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 제인 에어
오늘부로 CGV 포인트, 내일모레(5월 2일) 부로 메가박스 포인트가 대폭 사라진다.
CGV 포인트 같은 경우는 작년께부터 거의 CJ ONE 포인트(계열사 통합 멤버십)로 통합유도를 하고 있고 적립 자체도 9월까지만 되던가 해서 이제 남은 거 떨고 나면 거의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암튼 근 몇년 영화를 좀 많이 보다 보니 역시 사라지는 포인트도 몇만 단위라 까먹을 수 없으니 억지로라도 다 소비했는데 이게 평일에만 쓸 수 있으니 참 애매하다. CJ ONE 포인트는 롯데포인트 마냥 아무 때나 쓸 수 있으니 겉보기엔 매우 리버럴해 보이는데 실상은 적립율이 10%->5%로 줄어서 더럽다.

여담이지만 메가박스는 포인트를 웹상 예매로 못 쓰고 지점 방문해서 평일 초대권으로 바꿔야 되는데, 어제 메가박스 동대문 들러서 바꾸다 보니 소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막 관리대장까지 꺼내 놓고 내역 적으라 그래서 좀 짜증. 예전에 4장씩 한 번에 바꾸고 할 때도 그냥 지급했었는데 뭘 새삼스럽게 그러는지.

원래 마셰티를 보려다가 개봉관이 도심이나 동네엔 전혀 없고, 코엑스나 강변까지 나가기는 도저히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고 대학로 나가서 시간 맞는 걸로 대충 소진.


- 고백

국내 개봉한지는 꽤 한참 지났는데, 다 내린 줄 알았다가 아직 틀고 있길래 슥 감상. 주변에 본 사람들 몇 명이 하도 극찬들을 해서 기대를 제법 하고 봤는데 보고 나서 느낌은 생각보단 좀 별로.

최근 영화계의 스토리텔링 트렌드라 할 수 있는 복합 내러티브로 전개되어 나가는데, 사실 이런 다중 화자 나레이션은 일본 쪽에선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구조로 이미 고전인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에서(영화판 라쇼몽)부터 인피니티 시리즈로 대변되는 최근의 텍스트노벨 계열까지 매체 불문하고 참 다양하게 많다. 꼬고 꼬다가 끝에 가서 팍 터지는 데서 청량감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는 일본인들의 정서에 잘 부합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극전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

영화 고백은 일반적인 복합 내러티브와는 약간 차별화된 요소를 지니고 있는데 얽히고 섥힌 의혹이 차례로 풀려 나가서 그랜드피날레를 맞이하는 오소독스한 복합 내러티브 구조가 아니라 진실을 초반에 터뜨려 놓고선, 다 터뜨린 줄 알았지 사실은 그게 아니야 하면서 찔끔찔끔 주변부를 깎아나가는 어찌 보면 좀 피곤한 구조로 진행된다.

원작 소설을 읽어 보지 않은 입장에서 영화만 보고 평가를 내리기는 약간 애매한 감도 없지 않지만 텍스트를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과잉 연출이 좀 있어 보인다. 특히 클라이막스 부분의 시퀀스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급작스런 확대화가 이뤄진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거의 공감할 수 없는 매조지였다. 이런 시나리오는 논리적으로 까기 시작하면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뜬금없는 스즈키 폭탄 시나리오 분기는 솔직히 어이없는 느낌. 아니 화자가 뭘 얘기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그걸 표현하는 방식에 너무 허점이 많지 않은가. 뭐 그것까지 그냥 러프하게 노린 거라면 딱히 더 말할 건 없지만서도. 근데 별로 노린 것 같진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매우 일본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데, 통일성의 유지란 면에서 볼 때 그 점은 평가할 수 있을 듯 하다.
다만 영상화보다는 차라리 연극 무대에 올려서 대사의 깊이를 살리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원작 소설도 한 번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근데 일본 원작물 영화 보고 원작 읽어보고 싶어진 경우가 제법 있지만 만화 원작은 몰라도 소설 원작은 왠지 모르게 손이 잘 안 가서 읽게 될지 어떨런지는 미지수.

마츠 타카코는 이제 연배가 제법 있음에도 여전히 여리여리하고 위원장(자막은 반장이지만 아무튼) 아가씨가 엄청 이지적으로 예뻐서 될성 부른 떡잎으로 보인다.


- 제인 에어

제인 에어 원작을 5~6학년 무렵에 읽었었는데 사실 나는 특정 문학작품군에 대한 트라우마 비슷한 게 약간 있는데 제인 에어도 그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소설이다. 내 독서량은 초중등 시절에 압도적으로 집중되어 있는데 중학생 때부턴 SF나 탐정물 등 장르소설에 빠졌고 순문학은 거의 그보다 이전 시기다. 당시 집에 있던 60~70년대 출간 전집으로 순문학 처음 접한 게 많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전집류들은 원서를 직역한 것이 아닌 일서 베이스로 출간한 듯 싶은 게 등장인물이나 지명부터, 문체까지 일본삘이 물씬 풍겼던 것 같다. 그래서 최근 쌔끈하게 뽑혀 나오는 세계문학전집류로 예전에 봤던 작품들을 다시 보면 이게 내가 전에 봤던 그 책이 맞나 약간 생경함이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

암튼 제인 에어 볼 때 대충 같이 봤던 소설들이 테스, 폭풍의 언덕, 적과 흑, 좁은 문, 오만과 편견 등인데 트라우마 비슷한 거란 건 저 작품들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마구 뒤섞어 있어서 정확히 개별화되질 않는다는 것. 특히 폭풍의 언덕, 테스, 제인 에어가 심하다.

각설하고 별로 제인 에어 영상화가 얼마나 잘 됐나 궁금해서 본 건 전혀 아니고, 그냥 시간대도 맞고 제인 에어 배역이 무려 미아 와시코우스카길래 대체 어떻게 나오려나 흥미가 동해서 본 건데 이게 참 괴작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미아 와시코우스카(이하 미아)는 제인 에어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배우인데, 그 우려는 그야말로 크리티컬로 직격해서 정통 스토리텔링임에도 보는 내내 뭔가 어색했음. 일단 미아양이 참신한 마스크이긴 한데 이런 마스크는 앨리스 인 원더랜드처럼 개성 넘치고 주도적인 캐릭터에 어울리지 제인 에어 같은 정통물에선 좀 붕 뜨는 느낌이다. 아니 제인도 뭐 성격적으로는 충분히 주도적인 인물이지만 그러니깐 미아는 청순미도 관능미도 느끼기 힘든 뭐랄까 한마디로 멜로물엔 안 어울린다는 얘기.

초반에 외숙모 댁에서 구박받을 때랑 기숙학교서 왕따당할 때 아역배우가 등장하는데, 미아가 맡은 성인 배역도 그냥 키만 커졌지 뿜어져 나왔어야 할 여성미는 아역이나 본 배역이나 그게 그거라는 게 참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거기다 어린애를 정통 사랑놀음시키려다 보니 옷이나 머리 모양으로 커버를 해야 되는데 이게 또 최악이라서 나름대로 귀여운 미아 얼굴이 완전 어설프게 늙은 아줌씨 마스크가 되어 버려서 보는 내내 참 슬펐다. 아 의상, 헤어가 추리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름 고증 꼼꼼하게 잘 했는데 미아양한테 잘 어울리지가 않았을 뿐.

카메라 앵글이나 사운드 연출은 호러 무비의 전형적인 그것을 중간중간 차용하고 있는데 의도도 잘 모르겠고 이 언밸런스함이 결국 진지한 영화를 (적어도 내겐) 코미디로 만들어 버렸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 제인 에어 2010년도판 영화는 초반에 한 번 종반에 한 번 해서, 두 번 아주 크게 빵 터지는데 이게 사실 전혀 웃겨야 할 부분이 아니고 진지한 부분임에도 관람객들의 폭소가 터졌다는 건 연출자의 본래 의도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받아들여졌음을 알 수 있다. 아 진짜 끝에 갑자기 브라더~ 할 때는 웃겨 미치는 줄 알았다.

위에 원작에 대한 트라우마 어쩌고 저쩌고 언급했던 건 영화 보고 나니깐 너무 웃기는 부분이 많아서, 이게 원래 소설에서도 그랬던 건가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폭풍의 언덕, 테스랑 마구 뒤섞여 있어서 디테일한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았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굳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 예전에 볼 때도 참 밸로 재미없었던 건 확실하기에. 근데 순애물 스토리텔링이면서도 뭔가 고딕 호러 느낌이 났던 것 같기는 하다. 원래 브론테 자매 소설들이 다 좀 괴스러움.

사실 소공녀나 제인 에어 원작을 보면 딱 일본 소녀만화 스토리텔링의 전형적인 요소를 여러 모로 지니고 있는데 소공녀 영화가 담백하게 원작을 잘 빚어낸 수작임에 비해 이번 제인 에어 영화는 여러모로 웃긴다. 뭔가 붉은 기운이 도는 색감이나 고딕 느낌 물씬 풍기는 황량한 셋트, 육중한 대사 등등이 스토리텔링과는 하나같이 죄다 붕 뜬 느낌인데,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제인 에어 원작을 가지고 무슨 주홍글씨 영화를 만들어 보려고 한 건가 싶은 그런 삘.

거기다 남주가 연기는 괜찮았는데 일단 미아 와시코우스카랑 너무 안 어울린다. 운명적인 사랑 앞에 고뇌해야 할 두 남녀가 커플이라기보단 무슨 삼촌, 조카 지간 같으니 감정 이입도 안 되고 절절한 대사가 나와도 뭔가 이질적.

대사는 굉장히 클래시컬하면서 점잖은데, 영화 진행 내내 욕설이나 비속어 비스무리한 것조차도 전혀 없다. 영국식 영어 LC 교재로 써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 억양은 영국식인지 잘 모르겠는데 발음이나 어휘는 영국 냄새 풀풀 난다. 뭐 사실 대사들은 전반적으로 다 맘에 들었고 영화 분위기에도 잘 녹아든다. 다만 이게 각 캐릭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과정의 영상화를 통해서 코미디 아닌 코미디가 되어 버린 게 문제일 뿐.

미아 와시코우스카 나온 영화는 디파이언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브리바디 올라잇에 이어 4편째 봤는데 여성적인 매력은 다니엘 크레이그 막내동생이랑 결혼하는 유태인 소녀로 나왔던 디파이언스에서가 그나마 제일 두드러졌고 그 이후론 어째 갈수록 그냥 똘망똘망한 여자애 기믹으로만 느껴져서 앞으로 배역 다변화를 노리려면 뭔가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제인 에어도 미아 대신 아만다 사이프리드나 스칼렛 요한슨이 나왔으면 연출 시퀀스 그대로 썼어도 아주 그냥 영 딴판인 영화가 나왔을 듯.

아무래도 오만과 편견 최근 영화판이랑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번 제인 에어 영화판은 배우의 비쥬얼과 캐릭터가 부합하지 않음에서 보이는 나타나는 무리가, 괜찮은 수준의 촬영, 연출을 다 덮고도 남음이 있어서 여러모로 안타깝다. 미아 와시코우스카의 연기는 전혀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당찬 캐릭터를 잘 살려낸 호연이었음에도 남주랑 그림만 잡히면 일단 안 어울리니 로맨스물에서 이를 어쩐단 말인가. 키이라 나이틀리는 오만과 편견에 너무나 잘 어울렸지만 미아 와시코우스카는 제인 에어로서는 미스 캐스팅이었다.

뭔가 배경 컷 잡는 것도 그렇고 앵글도 그렇고 조 라이트 느낌이 계속 얼핏설핏 드는데 이런 남주-여주 조합으로 갈 꺼였으면 로맨스 노선을 줄이고 더 와일드한 감독을 기용해서 대 놓고 고딕 호러삘로 갔으면 차라리 더 매력적인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근데 그러면 또 제인 에어 타이틀 달고 나오긴 또 뭐하니.

덤으로 우리의 007 M 아줌씨(할머니?) 주디 덴치 여사님께서 페어팩스 하녀장으로 나오셨는데, 별로 어울리진 않지만 역시 관록의 연기력.
남주 로체스터 역은 300에서 우리의 화살은 태양도 덮을 것이다 어쩌고 했던 스텔리오스, 그리고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에도 나왔던 아저씨. 무슨 패스밴더였나. 마이클 패스밴더 맞나. 암튼 연기는 역시 괜찮았지만 미아랑 키스씬 나올 때는 내가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흥행할 포인트는 전혀 보이지 않는 영화인데, 의외로 관객이 많아서 놀랐다. 거의 상영관 한 3/4은 찬 것 같던데. 내가 근래 본 외화들 중에 사람 제일 많았던 듯.

로맨스물로 보기엔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지만, 극전개가 스피디하고 일직선이라 그다지 지겹지도 않고 19세기 영국 풍광이나 고성 셋트 등의 느낌은 아주 고딕 느낌 잘 살리고 있으며 중간중간 얘기치 않게 빵빵 터지는 부분도 있으니 영국 시대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냥 다큐(...) 보는 느낌으로 보면 은근 재미날런지도. 뭐 사실 나도 계속 까기만 한 것 같지만 로맨스 느낌이 안 나서 그렇지 되게 재미나게 봤다. 고백 보고 바로 이어서 봤는데 누가 다시 보라 그러면 제인 에어 다시 볼 꺼임.
by Lucier | 2011/04/30 22:44 | Movie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Lucier.egloos.com/tb/363739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at 2014/03/20 14:33
원래 제인에어 원작에서도 제인과 로체스터는 나이차이가 꽤 나게 나와용..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