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감상 몰아서
저번엔 한양을 오랜만에 갔더니 그래도 살 게 좀 있었다. 사실 벌써 꽤 됐는데 찔끔찔끔 보다가 뒤늦게 몰아서 슥슥...
- 스킵비트 26권

원서로 다 본 거라 별다른 감흥 없음. 그나저나 원서 때도 언급했었지만 저 러브미 유니폼 표지는 암만 봐도 11번가 퉤니원 CF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안 움직여도 쏜다가 자꾸 생각난다.

27권 나올 때 된 것 같은데 요새 하나토유메를 안 사니 언제 나오나 모르겠네. 아마 연재분은 대충 29권 분량까진 나갔을 것 같은데..


- 오토멘 11권

원서로 다 본 거라 별다른 감흥 없음. 이것도 12권 원서 언제 나올지만 궁금하네.


- 인형궁정악단 1권

원서로 다 본 거긴 한데, 번역이 어찌 되어있을까 몹시 궁금해서 망설이다 샀건만...역시 부실하다. 사실 엉망진창이라고 까고 싶은데, 이 만화 자체가 원체 중의적인 표현이 많아서 번역하려면 개피 쏟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말하긴 차마 좀 미안하고 아무리 그렇다곤 해도 번역이 아주 엉성하다. 다른 메이저한 작품들 꽤 많이 하신 역자 분이던데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덧붙여 1권이 그나마 나은 축이고 2권, 3권 가면 1권보다 훨씬 더 번역하기가 난해할 텐데 뭐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니겠고.

사실 이 작품은 아무리 로컬라이징을 잘 해도 도저히 원서 텍스트의 분위기를 살리기 힘든 작품이라, 그냥 1권 맛배기 한 걸로 쫑내고 앞으로는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예정. 일본어 독해 되시는 분들은 원서로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 백자 1,2권

저 시놉시스 요약 문구를 봤을 때 아 이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인데 했더니만, 1권 딱 보니 첫 챕터가 예전 하나토유메 부록으로 실렸던 거다. 페티쉬(...) 스토리즈 어쩌고 해서 묶여나온 것 중에 맨앞에 있었는데 나도 참 휘발성 메모리구나. 암튼 깔끔하게 2권으로 완결. 원래 단편으로 그렸던 걸 꽃꿈 편집부에서 더 그려보련? 해서 더 그린 거라는데 그래 그런지 1권 말미에 좀 억지스러운 급전개를 날렸다가 2권 들어가선 또다시 억지스럽게 다시 뒤집어 메데따시메데따시. 뭐 스타일리쉬한 연출이나 질척질척한 소재는 참 맘에 드는데 또 스토리텔링 자체는 지고지순한 순애물이라 약간 언밸런스한 느낌. 반동인물이 단 한 명도 없고 죄다 착한 사람들만 나온다는 게 약간 비취향이지만, 그것도 뭐 작가 커멘트 보니 납득이 안 가는 바는 아니라서.

작가인 모리에 사토시는 하나유메 계열 신진 작가 중에 작화 능력은 가장 괜찮은 편이라고 보는데, 이제 슬슬 좀 호흡이 긴 작품을 그려 봐야 앞으로 중박 이상을 터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토멘으로 대박 터뜨린 칸노 아야도 딱 이런 느낌으로 단권, 2권 짜리만 그려 대다가 한 번에 팍 터졌으니 그런 루트를 따라가기를 기원해 본다. 자질은 충분히 느껴지는 작가라서 기대 중.
- 이말년 씨리즈 슈퍼스타 조선쌍놈과 우주대도 방숙이

말이 필요없는 이말년의 최초 단행본. 근데 셀렉션이 그렇게 썩 흡족하진 않다. 뭐 나중에 더 묶여 나오겠지.
여담이지만 지난 주에 광화문 교보에서 싸인회를 했었는데 평일이라 못 갔다. 꼭 가고 싶었는데..
-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10권

10권으로 완결. 3권 무렵까지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 줬던 DMC가 금단의 똥 네타를 주워섬기면서 참 재미없어졌던 것도 사실인데 그나마 완결은 납득할 수 있는 분위기라 다행이다. 사실 이 10권 분량에서도 기복이 매우 크긴 하다. 빵빵 터지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이뭥미도 역시 공존.

가장 우려했던 건 끝날 때 갑자기 네기시가 개과천선해서 다 때려치우고 일코를 시작하는 전개였는데, 그래도 작가가 소신 있게 끝까지 밀어붙여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더 레슬러에서 미키 루크가 마리사 토메이나 에반 레이첼 우드한테 갔으면 매가리 없는 평작(내지 졸작)으로 끝났을 걸 링에서 프레스를 날리면서 희대의 걸작이 되었듯이 DMC도 그나마 완결 에피에선 수미쌍관을 이루고 있어 충분히 평작보다는 훨씬 괜찮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달까. 더이상 질질 안 끌고 10권(..도 사실 많이 늘어지긴 했다 4,5권에 끝났으면 참 좋았을 것을)으로 쫑낸 것도 현명한 선택.


- 코스프레 애니멀 14권

14권으로 완결. 사실 13권에서 대충 얘기 다 끝나긴 했는데 14권에서 번외편으로 아라타 후속 에피랑 리카-하지메 후일담이 수록.

코스애니도 참 극초반 1,2권 무렵에 미칠 듯한 뽕빨 스토리텔링으로 날 즐겁게 해 주다가 중반 들어가면서 점점 평범한 소녀만화로 바뀌어 어어하다가 말미엔 어울리지도 않는 신파극으로 변해서 뜨악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번외편 실린 14권이 실제 완결에 가까운 13권보다 차라리 더 재밌는 듯한 느낌.

..뭣보다 아라타가 낚아 챈 사자소녀(...)가 너무 깜찍이라 이 만화 최후의 승자는 결국 아라타인 것 같다.
- 너는 걸프렌드

스페셜에이로 대박을 터뜨리고 요즘은 성우카츠를 연재 중(..인가 끝났나 모르겠지만)인 미나미 마키의 초기작.

뒷면에 포복절도할 로맨틱 코미디라고 적혀 있어서 샀는데, 이거 진짜 되게 웃긴다. 기본적으로 템포가 상당히 좋은 데다 남주나 여주의 캐릭터가 너무 확실하고 또 일관성이 있어서 나 개인적으로는 스페셜에이보다 훨씬 재밌었음.

좀 부연하자면 여주는 스키비의 쿄코 같은 아이인데 츤츤츤츤츤데레 속성이고, 거기에 남주는 오토멘의 아스카(..랄까 메이크업의 귀재이니 토노미네에 더 가까울지도) 같은 아이라서 이 둘이 부딪히면 시너지가 장난 아니다.

암튼 단권은 거의 그냥 돈버리는 느낌으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거 기대 이상으로 재미나서 매우 만족스럽다.


- 가시의 규칙

난 코믹스 단행본을 살 때 뒷면 썸머리를 슬쩍 보고 끌리면 사는 경우가 많은데, 덕분에 종종 낚이기도 한다. 이 만화가 딱 바로 그꼴인데 뒷면에 막 성의 규칙은 '메이드는 주인과 눈을 마주쳐서는 안 된다'는 것, 성주 뭐시기 백작은 하인들 사이에선 마왕이란 별명으로 불리고 어쩌고 이래 적혀 있어서 고딕 호러물(...)인 줄 알고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깐 소녀의 꿈이 이루어지는 마법의 메르헨(.....) 헐 이게 뭐야 하고 30분만에 뚝딱 감상해 보니 뭐 매우 오소독스한 신분초월 연애물이다. 너무 달달해서 화가 날 정도.

보통은 띠지에 낚시성 문구가 많고 뒷면 줄거리가 제대로 된 본편 참작인 편이라 뒷면을 많이 보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 우리 포치가 말하길 2권

이것도 원래 단편으로 그렸던 만화가 평이 괜찮아서 장기 연재작으로 넘어간 케이스인데, 뭐 타치바나 유타카가 원체 관록 있는 작가다 보니 백자와는 달리 별다른 기복 없이 잘 전개되는 중. 뭐 아주 장기로 갈 것 같진 않고 4권 정도면 끝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여주야 뭐 타치바나 만화 여주들이 늘 그렇듯이 귀여움의 화신이고 남주도 아주 캐릭터리티가 시원시원해서 그림이 잘 나온다. 전작인 카나카모(국내 타이틀 : 사랑일까요)도 여주는 몹시 귀여웠지만, 주변 캐릭터가 너무 많고 인간관계가 얽히고 섥히는 통에 쉬이 읽히질 않았는데 이 우리 포치..는 설정 자체는 좀 말도 안 되지만 일직선 스토리텔링이라 그냥 편하게 잘 읽힌다.

사실 만화도 만화지만, 타치바나 유타카는 단행본 중간중간 하단(1/4 스페이스 말고)에 써 놓는 DVD 추천에 나오는 영화들이 내 취향과 놀라울 정도로 비스무리해서 놀라울 지경. 세상에 어떤 소녀만화가가 자기 단행본에서 이스턴 프라미스, 그랜토리노, 테이큰, 더 레슬러 등등을 찬양한단 말인가. 이 아줌마가 이스턴 프라미스 감상 써 놓은 게 또 일반인의 시각이랑 참 많이 다른데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함 언급해 볼 지도.


- 캡틴 아리스 1권

전관예우같은 기분으로 타카다 유조의 모든 단행본을 사고는 있지만 리틀 점퍼나 츠쿠모가 잠든 시즈메 공히 참 여러모로 애매한 감이 많았는데, 이 캡틴 아리스는 일단 1권이라 그런 건지 꽤 박진감이 있다. 약간 의욕 과잉이라 느낌도 없는 건 아니지만 뻔한 퇴마물보단 차라리 이런 참신한 소재가 더 나은 느낌. 부킹 라이프도 2권으로 끝나긴 했지만 타카다 유조 최근작들 중엔 그래도 가장 기승전결이 괜찮았다고 보는데 이것도 괜히 질질 끌다가 리틀 점퍼 마냥 설정 배배 꼬이는 사태 안 터지고 깔끔하게 끝났으면 좋겠다.

여주가 룩스 자체는 타카다 유조 전형적인 여주지만서도, 메카페치에다 완전 광년이 코드라서 꽤 재미나는 캐릭터. 근데 딱 보니깐 남주가 꼬맹이랑 중년들만 나와서 별로 러브라인으로 이어질 것 같진 않고, 어째 점점 매니악하게 파고 들다가 인기 뚝뚝 떨어지고, 편집부에선 짤라 버리고 싶은데 작가가 워낙 베테랑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니 차마 그럴 수도 없고 모드로 갈 것 같아서 좀 불안하긴 하다. 어쨌든 1권은 꽤 괜찮게 감상.

..여담이지만 사잔아이즈 애장판이 라이센스로 나왔던데 서울문화사가 아니라 학산이라서 약간 놀랐음. 번역도 다시 했으려나. 그렇다고 뭐 애장판까지 또 살 생각은 별로 없지만서도.



by Lucier | 2011/02/26 00:51 | Books/Comics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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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uningoo at 2011/02/26 04:02
백자는 의외로 질척질척한 스토리라 맘에 들었습니다 (응?)
우리포치는 타치바나 작가를 원채 좋아하는지라 망설임 없이 구입했습니다. 꽤 말도 안되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거북살스럽지않게 읽히는 것도 작가의 저력이겠지요. 그리고 저도 사랑일까요는 읽기 버거웠다에 한 표입니다.
타치바나 작가의 취향은 상당히 만화하곤 동떨어진 느낌이라. 흥미롭습니다. 그런 취향이 적절히 가미된 후기만화가 특히나 재밌지요. 전에 진짜로 하고 싶은 만화 장르에 대해 언급한적이 있는데, 그런풍의 만화도 하나 내주면 즐겁게 읽어줄 의향이 있지만, 역시 팔릴지는 의문입니다?ㅎ
Commented by Lucier at 2011/02/26 22:23
백자 작가인 모리에 사토시 작화 보면 깔쌈한 게 코가 윤 중기 시절 느낌도 좀 나고 카미조 아츠시(..보다야 훨씬 떨어지긴 하지만) 마냥 여백의 미도 잘 살리고 있어서 스토리텔링 능력만 좀 보완되면 좋은 작품 충분히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시급한 건 점점 저연령향 취향이 심해지는 꽃꿈을 떠나서 라라 정도로라도 이적을 하는 건데 그러기엔 또 짬이 안 되니..

타치바나 유타카는 정말 느와르나 호러물 그리면 본인이 신나서 엄청 열심히 그릴 것 같은데, 전혀 안 팔리겠지요.
후기 만화는 어디 실렸던 건진 가물가물한데 애완견한테 엄마는 이제 안 돌아온다고 속여먹는 게 기억에 참 남네요. 엄청 웃겼더랬는데..
Commented by M2SNAKE at 2011/02/26 10:21
사잔 아이즈는 번역 새로 했다고 하더군요. 중국어 관련해서도 손을 많이 본 모양입니다. 감수까지 붙여서 나름 열심히 만든듯?
Commented by Lucier at 2011/02/26 22:24
근데 암만 열심히 만들어 봤자 지금 2011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 사잔아이즈 애장판 라이센스판을 굳이 또 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런지는 심히 의문스럽습니다.

나름 광빠라고 할 수 있는 저조차도 구매욕이 전혀 안 생기는 판이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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