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밴드
KBS2에서 매주 토요일 22시 좀 넘어가면 연예가중계 끝나고 이어서 방송하는 TOP밴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톱밴드인지 탑밴드인지 표기하기가 애매한데, 공식 홈페이지에 가 보면 로고와 함께 톱밴드라고 적혀 있구만 정작 또 담당 PD는 계속 탑밴드라고 하고 있으니 그냥 TOP밴드라고 할란다. 예전 가요TOP10 시절엔 그냥 닥치고 가요톱텐이었지 가요탑텐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시대가 변하긴 변했다.

각설하고 평소에 TV 시청이라곤 각종 구기종목 중계방송에 격투기(..래봤자 요즘은 UFC 정도) 외에는 아예 안 하는데, 최근 유일하게 시간대 맞춰서 본방 사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이 TOP밴드. 오늘 최종회 방영 예정이다.

토요일 밤이니 SPR 껀수가 제법 많이 잡힐 타이밍이라, 이거 보느라고 술약속 접은 것도 한 3~4번은 되는 거 같은데, 안타깝게도 실제 시청률은 애국가 수준이라는 모양이다. 그래도 3%대 초반 찍다가 4~5%대까진 올랐다는데 하필 주말 드라마 방영시간대에 우겨넣어놨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8강 정도부터인가는 시작할 때 이지애가 '토요일엔 드라마보다 TOP밴드'라고 외치고 시작하는데 그런다고 광개토대왕 보던 사람들이 TOP밴드로 옮겨 탈 가능성은 그냥 제로. 암튼 8강 중에 한 번 옥토버훼스트 털러갔을 때 놓친 거 외엔 전부 본방사수 성공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에 축구 보려고 TV 켜서 채널 돌리다가 갑자기 육중한 사운드가 나와서 어 이게 뭐야 하고 우연히 시청하기 시작했던 게 양주에서 예심하던 4회째인가 그랬었는데 나중에 얘기 듣기로는 1회 때가 반응이 워낙 안 좋았다고. 근데 어쨌든 내가 볼 때부턴 참 재밌었다. 오늘이 결승인데, 사실 난 최근 몇 주 동안 진행되는 8강~4강보다 24강-패자부활전-16강 무렵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더 좋았음.

예심 때 참 웃겼던 게 홍대 등지에서 얼굴 좀 본 적 있는 아저씨, 아줌씨들이 막 눈에 띄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이슈타르가 연주하고 나서 김종진인가 송홍섭이던가 암튼 '정신집중해서 들어봤는데 가사를 하나도 못 알아먹겠어요.' 하면서 점수 후려치던 광경. 실제로도 내가 이슈타르 보면서 느끼는 게 연주는 괜찮은데 당췌 뭐라는 건지 모르겠네라서 순간 공감 100%


사실 내가 선호하는 계열의 밴드들은 이미 양주 예선에서 다 떨어져 나가고 24강 단계 와선 대다수가 말랑말랑한 밴드들만 남긴 했는데 그래도 편집이나 연출에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 참 순수하고 정직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애착이 간다.

여담이지만 예심 때 렘넌츠 오브 더 폴른(Remnants of the Fallen)이라는 밴드가 난 알아요를 멜로딕풍의 데스메탈로 연주했던 게 완전 죽였었는데 심사평이 신대철은 남이 가지 않는 길을 홀로 계속 걸어간다는 데 경의를 표하고 블라블라 & 유영석은 그냥 호불호 갈린다고 막 깠던 걸로 기억. 진짜 24강에만 올라왔으면 열심히 빨아줬을 텐데 몇 점 차이로 안타깝게 탈락해서 너무나 안타까웠음. 호불호라 하면 좋아하는 쪽도 틀림없이 존재하는 건데 왜 굳이 불호 쪽을 부각시키는 건지 모르겠다. 애시당초 대중문화에 만인을 만족시킬 컨텐츠 따위가 존재한다고 여기나 원.

결국 24강에는 메탈 밴드는 전멸해 버렸고,(예심 때 이미 메탈하는 형님들은 거의 없어 보이긴 했지만서도) 그나마 게이트플라워즈랑 브로큰발렌타인 정도가 오소독스한 구성의 밴드라 맘에 들었는데 특히 게이트플라워즈는 기타 치는 염승식씨가 진짜 블루지한 정통 하드락 주법인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저런 양반이 대체 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지 모르겠음. 보컬 박근홍도 심사위원 중 몇 명은 맨날 호불호 갈리는 스타일이라고 쥐잡듯이 까던데, 나는 불호보단 호 쪽에 훨씬 가까운지라. 마치 AC/DC랑 오디오슬레이브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실력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분위기 얘기다 물론)의 참 매력적인 밴드. 결국 판도 사서 들어봤는데 상당히 괜찮다. 행여 관심 있으신 분들은 게이트플라워즈 검색 한 번쯤 해 보시고. 근데 지난 주 4강에서 너무 어이없게 탈락을 해 버려서 참 안타깝다. 문자투표를 했어야 되는데 난 당연히 올라갈 줄 알았던지라.


기본적으로 난 최근 인기폭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TOP밴드만은 예외다. 보컬 쪽에 극도로 편중된 여타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팀으로서의 앙상블이라는 느낌을 강조하면서 코칭 또한 아주 개념차게 이뤄져서 참 맘에 들고, 간주 중에 쓰잘데기 없는 인터뷰 삽입 등의 병신같은 연출이나 편집이 전무해서 그저 PD를 찬양하고 싶을 뿐. 음악 연주할 때는 그냥 가사만 깔리고 절대 짤라먹는 거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다. 사실 이게 당연한 건데 말이지.

암튼 오늘 최종회 결승 경연인데, 대진이 어째 밴드라기엔 좀 뭐한 2인조 & (3-1)인조 팀 둘이 남아서 아쉬운 감도 없진 않지만 사랑과 평화, 넥스트, 김창완 밴드, 송골매가 축하공연 뽑아 준다니 만유-리버풀 전 보다가 갈아타서 각잡고 시청할 생각. 김창완옹 노래 부르는 거 진짜 간만에 함 듣겠구나. 요새는 김창완을 아예 탤런트로 아는 사람들도 있던데..


시청률은 영 안 나오지만 고정 시청자들 반응이 워낙 좋아서 일단 시즌2 까지는 방영이 확정됐다고 하는데, 제발 시즌2 때는 방송시간대 좀 옮겼으면 한다. 이건 뭐 자사 간판 광개토대왕이랑 맞붙여 놓고선 '토요일엔 드라마보다 TOP밴드' 외치고 있으니 자학개그도 아니고 뭔 짓거리인지.

참 완성도에 비해서 관심이 너무 떨어지는 게 안타까워서 사람들 만나면 TOP밴드 좀 보라고 막 홍보하고 있는데, 시청은 커녕 그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열 명이면 아홉 명도 아니고 그냥 열 명 다라 아마 시즌2가 막방이 될 것 같다. 솔직히 시즌2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기적으로 느껴짐.

좌우지간 KBS에 대한 인상마저 긍정적으로 바꿔 버린 TOP밴드. 정말이지 간만에(아니 난생 처음으로?) 수신료가 아깝지 않게 해 준 제작진, 출연진, 코치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by Lucier | 2011/10/15 19:44 | Music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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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zoo at 2011/10/15 20:22
광개토대왕 ㄴㄴ 광개토태왕임다.ㅋㅋㅋ

저도 탑밴드 요새 본방사수 중. 톡식 드럼 넘 이쁜 거 같음
Commented by Lucier at 2011/10/16 21:02
헐 광개토태왕이었음?? 차라리 호태왕이라고 하던가 광개토태왕은 영 좀 이상한데.

톱밴드 어제는 한상원 아저씨 미친 연주 빼곤 볼 거 별로 없더만. 톡식은 룩스만 보면 드럼이 훨 나은 게, 기타/보컬은 거의 패왕별희 수준이라.
Commented by graffiti at 2011/10/18 01:27
TOP밴드를 보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져. 2기도 나온다니 다행입니다.
오디션 프로중엔 개념은 최고인듯.

전 사실 톡식도 좋아해요. 문화가 떨어져 나갔으니 예상대로 무난한 우승이네요.
예선 처음 볼땐 S1도 좋았는데...
문화 보컬분은 주변 시청자들 보면 확실히 불호가 많았던것 같네요.
Commented by Lucier at 2011/10/18 01:54
전 톡식 대놓고 화이트 스트라입스 판박이인 데다가 기타에 이펙터를 너무 심하게 먹여서 듣기에 과히 좋진 않더군요.

2인조 밴드라 확실히 소리 만드는 법은 잘 알고, 편곡 능력도 나쁘지 않은 듯 한데 정작 송라이팅은 심각하게 떨어져서 앞으로 많이 보완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특히나 가사는 이건 뭐 초딩 연애편지도 아니고...80년대 LA 메탈 가사도 저렇게 오글거리진 않을텐데.

게플은 몇몇 심사위원이 좀 이상하게 까 대서 어이가 없더군요. 사실 이건 게플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 취향이나 기호랑 안 맞으면 까는 경향이 있던데 사실 POE 같은 경우도 슈게이징 하는 애들한테 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고 까는 건 좀 웃기죠. 의도적으로 보컬을 뭉개서 멜로디라인이랑 싸이키델릭하게 섞는 건데. 암튼간 박근홍 보컬이 물렁곈 보컬보다 훨씬 잘 들리던데 귓구멍들이 막힌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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