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중국영화제
06년에 시작해서 대충 2년마다 열리고 있는 중국영화제. 올해가 4회째인데 수요일에 CGV 용산에서 개막해서 어제까지 틀다가 지금은 부산 쪽으로 내려간 모양이다.
초대권이 생겨서 슥 들렀다 왔는데, 이번 영화제 주제가 중국영화의 뮤즈 특별전 대륙의 꽃을 만나다 어쩌고 하면서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밀고 있어서 나름 좀 기대했었건만 정작 뭘 볼까 고르려고 하니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대륙의 아름다움과 기개를 대표하는 여배우를 소개한다면서 팜플렛에 나와 있는 중국영화의 뮤즈 10인이 강일연, 계륜미, 고원원, 공리, 리빙빙, 서기, 서정뢰, 양자경, 장쯔이, 판빙빙 이렇게인데, 양자경이나 공리는 뮤즈라기보단 원로급 베테랑이고 장쯔이(장즈이라고 적혀 있는데 장쯔이가 입에 익어서)는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고 해서 내가 제대로 알 만한 처자는 결국 계륜미랑 서기 뿐이라 이 아가씨들 나온 걸 골라 봤다. 판빙빙은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암튼 전체적으로 낯설다. 상배형이나 형수님은 좀 아시려나.

강일연이라는 배우는 장쯔이 닮아서 요즘 엄청 잘 나간다는데 사진만 봐선 어디가 닮았다는 건지 잘 모르겠고, 암튼 내 편협한 식견으로 중국 여배우 꼽자면 겨털천사(...) 탕웨이나, 황제의 딸 조미, 주신, 손려 뭐 이런 아가씨들이 떠오르는데 하나도 없어서 아쉬웠음.

사실 좀 애매하기도 한 게 막 호우시절(이건 한국영화잖소...), 황후화, 적인걸, 검우강호 같은 예전에 개봉해서 상영했던 영화들을 꽤 틀고 있어서 미개봉작 고르려니 뭐 더더욱 폭이 좁았다.

국내 개봉 예정은 안 잡혀 있지만 일단 요 밑으론 스포일러 포함.
- 어깨 위의 나비

뭔가 타이틀만 봐서는 임태훈과 나지완이 떠오르지만(...) 그냥 넘어가고 암튼 요거이 개막작이었는데 나름 중국에서도 올여름 개봉한 최신작이라더라.

시놉시스를 보면 '한 남자가 세 명의 여자를 만나 각기 다른 사랑을 키워나가는 판타지 로맨스 영화'라고 되어 있길래 마치 예전 고릿짝 시절 키드에서 나왔던 시즌이나 키스요리같은 순애를 빙자한 여성편력물인 줄 알았더니만, 정작 그냥 오소독스한 순애물이었다. 대체 이런 왜곡된 시놉시스는 누가 작성한 거냐.

더 웃기는 건 나비가 뭔가 추상적인 개념인 줄 알았는데(시작할 때 뜬 영문 타이틀이 Rest On Your Shoulder였기에 더더욱), 여주가 진짜 나비로 변한다. 이게 CG로 나오면서 막 무당벌레, 메뚜기, 호랑나비, 벌떼 등 다른 곤충들도 등장하는데 아리따워야 할 여주 흰나비가 목소리는 사람일 때 마냥 그럭저럭 귀여운데 날개만 하늘하늘하지 몸통이나 눈알은 완전 초파리의 그것이라서 상당히 깬다. 으으 솔직히 꿈에 나올까 두려울 지경. 무당벌레가 룩스는 차라리 더 귀엽다.

여주가 강일연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괴이한 민폐형 여기자 캐릭터로 양영기, 헛물 켜다가 포기하고 떠나는 오사나나지미로 계륜미가 나오는데 이 강일연이란 아가씨는 상기 언급했지만 걸그룹 출신으로 중국서 엄청 잘 나간다는데 난 딱히 별 매력 있는 줄 모르겠는데다(이 영화만 봐서는 되게 앵앵대면서 앵겨붙는 스타일) 시작할 때랑 끝날 때 잠깐씩만 사람으로 나오고, 대부분의 러닝타임 동안 목소리만 나오기 때문에 주연이라기도 좀 뭣하다. 양영기는 누군가 했더니 월광보합에 나왔던 그 아줌마. 차라리 손려가 나왔으면 훨씬 더 어울렸을 텐데.

계륜미는 뭐 예전 이미지 그대로긴 한데, 간판에 내세워 놓고는 정작 극중에선 남주한테 헛된 대쉬만 일삼고 나비 알레르기라면서 재채기만 열나게 하다가 대학 간다고 떠나 버려서 완전 벙찐다. 난 후반부에라도 다시 나올 줄 알았더니 진짜 그냥 떠난 거였어.

결과적으로 계륜미는 금방 떠나고 강일연은 거의 나비로만 나와서, 정작 제일 많이 등장하는 여캐는 양영기인데 이 캐릭터가 완전 진상인데다 행각에 설득력이 전혀 없어서 영화를 전체적으로 좀먹고 있다. 남주보다 기럭지가 더 길어 보이는 게 스타일은 좋긴 하더만. 암튼 홍보는 완전 계륜미 간판으로 때려 놓고 실상은 거의 낚시 수준.

시나리오는 참 전체적으로 뭐랄까 그러니까 쿠키는 커녕 마가렛에 싣기도 뭐하고 딱 리본에나 연재해야 할 초중딩 수준의 소녀만화 스토리텔링인데 괜시리 환경오염 네타를 끼워넣어서 이질감이 크고 등장 캐릭터들의 행각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맥락이 없어서 거의 쓰레기 수준이다. 전염병 돈다고 막 방역까지 치고 난리인데, 이거 보기 바로 며칠 전에 하필 스티븐 소더버그의 컨테이젼을 본 이후라서 상대적으로 너무 웃겼다.

근데 화면빨은 뭐 전체적으로 중국(대만?) 영화답지 않게 세련된 맛이 있고 CG도 비교적 자연스러운데다 남주 룩스가 꽤 준수해서 보면서 욕나올 정도는 아니었음. 이런 시나리오 같으면 실사 영화보다는 차라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으면 훨씬 더 어울렸을 것 같다. 실제로 중간에 애니메이션 에피소드가 삽입되기도 했는데 연출도 괜찮고 분위기에도 맞았음. 괜시리 환경오염이나 전염병 드립 치지 말고 그냥 로맨스 위주로만 나갔으면 통일성 면에서 훨씬 깔끔한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영화라카면 괜히 선입견처럼 느껴지는 칙칙한 화면이나 무게 잡는 중후한 연출 없이 가볍게 통통 튀는 감각적인 시퀀스들은 참 괜찮았는데 시나리오 자체가 완전 병맛이라.

아 남주는 이름은 모르겠는데 화피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그 양반이다. 생긴 게 딱 전형적인 남주 스타일이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편이라 이런 순애물 찍기엔 참 적합한 마스크인 듯.


- 쉬즈 더 원2

이건 작년에 개봉해서 아바타 흥행기록을 앞섰다는 서기 주연의 로맨틱코미디인데, 스크린에 타이틀 뜨는 거 보니 중국어 원제는 '비성물요'고 영문 타이틀은 'If You Are The One 2'이구만 왜 국내타이틀은 쌩뚱맞게 쉬즈 더 원2 인 걸까 잠깐 의문스럽다가 아 전작이 국내 개봉할 때 쉬즈 더 원으로 나와서 그런가보다 하고 혼자 납득. 원래 한 번 혹성탈출은 몇십년이 흘러 프리퀄이 나오도록 쭉 혹성탈출일지니..(의불)

영화 시작하고 초반 5분 가량 아마도 전작의 썸머리로 보여지는 스냅샷이 나레이션과 함께 흐르는데, 아무래도 전작을 알고 보면 캐릭터들 관계 같은 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기도 하다. 난 전작 전혀 모르고 봤는데 뭐 크게 어렵진 않긴 했지만서도.

서기가 예전엔 참 아리따웠었는데 왠지 세월의 흔적이 조금씩 느껴져서 약간 슬펐고,(스타일은 여전히 출중함) 남주는 연기는 참 잘하는데 대머리에다 왠지 생긴 게 김학래 느낌이 자꾸 나서 보는 내내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이 영화도 초반엔 그럭저럭 평타 이상으로 웃기는 로맨틱 코미디로 잘 나가다가 중반부 넘어서면서 갑자기 삶의 무게로 꾹꾹 짓누르면서 엄청 시리어스한 전개로 나가는데, 이게 중국인들의 정서인 건지 대체 아바타를 어떻게 눌렀다는 건지,(사실 난 아바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의문스러우면서 뭔가 프랑스산 코미디영화 볼 때 느껴지는 정서적 이질감이 제법 들었다. 초반에 돈에 손을 얹고 맹세하는 이혼식 세러모니라든가, 남주-여주간의 계약결혼체험(마치 우결 비스무리한)에서의 하반신마비쇼 같은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은 깨알같이 괜찮았는데 갑자기 불치병 드립 나오기 시작하면서 영 이상해졌다. 아예 다른 장르의 영화 두 편을 그냥 마구잡이로 비벼 놓은 느낌이랄까.

근데 전체적으로 객석의 반응은 어깨 위의 나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좋았음. 특히 아가씨들은 무진장 깔깔대면서 웃던데 내 왼쪽 앉은 분은 막 질식할 것처럼 꺽꺽대면서 웃어서 아니 저게 저렇게 웃을 정도의 씬인가 내가 좀 민망하기도. 더불어 앞줄에 앉은 중국인 3명은 영화 내내 중국어로 쏼라쏼라거리는데 중국인들이 다 저런 건 아니겠지만, 한국까지 와서 굳이 자국 영화를 찾아서 보는 심리도 잘 이해가 안 가고, 보는 거야 좋은데 좀 조용히 볼 것이지 저렇게 민폐를 끼치니 에잉 쯧쯧쯧.


암튼 계륜미랑 서기 간만에 봐서 뭐 나쁘진 않았는데, 영화적으로만 얘기하자면 두 편 다 영 애매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냥 건국대업-건당위업 2연타나 때릴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가 저 2연타는 어차피 엄청 교조적이었을 게 분명하니 아마 더 싫은 소리 나왔을 것 같다.


P.S> 내가 본 두 편은 아직 국내 미개봉작이라 그런지 자막이 우측 끄트머리에 세로로 들어가 붙었는데(쉬즈 더 원2는 우측에 한글, 하단에 영문) 폰트도 너무 가늘어서 가독성이 영 떨어지는 관계로, 자막에 의존해야 하는 입장에서 꽤나 불편했다.
by Lucier | 2011/10/03 19:48 | Movi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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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1/10/04 11: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cier at 2011/10/04 18:11
요새 용산역으론 거의 안 다니고 신용산역으로만 다녀 버릇해서 잘 모르겠는데 암튼 전철이 낫지 않나. 버스는 152번이 지나다니긴 할 텐데 도심 지날 경우엔 아무래도 정체가 심해서.

환승만 안 된다 뿐이지 3번인가 4번 출구로 나가면 그냥 바로 아이파크몰이랑 용산역사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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