인 여당 최고위원 캐릭터를 맡은 오광록은 연극 출신 베테랑답게 매우 연극적인 톤의 대사를 구사하는데 이 특유의 악센트가 너무나 과장되어 있는 데다 어쩌다 한 번 터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대화를 대사 읊듯이 소화하고 있어 히어링이 잘 안 될 정도. 솔직히 모니터링을 했으면 이렇게 편집해서 나오진 않았을 것 같은데 참 의문스럽다.

상기 힘이 없는 영화라 평했지만 이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권선징악으로 흘러가는 스토리텔링에 가장 큰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는데, 유동근과 오광록은 그 정점에 서 있는 인물들로 스테레오 타입들이 판치는 최근 영화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완전 선역과 완전 악역으로 영화가 시작된 순간부터 유동근이 오광록을 무찌르게 될 것임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고, 타이틀인 결정적 한방은 결국 클라이막스에서 유동근의 입을 통해 직접화법으로 튀어 나오지만 이는 정말 최악의 촌스러운 시퀀스였다.

사랑과 야망 시절의 모습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는 차화연 아줌마, 어째 요즘은 이택근 여친으로 더 유명한 듯한 윤진서, 한 동안 안 보여서 뭐하나 궁금했던 (UN 출신) 김정훈은 모두 딱히 흠잡을 데 없는 괜찮은 수준의 연기를 보여줬지만 이미 시나리오 단계에서 완전히 맥이 빠져 버렸기에 그 시나리오와 함께 매몰되어 가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보여 줄 도리가 없어 각자 필모에 의미없는 한 줄만 더하게 되었다.

정작 결정적 한방을 목숨바쳐 날린 아이돌 연습생으로 분한 김보름양(..이 맞던가 스탭롤에서 봤는데 가물가물)은 목소리도 괜찮고 이쁘장하긴 한데, 얼굴에 인공미가 너무 심하게 풀풀 넘쳐서 거부감이 좀 들었다. 결론적으로 완벽한 선역인 유동근이 날려야 할 강펀치는 대사를 통해 공허한 메아리만 남길 뿐이고 김정훈 애인 정도로 끝났어야 할 조역 수준의 캐릭터에게 장자연 사건까지 우겨넣으면서 과도한 역할을 부여한 시나리오는 한마디로 함량미달.

친구가 관람권 있다 해서 얹혀서 봤길 망정이지, 내 돈 내고 봤으면 올해 최악의 티켓값 아까운 영화가 됐을 꺼다. 하긴 내 돈 내고 볼 일도 없었겠지만...특수본 엄청 깠더랬는데 특수본도 이 거에 비하면 무간도급 영화다.

아마 흥행참패하고 이미 다 내리고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윤진서팬, 김정훈팬 아니면 거의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물건. 정말 감독과 배우가 불쌍하다. 하긴 시나리오 읽어 보고도 그냥 그대로 찍었다면 감독은 불쌍할 건 없겠다만.


덤으로 김정훈이 언더그라운드 랩퍼로 활약하는 설정이라, 유재하나 송창식의 민중 가요들을 힙합으로 만들어 불러 제끼는데 난 민중 가요나 힙합이나 공히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건 뭐 거의 능욕 수준이라 유재하, 송창식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거의 분노하지 않을까 싶음.
by Lucier | 2011/12/16 21:31 | Movi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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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상하이리 at 2011/12/17 12:35
이택근 "전" 여친 윤진서가 맞겠지?
Commented by Lucier at 2011/12/17 18:24
다시 만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이택근은 별 반응 없고 윤진서는 부인하고. 근데 사실 별 관심없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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