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명장 관우
캐리비안의 해적 4탄 보러 갔다가, 이게 걸려 있길래 에잉 캐리비안의 해적이야 나중에 와도 볼 수 있지만 이건 금방 내릴 테니 먼저 보자 하고 슥 전환.

맨날 블록버스터는 나중에 와도 보겠지 하고 미루다 보니 토르도 아직 못 보고 다 내려가는 판인데, 사실 또 워터 포 엘리펀트 같은 건 꼭 봐야지 했음에도 잠깐 미뤘더니 개봉하고 일주일 지나니깐 다 내려가서 또 결국 못 본 판이라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결론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난 주 막 개봉해서 다음 주 정도까진 틀 것 같기도 한데, 요 밑으론 스포일러 포함될 수 있으니 행여 보실 분들은 알아서 주의하시고.


견자단이 관우로 나온다는 것 빼곤 전혀 사전정보 없이 봤는데, 뭐 뻔히 예상했다시피 견자단 룩스가 전혀 관우에 어울리는 풍모는 아니다. 덕분에 뭔가 몰입감은 별로 안 생기는데 대신 견자단 특유의 현란한 액션으로 최대한 커버.

사실 견자단은 말타고 다니면서 언월도 휘두르는 스케일 큰 액션은 전혀 어울리지 않고 협소한 공간에서의 지형지물을 활용한 하드보일드 액션 & 미칠 듯한 발차기로 먹고 들어가는 배우라 할 수 있는데 영화가 삼국지 영화이니만큼 발차기는 거의 선보이지 못했지만 대신 오관돌파라는 시퀀스를 끌어와서 비교적 괜찮은 수준의 지형지물 액션을 소화해 냈다.

첨 시작할 때 보니깐 타이틀은 관운장이고, 영문 부제로 The Lost Bladesman 이라고 뜨던데 국내 개봉 타이틀은 그냥 명장 관우도 아니고 굳이 삼국지 명장 관우라고 붙여 놔서 좀 구질구질한 느낌인데, 정작 스토리텔링은 전혀 정통 삼국지가 아니라 각색이 아주 과도해서(꼭 나쁜 의미는 아님) 오소독스한 대하 역사물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에겐 벙찌는 물건일 것 같기도 하다.

뭐 하긴 연의 자체가 소설이고 정사와는 그 갭이 어마어마하니 어차피 영상물인데 소설 따라가느니 이렇게 막 헤집어 놓는 게 그나마 덜 식상하고 뭐 암튼 개인적으론 그리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상기 언급했듯 대규모 전투씬은 도입부에서 안량 킬할 때 잠깐 등장하고 그 후로의 액션씬은 오관돌파를 배경으로 진행되는데 기수관, 동령관 등의 소규모 전투 무대를 마련해 놓고 핸디캡으로 여자를 하나 붙여 놔서 견자단의 먼치킨스러운 막강함을 약간이나마 상쇄하려는 장치로 사용했다.
 
근데 이 여자 캐릭터가 나름 키포인트도 쥐고 있고 얼굴도 좀 금보라삘 나긴 하지만 깔끔하니 이지적으로 이쁘장해서 나이스 캐스팅이었다. 스탭롤 올라갈 때 이름 보니깐 손려던데, 꽤 관심이 가서 다른 데 뭐 나왔었나 뒤져 보니 화피에 출연했던데 극장에서 봤음에도 잘 기억 안 나는게 주신, 조미 말고 그 꼽사리 여자 무예가였던가 싶기도 하고 영 가물가물. 같이 본 친구는 이나영 닮았다 그러던데 그건 이나영님께 좀 죄송한 발언인 듯.

암만 그래도 유비 (예비)후처랑 관우가 눈이 맞는데, 관우가 허벅지 막 찔러가며 억지로 참아낸다는 전개는 좀 억지스러운 감이 있지만 애시당초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

조조로 나온 배우가 강문이라는 양반이던데, 사실 견자단에 비해서 훨씬 배역 소화를 잘 해 냈다. 최근의 삼국지 영화화라면 적벽대전 2부작과 삼국지 용의 부활 정도가 떠오르는데 개중 조조 캐릭터 중에 가장 개성 있고 긍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견자단은 뭐 액션 하나는 지금 저 바닥에서 누구라도 쌈싸먹는 최고수의 반열이니 참 시원시원하게 잘 싸우는데 아무래도 삼국지다 보니 현란한 발차기는 거의 볼 수 없었고, 언월도도 그리 많이 쓰진 않는다. 또 좀 웃기는 게 언월도 사이즈가 영화 초반 말 탈 때는 길었다 중후반 백병전 모드 들어가선 짜리몽땅해지고 하는 게 무슨 여의봉도 아니고. 뭐 견자단 자체가 사이즈가 짜리몽땅해서 언월도 너무 길면 그림이 안 나오니 이것도 그러려니 하자.

중간중간 오그라드는 대사들도 제법 나오고, 특히 조조 & 관우 커플링이 의심되는 의미심장한 씬들도 좀 있는데, 어쩌면 여성향 동인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신나할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동행인이 하도 킬킬거리면서 봐서 괜히 나까지도 자꾸 이상한 상상이...(하략)

감독이 무간도 연출했던 맥조휘인데, 역시 하던 가닥이 있는만큼 종반부에 반전이랄까 함 확 꼰다. 사실 초반부에 복선을 깔고 들어가 줘서 어느 정도 예상이 가긴 했다. 복선을 헌제가 깔아 주는데, 헌제가 하필 또 나 아는 어떤 사람이랑 닮아서 좀 웃겼는데, 이 분이 지금 유명 달리하신 분이라 또 웃음도 안 나오고 순간 흠칫했다.


결론적으로 삼국지 애독자들에게 권하기는 좀 애매한 영화지만, 견자단식 액션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나게 볼 수 있을 영화.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싶지만 적벽대전 시리즈가 결전2에 가깝다면, 명장 관우는 딱 진삼국무쌍삘.

사운드가 좀 과잉으로 팡팡 터지긴 하는데, 견자단 동작이 워낙 시원시원해서 그럭저럭 잘 어울린다.

캐리비안의 해적 신작도 보기야 보겠지만, 어째 나한테는 이거이 명장 관우보다 별 재미없을 듯도. 간만에 극장에서 재미나게 본 영화.

더불어 메가박스 동대문은 역시 스크린 크고 사운드 잘 터지고 사람 없어서 이런 액션 영화 보기엔 최고인 것 같다.

by Lucier | 2011/05/26 00:01 | Movi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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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쾌속고양이 at 2011/05/26 00:03
사람마다 취향이 좀 다르겠지만 이번 캐리비안의 해적은 좀 별로였음.

주역도 아닌 조역 (킹 조지) 연기 하나가 강렬하게 뇌리에 박히긴 했는데, 그 외에는 딱히 임팩트도 없고... 1,2,3편이 훨씬 재미있었던 듯.
Commented by Lucier at 2011/05/26 00:09
나는 사실 1~3편도 크게 재밌게 본 편은 아닌데, 이번 4편 본 사람들 대개 시리즈 사상 제일 시시하다고 해서 지금 기대를 거의 버린 편.

근데 뭐 딱히 볼 것도 없고 해서 보긴 볼 듯. 담달초에 엑스맨 신작은 볼 꺼고 토르 보긴 봐야는데 이번 주말까지 트는 데 있으려나 몰겠네.
Commented by arbiter1 at 2011/05/26 14:57
오 저도 보고 싶네요. 혹시 황비홍 2에서 그 청나라 관리로 황비홍하고 겨룬게 그 견자단 아닌지? 그 천으로 포곤 만들어쓰는 관리 말입니다. 비슷하게 생겨서 물어봅니다~
Commented by Lucier at 2011/05/26 17:35
포곤 쓰는 사람 맞습니다. 연걸이 횽아가 워낙 크게 먼저 떠서 그렇지 사실 자단이 횽아도 동년배죠.

남아당자강도 죽이지만 신용문객잔에서 진짜 처절하게 썰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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