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가의 13
2권도 사 놓고 비닐밖에 못 뜯었는데, 벌써 3권이 나왔더라. 사실 1권을 거의 한 반 년에 걸쳐 깨작깨작 보고, 2권은 초반 몇 페이지 보다 너무 어지러워서 던졌는데, 그래도 만화 자체가 싫었던 건 아니기 때문에 3권도 역시 구매.

개인적으로는 음양사 이후 가장 보기 힘든 만화가 아닌가 싶은데, 음양사 같은 경우 어휘가 어려워서 그렇지 작화나 가독성은 매우 시원시원하고 깔끔했던 반면에, 이 레가의 13은 그다지 어려운 어휘는 없지만 이상야릇한 등장인물들의 이름, 이상야릇한 지명, 매우 화려하다 못해 막 복잡한 의상, 매우 화려하다 못해 막 복잡한 배경, 엄청나게 많은 말풍선, 그 많은 말풍선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좁쌀같은 텍스트들, 또 엄청나게 많은 집중선, 당연히 오밀조밀하다 못해 갑갑할 수 밖에 없는 컷배분, 지독히도 안 좋은 가독성의 폰트 등등 그야말로 물리적인 면에서 보기가 참 고된 물건이랄까. 거기다 설정이나 인간관계도 꽤나 비비꼬여 있어서 보고 있으면 그 인간들의 르네상스삘 과다로 풍기는 이름, 지역명, 의상에 완전 취하게 된다. 술빨고 보면 토할지도 몰라 진짜.

..근데 저 많은 난관들을 헤치고 볼 수만 있으면 꽤 재밌는 만화다. 작화야 뭐 과도하게 현란하긴 해도, 베이스 자체야 야마자키 타카코니 당연히 수준급이고.

스토리는 대충 대항해시대+섀도우 오브 메모리즈+메르크리우스 프리티 정도. 연금술 로맨스물이라고 볼 수도 있고, 나름 여장물 & 남장물이기도 하고 암튼 상당히 세련스럽게 뽑힌 하이브리드물이라 볼 만한 요소는 꽤나 많다. 다만 보기가 힘들 뿐. 솔직히 소재들은 완전히 내 취향에 직격 한가운데 스트라이크존이긴 하다. 그러니 이리 궁시렁대면서도 사는 거고.

나름 국내에도 고정팬을 확보한 베테랑 작가의 최신작임에도 불구하고, 라이센스판이 안 나오는 건 아마 번역하기가 힘들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쩜 누가 번역하다가 신경질나서 집어던졌을런지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1권 중에서 발췌. 한 80% 이상은 다 저런식으로 빼곡빼곡하다. 와 다시 봐도 쩌네.-_-;;

좀 재밌는 건 뽀이 27권이랑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레가의 13 3권 띠지는 뽀이 27권 광고 때리고 있고, 뽀이 27권 띠지는 레가의 13 3권 광고를 때리고 있었다. 뭐 백천사랑 소학관이야 어차피 패밀리니 크로스로 못 때릴 것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요새 뽀이나 레가의 13이나 발매 템포가 그리 늦지 않은 걸 보면, 확실히 제로 연재종료된 게 좀 영향이 있는 듯.

사실 이거 사려던 게 아니라, 오토멘이랑 인형궁정악단 신간 사러 나갔었는데 둘 다 안 들어와 있기에 에잉 이거 큰일났네 싶었는데, 하나토유메 광고 페이지 넘기다 보니 둘다 24일 발매였음. 아놔 왜 월초 발매인 걸로 뇌리에 박혀 있었을까. 결국 담주에 한 번 또 나가게 생겼다.
하나토유메 16호도 사긴 했는데, 기대 많이 했던 스킵비트 143화도 생각보다 좀 별로고, 딴 건 마땅히 볼 것도 없고 뭐 그렇네.
정말 꽃꿈 끊고 별꽃꿈으로 넘어가는 게 나으려나.
by Lucier | 2009/07/26 19:33 | Books/Comics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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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7/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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