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권상우, 이보영, 이범수 주연의 멜로영화.

제목을 무지하게 잘 지은 것 같다. 정말 어찌나 슬퍼지던지.

초딩 수준의 각본이라고 하기엔 초딩들한테 미안해질 정도의 유치하고 설득력 없는 각본.
그 각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진부하고, 상투적이며, 작위적인 데다 의미없고 겉멋으로 가득찬 연출과 대사의 연속.

솔직히....내가 뭐 다우트나, 더 레슬러, 프로스트/닉슨 이런 수준의 영화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상업영화로 만들어서 극장에 걸고 티켓 팔아먹을 요량이면 최소한 관객이 스크린 보면서 스스로 창피해지는 물건을 내놓아서야 쓰겠나.

정말 보면서 막 얼굴이 화끈화끈거리고 손발이 오그라들더라.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게 참 관용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으로만 생각했는데 진짜 오그라들더라니깐.

최근 이런 류의 영화 중에 참 어이없었던 건 일본 영화 연공이 있었는데 이것도 연공 못지 않다. 아니 연공은 적어도 중간중간 단편적인 씬이나마 약간씩 짠하기도 했는데, 이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정말 그저 자괴감에 슬플 뿐이다. 이런 영화를 7,000원이나 내고 보고 앉아 있다니...

배우들 연기도 참 발연기인데, 연기 못했다고 뭐라 갈구기도 좀 그런 게 저런 시나리오에 저런 연출인데 좋은 연기 기대하는 게 어불성설이지.

잭 니콜슨에 로버트 드니로, 조디 포스터, 메릴 스트립 데려다 놓고 찍어도 제대로 된 영화 안 나올 듯.

그나마 이범수씨 혼자 참 삘삘 애썼소. 권상우씨는 경력도 이제 꽤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저래서야....이보영씨는 이쁘긴 하다. 근데 너무 말랐음.

더불어 이런 슬픈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이승철, 김흥국, 정준호, 남규리에게 애도를.

..특히나 남규리양. 뭐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슬픈 영화에 참 슬픈 캐릭터로 나와서 나도 덩달아 슬펐다.

보고 나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전단을 집어다 좀 읽어 봤는데 감독이 시인 출신이라네. 선머슴이 사람잡는다고 익숙하지 못한 분야에서 역량이 부족한 위인이 과욕을 부렸을 때 그 결과물이 얼마나 슬퍼지는지를 명백하게 보여 주는 반면교사라 하겠다.

..그러니까 암튼 제목 하나만큼은 기똥차게 잘 지었다는 얘기.
OST를 받긴 했는데, 이게 뭐 어지간한 영화 같으면 OST 받았으니 본전치기는 했다고 치겠지만 이건 OST 받고도 손해 본 느낌이라. 105분간의 공황....
홍대 쪽이 가까워서 홧김에 만화책이나 몇 권 사서 들어왔다. DMC 6권이 무진장 웃겨서 그래도 기분이 좀 많이 풀렸음. 고마워요 클라우저씨.


P.S> 영화 시작하기 전이랑 끝나고 나서 틀어줬던 Highway Star 짤막한 꼭지가 105분짜리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보다 훨씬 더 유쾌했다. 간만에 딥퍼플 알현하고 7,000원 헌상했다고 생각하기로 했음.



by Lucier | 2009/03/11 23:04 | Movie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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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무한의 노멀로그 at 2009/03/16 16:45

제목 : 마케팅 없는 관람기,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이 글은 리뷰가 아닙니다. 개인적인, '사사로운 관람기'입니다.) (영화리뷰는 전문 리뷰 블로그에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전반전 사실은 '드래곤볼 에볼루션'을 볼 생각이었다. 얼마전 드......more

Commented by RiKa-★ at 2009/03/11 23:26
저 영화는 시사회 티켓이 눈 앞에 있어도 안 갖고 싶더라구요(...)
돈 내고 보셨다니 존경합니다..
Commented by Lucier at 2009/03/12 19:55
이런 영화에도 호평이 밀어닥치는 걸 보면, 인터넷 알바라는 포지션이 실제로 존재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Commented by 요르다 at 2009/03/12 04:10
아 은근히 보고 싶었는데 이럴수가... 총체적 난국이구만요. 이렇게까지 혹평을 받을 수 있다니 ㅎㅎㅎㅎㅎ.
Commented by Lucier at 2009/03/12 19:56
뭐 권상우나 이보영 광팬이라면 좀 볼만 하려나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괜찮게 보는 사람도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기준으론 최근 몇 년동안 본 영화 중에 이것보다 못 만든 건 디워랑 아내가 결혼했다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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