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몇 편
- 하우 투 루즈 프렌즈

뉴욕 유명 잡지사에 스카웃된 촌스러운 영국인 기자의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
영국 영화이긴 한데, 배우들도 그렇고 스토리텔링도 그렇다고 영국 느낌은 거의 안 든다. 주인공의 영국식 억양만 빼면 그냥 미국 영화 분위기.

유명배우들도 카메오로 나오고, 눈요기거리는 어지간히 되긴 하는데 스토리텔링은 영 엉성하다.
주인공이 소신 지킨답시고 찐따짓거리하다 결국은 세류에 영합해 신분상승을 이루다 사랑찾아 다시 찐따가 된다는 오소독스한 신데렐라 스토리 & 로맨스물이긴 한데, 문제는 거의 영화 중후반부까지 계속 찐따 모드로 일관하다가 너무 갑작스럽게 인생역전에 성공해서 도무지 적응이 힘들다. 템포 조절에 실패한 스토리텔링의 전형적인 케이스. 초중반 전개를 너무 질질 끌었다는 얘기도 되겠고.

난 커스틴 던스트 그다지 안 좋아하는데 이 영화에선 제법 귀엽게 나온다. 근데 우리 스컬리 요원은 정말 너무 늙어서 안쓰러울 지경.

그리고 스탭롤은 좀 감상하는 게 좋다. 대단찮으나마 볼꺼리가 있으니.


- 굿바이

원제는 오쿠리비토. 일본 영화인데, 이거 포스터나 카피문구만 보고 멜로물인갑다 싶어 보러 가면 무조건 낚이는 거다.
사실 나도 멜로물인 줄로만 알았다가 예고편 보고 어떤 영화인지 입감한 상태로 감상했기에 비교적 덤덤하게 감상.

그럼 멜로물 아니라 뭐냐? 거의 장례 다큐멘터리라고 보면 된다. 주인공이 첼리스트였는데 악단이 해체되어 고향 내려가 일자리 찾다 걸려든 게 납관사. 뭐 한 마디로 시체닦는 거다. 광말량자가 마누라로 나오는데 첨엔 시체 닦는 거 알고 오만발광 떨다가 결국엔 이런저런 감동을 짜 내는 에피소드 몇 개 나오고선 갈등해소 & 화해하면서 끝나는 영화.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이라는데, 솔직히 내 기준으론 이게 무슨 그랑프리감인가 싶다.

다만 주인공의 연기는 대단히 뛰어나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그 섈 위 댄스 나온 사람인데.
그리고 히로스에 료코는 정말 많이 망가졌더라. 뭐 원래도 난 싫어하는 스타일이지만. 얼굴이 어째 바다 비스무리하게 변했다.

아직 개봉은 안 한 물건인데, 광말량자 비중은 그다지 없는 편이니, 광말량자 땜시 보려는 사람은 그냥 패스해도 괜찮을 듯.


- 공작부인 : 세기의 스캔들

디 아더 볼린 걸이 천일의 스캔들로 뒤바뀌어 상영된 것에 비하면, 뭐 더치스가 공작부인으로 바뀐 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
근데 뒤에 세기의 스캔들이란 부제가 붙다 보니 또 천일의 스캔들이 떠오르네.
천일의 스캔들과 마찬가지로 영국 귀족들 바람 피우는 이야기인데, 다만 왕족은 아니고 고위층.
한마디로 18세기 영국판 사랑과 전쟁이라 할 수 있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공작부인으로 나와 바람을 피우는데 초반 좀 야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다가 중반 이후론 전혀 안 야하다.

키이라 나이틀리보다는 오히려 남편으로 나오는 랄프 파인즈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이 영화 역시 템포 조절에 좀 실패한 감이 드는데, 하우 투 루즈 프렌즈와 마찬가지로 중후반까지 늘어지다 결말부가 너무 급작스럽게 전개되어 만들다 만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영화 자체의 단점은 아니지만, 키이라 나이틀리 엄마로 나오는 배우가, 디셉션(더 클럽)에서 이완 맥그리거 쌈싸먹는 월가의 큰 손으로 나왔던 그 아줌씨라, 자꾸만 더 클럽의 그 장면이 오버랩되는 통에 몰입하기가 약간 힘들었다. 얼굴은 똑같은데 캐릭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니. 더 클럽 본 지가 며칠 안 된 게 또 이런 부작용이.

뭐 스토리는 정략결혼했다가 아들 못 낳는다고 구박받고, 남편이 바람 피우니깐 부인도 덩달아 바람피우고, 결국은 애들 땜시 가정으로 돌아오는 전형적인 사랑과 전쟁식 시나리오.
솔직히 랄프 파인즈도 전혀 변호해 줄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긴 하지만, 키이라 나이틀리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막장이라 전혀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아니 도리어 중반부 이후론 랄프 파인즈가 사람 참 좋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니.

BGM은 클래식으로 쳐발랐고, 뭐 영국 귀족들 나오는 영화가 대개 그렇긴 하지만 의상이나 머리 장식 등은 참 볼 만하다.
그래도 나보고 택일하라면 더치스보단 디 아더 볼린 걸 쪽.

..여담이지만 자막이 참으로 개판. 바람을 바램으로 적는 지극히 기초적인 어휘 선택 오류도 거슬리지만, 대체 촉망받는을 총망받는으로 뿌리는 건....-_-;; 이거 뭐 디버깅이나 모니터링도 안 하나.

거기다 영화에 등장하는 2인칭 대명사의 80% 이상이 유어 그레이스인데, 뭐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당연한 거지만 누가 자기 남편을 전하라고 부르냐? 무슨 조선시대 중전/후궁이냐? 뭐 그 밖에도 거슬리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음.


- 그 남자의 책 198쪽

유진이랑 이동욱 나오는 멜로물. 난 이동욱이란 배우는 처음 봤는데, 얼굴은 뭐 그렇게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드는데,(물론 일반인 기준으로 보면 미남이지만) 목소리가 엄청 좋더라.

유진은 아직도 내겐 배우나 탤런트라기보단 SES에서 노래 부르던 이쁜이 이미지로 남아 있어서, 연기는 못할 꺼라는 선입견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의외로 평균 이상의 연기를 보여 주더라. 아니 평균 이상은 좀 짠 평가고 꽤 괜찮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

이 영화 은근히 맘에 든다. 어제, 그저께 시사회 두 건 포함 네 편의 영화를 봤지만, 넷 중에는 단연 발군이요, 뭐 올해 본 한국영화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을 정도.

그냥 멜로물의 정석 그대로 직구 승부하는 영화인데, 일단 남녀 주인공이 상당히 어울리는 커플링인 데다, 음악이나 영상이 하나같이 차분하면서도 예뻐서 가을에 보기 딱 좋은 멜로물.

뭐 억지로 눈물 짜내는 전개 같은 건 일절 없고, 자극적인 장면이나 반전도 없는,(글쎄 반전 비스무리한 게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거라) 담백한 영화.
러닝타임 길지도 짧지도 않고 대사 센스도 좋고 중간중간 개그컷도 무난하게 버무러져 있고 템포도 적절하고 조역들 뒷받침도 괜찮고 여러모로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마디로 강추.


- 금주 개봉작 중엔 바디 오브 라이즈가 최고 기대작. 내일 보고 싶긴 한데, 향방작계훈련 받으러 가야 해서 어찌될라나 모르겠다.
조미랑 견자단 나오는 화피도 B급 냄새가 물씬 풍겨서 은근히 끌리고.
by Lucier | 2008/10/23 00:51 | Movie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Lucier.egloos.com/tb/182624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8/10/23 19:00
비공개 덧글입니다.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