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Riven 클리어
12Riven the ψ climinal of integral

타이틀만 보고 사실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다.

ψ (psi)climinal...크리미널(criminal)이 아니라 싸이클리미널임을...즉 싸이+크리미널이 아니라 싸이크+리미널이란 거지.

인피니티 시리즈가 원래 좀 대대로 낚시물이긴 했지만, 이건 뭐 아주 처음부터 끝까지 징하게 떡밥만 던지다 끝나는구나.

볼륨 자체는 역대 인피니티 시리즈 중 가장 작은 편인데,(엔딩이 8개밖에 안 되고 배드앤딩 5개 빼면, 각각 주인공 루트 엔딩 하나씩에 진엔딩 하나) 플레이 중 플레이어에게 던져지는 정보량(다시 말해 떡밥)은 가장 많다. 워낙 떡밥이 많이 주어지다 보니 이거저거 머리 굴려 보면 아무리 멍청한 플레이어라도 추측한 것 중에 대략 어느 정도는 걸려들게 되어 있고, 뭐 사실상 나도 그랬고, 그러다 보니 반전이란 게 결국은 반전이 아니게 되어 후반부 클라이막스로 가도 아무런 감흥도 없고, 아니 클라이막스 직전까지 가서도 계속 떡밥을 던져 대니, 우치코시 코타로 좀 미친 거 아냐?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 사전 정보도 이런 식으로 주어지면, 이건 친절한 게 아니라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

딱 25시간 남짓한 길지도 않은 플레잉 타임 중에 도대체, 과거회상 장면이 얼마나 많이 나온 건지 셀 수도 없다.
문제는 이 과거회상들이 모조리 다 떡밥이란 거.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지금으로부터 8년 전...','지금으로부터 20년 전...','지금으로부터 17년 전...'...장난하냐? 거기다 양쪽 루트에서 다 회상을 해 대니 과장 하나도 안 섞고 저런 '지금으로부터 몇년 전...' 이런 텍스트가 아마 백 번은 족히 넘게 나왔을 꺼다.

인피니티 시리즈 팬으로서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특유의 끼워 맞추는 스킬은 여전했지만, 지나친 떡밥, 그리고 시나리오뷰어로서의 밸런스가 무너질 것을 각오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던져 댄 그러한 떡밥에도 불구하고 눈꼽만치도 납득할 수도, 공감가지도, 그렇다고 해서 별 재미도 없는 트릭. 기가 막히게 잘 기워 놓긴 했지만, 그 기워 놓은 완성물이 전혀 미학적으로 가치를 보여 주고 있지 못하기에.

거기다 이건 뭐 PS판 원조 인피니티(네버세븐 말고)보다도 못한 수준의 연출/구도를 자랑하는 함량 미달의 CG들.

CG 수준이 리멤버일레븐 수준만 되었더라도, 어쩜 좀더 기꺼이 떡밥에 낚여 퍼덕여 주고 싶은 심정이 되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나도 질이 떨어지는 CG들을 보고 있자니, 대단히 긴박한, 클라이막스에서도, 긴장감은 커녕 보고 쓴웃음이 나올 정도였으니.

아니 말 나온 김에 다 까발리자면, 클라이막스에서 주인공이 악당 때려잡는 씬도 가히 기가 찰 지경이었음. 서브머신건 탄환 9발을 육안으로 모조리 식별해 춤추듯이(주인공 독백에서 스스로 이렇게 표현) 피해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건 사랑이다! 사랑이다! 사랑이다!' 악을 바락바락 쓰면서 날아차기를 나쁜 놈 안면에 작렬. 이건 뭐 무슨 석파러브러브천경권도 아니고. CG라도 쫌 멋지면 또 말을 안 해. 완전 어지간한 SS/PS 괜찮은 어드벤쳐 게임들 CG만도 못한 씬을 모니터에 뿌리며 이런 느와르씬이 등장하니,(진엔딩 직전에) 어찌 벙찌지 않을 수 있겠나.

나름 국내에서는 많지 않을 껄로 사료되는, PS판 인피니티 시절부터 리얼타임으로 모든 인피니티 시리즈를 즐겨왔던 시리즈 골수팬으로서, 표현하기 힘든 허탈감만 맴돈다.

더더욱 좌절스러운 건, 에필로그에서 암시...아니 뭐 떳떳이 피력된 속편의 징후.
이게 얼마나 팔렸는지 몰겠지만, 암튼 시나리오 상으로는 무조건 속편이 나온단 얘긴데.

음악도 별로...라기 보단 걍 기존작 분위기 그대로. 보컬도 임팩트 없음.
아보 타케시나 시쿠라 치요마루도 공히 예전같진 않은 듯.

..솔직히 CG나 전체적인 그래픽 수준만 R11급이었더라도 이렇게까지 까대진 않았을 텐데, 인간적으로 그래픽이 너무 구리다.
어떻게 2008년에 이런 물건이.....그것도 아무리 망했다지만, 그래도 키드의 양대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데. 제작비가 궁했던 건가.-_-a

빌려서 했기에 망정이지, 사서 했으면 더 허탈했을까. 18 그래도 구색 맞추려면 나중에 또 한정판으로 사서 꽂아야 되는데, 이걸 한정판으로 살 생각하니 속이 막 쓰려 오는구나.

인피니티 팬이라면, 그래도 과거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라던가, 약간의 향수 등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있으니 그나마 추천할 수 있겠고, 인피니티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에겐, 이건 폭탄이다. 워낙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정보들이 무차별적으로 다량이라, 별로 재미도 없는 시나리오임에도 불구하고, 또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주 꼼꼼한 독해 능력이 필요하기 땜시로. 결코 접근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뭐 한마디로 우치코시 코타로의 자기만족, 아니 까놓고 말해 마스터베이션의 산물이라 혹평하고 싶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건, 분기 조건이 매우 심플해서 굳이 여러 번 반복 플레이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런 거 속편 말고 리멤버일레븐 완전판이나 만들어 주면 좋을 텐데...


P.S> 인피티니 최신작이 이 지경일진대....정녕 난 메모오프6을 사야 한단 말인가.-_-;;;;

P.S2>써 놓고 보니, 너무 일방적으로 까대기만 한 것 같은데, 다 애정이 있으니까 까는 거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은 갑절이랄까.
by Lucier | 2008/07/16 14:56 | Now Playing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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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요르다 at 2008/07/17 02:05
그래도 가격은 많이 내려갔다고 하니 구색을 갖출 때 그렇게까지 속이 쓰리시진 않을 듯(먼산). 리멤버11완전판이 나온다면 그건 대환영이지만 기대하긴 참 어렵네요.
Commented by Lucier at 2008/07/19 14:00
한정판으로 한 4,000엔 밑으로 내려간다면, 구색 맞춰 줄 생각입니다.^^;
리멤버11은 사실,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것 빼면 희대의 걸작인데, 속편이든 완전판이든 쫌 나와 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키드가 망했으니...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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