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감상
- 원스

좀 쌩뚱맞게 재상영 중이다. 난 사실 개봉했을 때 못 봤는데, 지인 한 명이 하도 2007년 최고의 영화라고 칭송을 하길래 이번에 감상.
보고 난 느낌은 확실히 나쁘진 않은데, 글쎄 그렇게까지 최고의 영화란 생각은 안 들고, 다만 음악은 참 좋다.

그러니까 OST를 사고 싶은 욕구는 생기는데 DVD를 사고 싶은 욕구는 그다지 생기지 않는달까.(어째 비유가)

영화가 그냥 아이리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마도 더블린이 아닐까 싶은데, 스크린으로만 봐도 왠지 텁텁한 게 흑맥주가 마구 끌리더라.(의불)
참 그러고 보니 러브 인 클라우즈 주인공도 아이리쉬였는데 영화 중에 상대방이 와인 권하니깐 난 기네스가 좋아요 하는데 자막으론 그냥 맥주라고 나왔던 기억이.

암튼 아일랜드 하면 닥치고 기네스. 음악도 뭐 전형적인 아이리쉬풍이긴 한데, 남주는 겁나게 잘 부르고 여주도 그럭저럭 잘 부르고.

러닝타임도 워낙 짧고(80분 가량) 이렇다할 갈등이나 반동인물도 없는 일직선 스토리텔링이라, 복잡한 영화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긴 힘들지만 그냥 소품 감상한다는 기분으로 보면 괜찮다. 음악은 확실히 A급.

..여주인공이 쪼끔만 더 이뻤으면 훨씬 더 맘에 드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니 뭐 안 이쁘다는 건 아닌데 좀 복스러운 타입이라, 어차피 동구계열이고 하니 약간 마르고 병약 미소녀 계열이었으면 더 어울렸을 것 같다.(어째 결론이 오덕스러운)


- 레저베이션 로드

마크 러팔로가 아들내미랑 야구장 다녀오다 호아킨 피닉스 아들내미를 치어 죽이고 뺑소니를 친 후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호아킨 피닉스는 범인 잡겠다고 점점 폐인이 되어 가는 내용이 120분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벌어지는 갑갑한 영화. 제니퍼 코넬리가 호아킨 피닉스 마누라로 나온다.

마크 러팔로 아들내미가 극성 보빠로 나오는지라 영화 도중에 레드삭스 경기장면이 자주 나오고 도입부는 아예 레드삭스 경기 중의 야구장이고 뭐 그런데 좀 의아한 건 2007년도 영화던데 어째 쟈니 데이먼이 아직도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건지. 하긴 뭐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따로 언급된 건 아니지만, 암튼 쟈니 데이먼은 영화 내에서도 루킹 삼진을 먹어 주시고, 매니 라미레즈는 홈런을 날려 주시고, 오티즈도 호쾌한 스윙 등등 보스턴 레드삭스팬이라면 영화는 둘째 치고 외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다만 내용 자체가 워낙 건조하고 무거워서 그렇게 쉬이 눈에 들어와 박히는 영화는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단히 훌륭한데, 뭐 늘 그렇듯이 연기 잘 한다고 해서 그 영화가 항상 재밌다는 건 또 아니라서.(연기가 병맛이면 거의 대부분 재미없긴 하지만)

결말도 여운이 남긴 하는데 영 좀 꾸리꾸리하고, 뭐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이긴 한데 각본 자체가 글루미할 수 밖에 없는 타입이라 흥행은 좀 힘들 듯.


- 체인질링

레저베이션 로드에 이은 아들사랑물. 이번엔 안젤리나 졸리 아들내미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몇 달이 지난 후 경찰에서 아들 찾았다면서 왠 애를 데려왔는데 키가 3인치 줄고 포경수술까지 시술되어 있으며 앞니가 벌어져 있고 선생 이름도 모르고 암튼 안.졸. 왈 얜 내 아들이 아니에요, 폴리스 왈 아들 맞으니까 걍 닥치삼.

이런 갑갑한 스토리텔링이 140분 내내 이어진다. 어째 이번 주는 갑갑한 영화만 계속 본 것 같은 느낌이.-_-;;

안젤리나 졸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데, 글쎄 확실히 괜찮은 연기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 같진 않은데. 워낙 기존작들이랑 다른 분위기라 먹고 들어가는 게 있는 건지.

사실 배역 자체가 안졸이랑 그렇게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딱 메릴 스트립이나, 조디 포스터 아님 케이트 블란쳇 이런 아줌씨들이 맡았으면 굿잡일 것 같은 각본.
안졸도 나름 자기 이미지 벗어던지고 애쓴 것 같긴 한데, 난 암만 그래도 안졸 하면 떠오르는 게 무덤침입자 아님 년놈스미스 이런 류라.

존 말코비치가 겁나 멋들어진 개신교 목사로 나온다. 많이 늙으셨더만요.

여담이지만 개봉일에 서울극장에서 봤는데, 아 진짜 너무하더만. 사운드 계속 지직거리고, 화면 상단부 왕창..까진 아니지만 눈에 띄게 짤라먹고, 스탭롤 올라가는데 중간에 꺼 버리질 않나. 내가 이래서 서울극장 싫어하는데 공짜 티켓 생겨서 불안해 하면서 봤더니 에잉 역시나. 더 웃기는 건 보고 화장실 들렀다 내려오려고 승강기 기다리는데 영사기사 할배가 다가오더니 자막 다 봤어요? 이러는 거다. 한글자막요? 하고 되물었더니 아니 다 끝나고 올라가는 자막요. 아 스탭롤 말씀이세요 그러니깐 그래 요즘엔 그걸 다 보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그래서 우리는 안 끄고 끝까지 틀어 주잖아. 이러시는데 뭐 할 말이 없더만. 뭘 끝까지 다 틀어 중간에 끊어 놓고. 내 안그래도 열받아서 한마디 하고 싶던 차에 그런 얘기까지 들으니 더 울화가 치밀어 오르다가 워낙 인상이 좋게 생기셔서 차마 뭐라 말은 못하고 그냥 좋게 예예 대답하고 내려왔다.

내가 그냥 다음부터 서울극장 안 가면 되지 뭐. 진짜 시사회 같은 건 몰라도 이제 개봉작은 서울극장 절대 안 간다.


-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사실 작년에 봤던 영화인데, 어쩌다 기회가 되어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보고 난 느낌은 처음 봤을 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한마디로 '영상이 S급이라도 재미는 C급일 수 있다.'는 것.

진짜 영상은 죽인다. 토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찍은 걸까 싶은 장면도 여럿 나오고 세트도 장대하고 총천연색으로 펼쳐지면서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화면빨에 화려한 의상에 뭐 하여튼 영상이나 미술 관련 쪽으로는 최고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는 게 문제.-_-;; 이게 현실 파트랑 공상 파트의 일종의 액자식 구성인데 공상 파트가 영상 죽이면서 뭔가 대단히 전위적인 연출이 판치는데 반해 그 뿌리가 되는 현실 파트는 평범한 치정극이라 좀 매칭이 안 된다.

사실 가장 웃기는 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라는 저 부제. 원제는 The Fall 인데 멋대로 갖다붙인 거다. 저게 작년 가을께 메가박스 유럽영화제에 걸렸을 때는 그냥 더 폴이었는데 어째 정식개봉하면서 맹맹하다 싶었는지 저 꼴을 만들어놨더라. 아놔 타이틀만 봐서는 무슨 우리의 친구 초딩 오디어스와 함께 환상의 문을 찾아 떠나는 공상과학영화잖아 딱. 실제론 오디어스가 악의 축이자 안티테제인데.

작년에 봤을 땐 혼자 본 게 아니라서, 스탭롤을 못 보고 나왔는데 이번엔 혼자 봐서 스탭롤을 한 번 쫙 봤다. 아니 그보담도 스탭롤 끝날 때까지 불을 안 켜 주는 극장이라 어차피 스탭롤을 보게 되어 있다. 그랬더니만 진짜 월드와이드하더만. 남아공, 인도, 영국, 이태리, 스페인, 루마니아, 발리, 피지, 캄보디아, 중국 등등등 뭐 저게 다 로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스탭롤에 나오는 로컬 유닛만 해도 10개국은 훌쩍 넘어가는 듯.

영상은 정말 S급 아니 S+급이다. 화면빨만 봐도 돈이 아깝진 않으니 간판 내려가기 전에 한번쯤 봐 둬도 괜찮을 듯. 이번달 말까진 하는 것 같던데. 모모 아트하우스라고 이대 안에 있는 극장에서 장기상영 중이다.


- 작전명 발키리

그러고 보니 이것도 갑갑한 영화. 이번 주에 본 영화들은 해피엔딩이 하나도 없구나. 아니 배드엔딩이라기도 뭐하지만 암튼 결론은 이미 다 깔아놓고 그냥 보여주는 플롯의 물건들이니.

그래도 꽤 기대가 컸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톰 크루즈의 연기는 사실 그냥 평이한데, 오히려 빌 나이나 테렌스 스탬프 같은 조연들이 많이 눈에 띄더라.

와 그리고 히틀러 맡은 배우. 진짜 히틀러 비스무리하다. 물론 분장을 그렇게 했겠지만. 너무 비슷해서 영화 보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 히틀러 겁나 닮았네였을 정도. 스탭롤 보니깐 데이비드 밤버..던가? David Bamber 였던 거 같은데 다른 출연작은 뭐가 있는지 많이 궁금.

반면에 괴벨스는 좀 아니라는 느낌. 너무 이미지에 비해 모던(?)했달까.

사실 2차대전 소재로 한 소설, 영화 등은 정말 닳고 닳도록 많이 나왔고 해서 어지간히 탄탄하거나 참신한 스토리텔링 아니면 자칫 식상하기 마련인데, 그런 면에서 이 발키리는 괜찮은 편이다. 보통 히틀러랑 괴벨스, 괴링 똘마니 콤비나 롬멜을 필두로 한 만슈타인, 구데리안 등 전차전 스페셜리스트들은 많이 알려져 있어도 이렇게 히틀러한테 개겼던 반동분자들은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으니깐. 나도 솔직히 잘 몰랐고.

그냥 2차 대전 말기에 히틀러한테 깔짝대던 세력이 있었는데 얄짤없이 걸려서 죄다 숙청당했다 그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 자체도 딱 그거다. 그냥 히틀러한테 깔짝대다가 걸려서 죄다 숙청.

브라이언 싱어 영화들이 원래 좀 그렇긴 하지만 확실히 선이 굵다. 작전명 발키리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런 면이 강해서 대단히 남성 취향의 물건이 되어버린 듯.

사운드가 아주 먹어준다. 초반의 튀니지 전선 폭격씬이라든가 스몰렌스크 상공에서 펼쳐지는 히틀러 전용기의 에어쇼씬 등에서 완전 폭발하는 사운드. 그 외에도 전체적인 각본이 전형적인 스릴러이다 보니 뭐 아주 정석적인 스릴러풍 사운드가 시종일관 깔린다. 필히 음향시설 좀 괜찮은 곳에서 감상하기를 추천.

당연히 나오지 않을까 싶던 바그너의 발키리 사운드도 등장.

영화 내에서 히틀러가 주옥같은 한마디를 남겼는데, '바그너 음악을 이해해야, 국가 사회주의도 이해할 수 있지.'
진짜 히틀러가 저런 얘기 한 적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나 신빙성 있는 얘기다.

..연출이나 사운드는 틀림없이 수준급이지만, 역시 재미는 별로 없었던 게 사실.


어째 이번 주에 본 영화들은 다 그렇네. 꾸리꾸리하고 갑갑한 스토리텔링에 연출은 먹어 주지만 재미는 별로 없었으니.

다음 주 개봉작 중엔 도쿄 마블 초콜릿, 알파독, 트랩 정도가 끌리는데, 알파독이랑 트랩은 아마 볼 것 같지만 도마초는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 좀 애매하네. 죄다 커플판일 텐데 혼자 가서 보기도 좀 뻘쭘하고.
by Lucier | 2009/01/25 22:04 | Movie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Lucier.egloos.com/tb/186422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