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눈
- 타이틀 : 봄, 눈
- 감독 : 김태균
- 개봉 : 2012년 4월 26일
- 주연 : 윤석화
- 조연 : 이경영, 임지규, 김영옥, 김하진, 심이영
- 러닝타임 : 109분

- 기대도 : 5
- 만족도 : 3
- 메가박스 동대문

- 코리아 같은 감성팔이 스포츠 영화도 참 싫어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불치병 최루성 영화도 내 수비범위에서 가장 벗어난 쪽에 위치한 물건이라 할 수 있는데 어찌저찌하다 보게 되었다. 근데 원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그냥 영화 자체로만 봐도 거의 낙제점.
- 연극 무대에서는 일당백의 위엄을 자랑하는 윤석화지만, 이 영화에서의 그녀는 윤석화 이름 세 글자가 아까울 정도로 기대에 못 미친 연기를 보여준다. 과장된 손동작, 연극적인 발성, 감정 과잉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 변화 등등 아무리 오랜만에(이십몇년만이라던가) 찍은 영화라고는 해도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 특히 특유의 나지막한 발성은 시종일관 러닝타임 내내 계속되는데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동숭동 소극장에 와 있는지 혼동이 될 정도로 연극적이라서 곧 세상을 뜰 아내이자 어머니의 감정선을 살려내기에는 한마디로 에러였다. 그러니깐 그 한참 옛날에 무슨 커피 광고 나올 때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에요' 하던 그 발성을 지금 2012년 스크린에서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안성기도 전형적인 원톤 발성 연기자인데, 윤석화는 안성기보다도 좀 더하더라.
- 더불어 영화 내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보는 내내 기분이 썩 유쾌하지 못했던...아니 까놓고 말해 밸이 꼴릴 정도였던 이유는 남편으로 등장한 이경영 때문인데, 적어도 이 사람은 절대 이런 배역을 맡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아예 영화를 찍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디 이런 최루성 홈드라마에서 남편이자 아버지로 출연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섭외가 들어와도 본인이 극구 고사했어야 맞는 거다.
- 얼마전 인류멸망보고서 보다가, 중간에 천상의 피조물(김지운 연출작)에서 송영창 나오는 거 보고 저 새끼는 인간은 쓰레기지만 연기는 참 잘한단 말이야 정도로 생각하고 넘길 수 있었지만, 그건 배역에서 과거의 더러운 행적을 굳이 유추해낼 필요성이 없었기에 그랬던 것이고, 이경영이 부인 불치병 걸려 죽는다고 꺽꺽대면서 자식들이랑 슬퍼하고 바나나 우유 사서 부인이랑 빨면서 벛꽃 떨어지는 거 구경하고 이런 시퀀스 자체가 솔직히 말해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었다. 도대체 이경영을 캐스팅한 작자는 생각이 있는 건가 궁금할 뿐이다. 부러진 화살에서 판사로 나왔었는데, 그냥 그런 배역이야 슬금슬금 찍으면서 살 것이지.
- 까놓고 말해서 타이거 우즈나 라이언 긱스, 김동주가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켜 나가는 순정파 남자 주연으로 등장하면 그런 영상물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아니 뭐 꼭 감정이입을 하면서 봐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 짜증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꺼다. 일부 악취미 & 특이취향 관객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 어쩌다 보니 이경영 까는 글이 되어 가고 있는 모양새인데, 설사 이경영 아니었어도 그냥 시나리오 자체가 구리다. 거기다 에피소드 배분도 완전히 실패해 버려서 너무나 이른 시간대에 암선고를 받고 나머지 한시간 훌쩍 넘어가는 러닝타임 동안 펼쳐지는 윤석화의 왠지 억지로라도 눈물을 짜내야 할 것 같은 아가페적 가족 사랑의 눈짓, 손짓, 몸짓은 나를 참 거북스럽게 만들면서 동시에 티켓값이 생각나게 했다. 빨리라도 좀 끝났으면 덜 욕봤을 것을.
- 아들로 나온 임지규라는 최고의 사랑에 나왔었다는데 드라마는 챙겨 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 곱상하게 생기긴 했던데. 필모를 찾아 보니 과속스캔들에서 박보영 임신시킨 그 찌질남이라는데 과속스캔들 극장에서만 두 번 봤는데도 도통 기억이 매칭이 되질 않는다.
- 윤석화는 전라도 출신이라는 설정이지만, 가족들은 모두 부산 토박이이인지라 대사의 대부분이 부산 방언으로 이루어지는데, 역시 코리아 때도 똑같이 했던 얘기지만 부산 방언 전혀 모르는 내가 들어도 뭔가 되게 어색함. 그냥 표준어 쓰면서 눈물 짜내면 안 되는 건가. 조연 중에는 그나마 윤석화 모친으로 등장한 김영옥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분이야 뭐 이런 노파 연기는 사실상 보증수표이니.
- 요즘 관객들이 이런 영화 흥행시켜 줄 정도로 만만하지 않은지라, 뭐 당연히 일주일 겨우 틀고 쏜살같이 다 내려갔는데 좀 우습게도 기독교 관련 상영관인 필름포럼에서 5월 내내 상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경영 보면서 신나게 욕지거리 한 번 퍼붓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 보러 가도 괜찮을 성 싶다.
- 사실 코리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던 그냥 평범한 최루물인데, 이경영 면상 볼 때마다 화딱지가 나서 쓰다 보니 악평만 나온 거 같다. 이경영만 노주현이나 오지명 혹은 주현 정도로 바뀌었으면 딱히 깔 것도 빨 것도 없는 뻔한 물건이라 아마 감상평 작성하지도 않았을 듯.

by Lucier | 2012/05/12 23:33 | Movie | 트랙백 | 덧글(0)
비버
- 타이틀 : 비버(The Beaver)
- 감독 : 조디 포스터
- 개봉 : 2012년 4월 12일
- 주연 : 멜 깁슨, 안톤 옐친
- 조연 : 조디 포스터, 제니퍼 로렌스, 라일리 토마스 스튜어트
- 러닝타임 : 91분

- 기대도 : 7
- 만족도 : 9
- 씨네큐브 광화문

- 꼬마 천재 테이트가 벌써 대충 한 20년 전 영화인지라 조디 포스터는 연출자로도 어쩐지 경력이 많이 쌓인 듯한 느낌이지만 여지껏 연출작은 두 편 뿐이다. 테이트랑 또 하나가 홈 포 더 할리데이였나 제목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암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랑 홀리 헌터 나왔던 영화. 이렇게 90년대에 두 편 찍어 놓고 최근엔 배우 활동과 커밍아웃(...)에만 전념해 왔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영화를 한 편 찍었다.
- 트레일러 정도만 보고 다른 사전정보는 전혀 모른 채로 보러갔었는데, 트레일러 봤을 때의 느낌은 그냥 오소독스한 치유물 계열의 홈드라마겠거니 쯤으로 생각했는데, 보고 나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맘에 들었다. 특히 종반부에서 갑자기 호러블 비버로 돌변한 게 한편으로는 쇼킹하면서도, 되려 리얼함이 느껴져서 참 만족스러웠다.
- 딱히 한 물 간 것도 아니고 그냥 활동이 뜸할 뿐인데 왠지 모르게 퇴물 느낌이 나는 멜 깁슨이 비버 기뇰에 의지하는 우울증 환자로 등장해 열연을 펼치는데, 내가 여지껏 본 멜 깁슨 영화들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런 캐릭터는 멜 깁슨 젊었을 무렵이었으면 도저히 소화해내기 힘들었을 듯. 확실히 나이를 먹으면 먹는대로 어울리는 캐릭터가 또 있게 마련이다.
- 포스터는 조디 포스터와 멜 깁슨이 주연인 듯한 구도로 뽑혀 나왔지만 실제로는 극심한 우울증 환자 멜 깁슨과,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며 절대로 닮고 싶지 않아 하는 아들내미 안톤 옐친이 두 축을 이루고 있는 영화다. 근데 안톤 옐친 보는 내내 잭 윌셔랑 생긴 게 너무 닮아서 나올 때마다 계속 흠칫흠칫 놀랐음. 다른 영화 볼 땐 잘 못 느꼈는데 여기선 진짜 윌셔가 찍었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
- 안톤 옐친 다니는 학교 치어리더 & 퀸카로 제니퍼 로렌스가 나오는데, 어째 룩스가 퀸카라기엔 좀 별로. 난 엄청 쳐맞고 다니는 불쌍한 배역이었지만 윈터스본 찍었을 때의 제니퍼 로렌스가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헝거게임에서도 연기는 좋았지만 원작 이미지 생각하면 그리 어울리는 캐스팅 같진 않았고. 뭐 비버에서도 연기는 아주 좋다. 장담하건데 서른 되기 전에 충분히 오스카상 한 번 접수할 만한 유망주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랑 동갑인데 어쩜 이렇게 연기력이 차이가 나는지 원. 하긴 크리스틴 스튜어트 외모에 제니퍼 로렌스 연기력이었으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특급 배우가 됐을 꺼다.
- 90분 살짝 넘어가는 소품에 가까운 러닝타임이지만, 극중 전개는 그 파고가 꽤 급격하다. 초반부는 트레일러 보고 예상했듯이 비버 인형을 통해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가족들도 트라우마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뻔한 홈드라마의 따스한 스토리텔링을 보이지만 중반부 이후 클라이막스 들어가서는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슬프지만 또 딱히 슬퍼하기도 뭐한 건조한 매조지로 이어진다.
- 각본 작업에도 조디 포스터가 참여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수준급 시나리오. 뭐 더불어 연출도 지나치게 쳐지거나 감정 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딱 무난한 수준으로 잘 컨트롤했다. 조지 클루니가 연출했던 디 아이즈 오브 마치(국내명 : 킹메이커)도 그렇고 이 비버도 그렇고, 기대보다는 호기심으로 챙겨 봤던 유명배우 출신 감독들의 영화가 둘다 기대를 훨씬 상회해서 기분이 괜찮았다.
- 우울증 환자가 화자로 등장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이게 결코 극복물 계열이라고는 보기 힘든 리얼한 영화라 실제 우울증 환자가 보기엔 안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주변에 우울증 환자가 있는 가족, 친지들이 보는 편이 더 적절할 듯한 영화.

by Lucier | 2012/05/12 23:12 | Movie | 트랙백 | 덧글(0)
아르마딜로
- 타이틀 : 아르마딜로(Armadillo)
- 감독 : 야누스 메츠 페데르센
- 개봉 : 2012년 4월 26일
- 주연 : 매드 미니, 다니엘 웰비
- 조연 : 라스무스 문케, 김 비르커뢰드
- 러닝타임 : 108분

- 기대도 : 7
- 만족도 : 7
- 메가박스 동대문

- 국내에서는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문 덴마크 영화. 아프가니스탄 전초기지인 아르마딜로에 파병된 덴마크 군인들의 파병에서부터 복귀까지의 6개월간을 그대로 담아덴 다큐멘터리다.
- 일반적인 극영화를 감상하는 기준으로 이 아르마딜로를 평가한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 기승전결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얼개 구조가 엉성하며 에피소드들이 단편적으로 나열된 데다 그저 현장을 관조하는 것 외엔 어떠한 주제의식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 하지만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임을 감안하면 이 모든 단점들이 순식간에 미덕으로 전환되는데, 다큐 특유의 나레이션이나 인터뷰 등을 일절 배제한 채로 근접 촬영을 통해 파병 기지의 무미건조함에 빠져 있던 병사들이 전투병으로 작용(..이라는 표현 외에 어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하게 되는 과정을 그저 기계적으로 담아 내고 있어, 모든 판단을 관객에게 맡기고 있다.
- 사실 보기 전에는 실화 기반으로 대충 편집질이 좀 가미된, 그러니까 페이크 다큐까진 아니어도 재현 다큐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문자 그대로 그냥 리얼 다큐멘터리라서 매우 충격적이었다. 감독이나 촬영감독이나 이 정도면 그냥 목숨걸고 찍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 종반부의 뭉개진 탈레반 사체와 이를 둘러싼 병사들의 태도 그리고 이어진 병영에서의 포상씬은 여타 전쟁영화와는 궤 자체를 달리하는 플롯을 보여 주는데, 연출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다만 현장을 담담하게 전할 뿐이라 반전주의자들이 보든 파병론자들이 보든 저마다 아주 할 말이 많은 그야말로 논란에 휩싸일 만한 영화. 실제로 덴마크에서는 이 영화 개봉하고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 의무병으로 나오는 김은 아마도 한국계일 것 같은데, 덴마크어를 워낙 유창하게 잘해서 뭔가 한국인 느낌은 전혀 안 들었다.
- 영화 클로징 때 나오는 출연 병사들의 후일담은 사실 그리 특출날 것도 없는 오소독스한 연출인데, 이 영화에서는 아주 효과적으로 쓰였다는 느낌. 결국 자의든 타의든 전쟁에 중독되어버렸달까.
- 별로 그럴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전쟁영화 즐길 요량으로 보러 가면 무조건 실망할 수 밖에 없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안보의식 결여된 일부 여성(..뿐이겠냐마는 아무튼)들이나 뭐 군대에서 살인기술만 배운다는 예전 그 EBS 강사(하나고 교사직은 짤렸다는 듯?)같은 사람들한테 꼭 한 번 보여주고 싶기는 하다. 하긴 EBS 강사 그 아줌씨는 보고 나면 거봐라 내 말이 맞지 않느냐며 신나서 더 떠벌일런지도.
by Lucier | 2012/05/12 22:52 | Movie | 트랙백 | 덧글(0)
레이드 : 첫번째 습격
- 타이틀 : 레이드 첫번째 습격(The Raid : Redemption)
- 감독 : 가렛 에반스
- 개봉 : 2012년 5월 17일 예정
- 주연 : 이코 우웨이스
- 조연 : 야얀 루히안, 도니 알람시아, 조 타슬림, 아난다 조지
- 러닝타임 : 101분

- 기대도 : 6
- 만족도 : 7
- CGV 용산

- 머리털 나고서 처음 본 인도네시아 영화. 태국 영화는 꽤 접해 봤고 필리핀 영화도 본 기억이 있는데, 인도네시아 영화는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말레이시아 영화도 아직 본 적이 없는 듯. 근데 감독은 가렛 에반스라는 영국인이다.
-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바는 오직 리얼한 액션 하나 뿐인데, 실제로 봐도 남는 건 그것 뿐이다. 뭔가 논리적으로 파고 들려고 하면 허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냥 머릿속을 싹 비우고 액션만 감상한다는 기분으로 보면 충분히 화끈하다.
- 원제는 Serbuan maut 인데 인니어라 당연히 뭔 뜻인지 알 도리가 없고 해외배급용 타이틀이 The Raid 고 부제로 리뎀션이 붙어있다. 여담이지만 이미 헐리웃 쪽에 리메이크 판권도 팔았고 3편까지 기획 완료된 상태라는 걸 보니 현지 흥행이나 해외 반응이 상당히 좋은 모양이다.
- 암튼 타이틀이 레이드인데, 영화 내용 자체가 그냥 레이드다. 건물 하나 레이드 뛰러 가서 그 안 밀폐된 공간에서 총질을 잠깐 하다가 주인공 맨몸 되고 나서는 당연히 적들도 친절하게 맨몸으로 달려들어 주신다. 극중 싸움 제일 잘하는 악역은 총 들고 굴복시킨 담에 '총은 영 맘에 안 든다'면서 총을 던져 버리고 도크파이트로 붙어서 도륙을 내 버리기도 하는데, 한마디로 총쏘면 되지 왜 저러나 이런 트집은 잡지 말라는 암묵적인 약속 내지 강요랄까.
- 사실 트집을 잡으려면 첨에 레이드 뛰러 가는 거 자체가 좀 모순. 무슨 상부에 보고도 안 된 상태고, 어찌저찌 어거지로 끼워맞추면 얘기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긴 한데 뭣보다 그냥 건물에 포격을 하면 될 걸 대체 왜 땅깨들을 투입한단 말인가. 이런 거 따지기 시작하면 아예 시나리오 자체가 성립이 안 되니 액션만 즐기라는 얘기다.
- 액션 시퀀스는 정말 기가 찬다. 옹박 처음 봤을 때보다도 임팩트는 더 큰 느낌. 마이크 시노다의 음악도 현란하지만 액션씬에서의 사운드 자체가 워낙 옹골차기 때문에 기왕이면 사운드 좀 빵빵 잘 터지는 상영관에서 감상하는 편을 추천.
- 액션 강도는 매우 강하지만 원체 스피드하게 전개되고 정확한 가격으로 때려눕히는 스타일이라 그렇게 심하게 잔인하지는 않다.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고 일반적인 여성 관객들이 보기에는 좀 힘겨울지도. 시종일관 후드려패고 꺾고 찌르고 쑤셔댄다. 다만 막 장기가 파열된다거나 안면 함몰 이런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
- 이 날이 국내 첫 상영이었다는데, 출연 배우 두 명이 상영 전에 나와서 인삿말과 더불어 실랏(인도네시아 전통 격투술) 시연을 보여줬다. 또 마치 김병만 달인쇼 하듯이 수련을 통해서 아무리 맞아도 통증을 안 느낀다면서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마구 걷어차기도 했는데 이게 멀리서 보다 보니 딱히 실감은 안 났다.
- 막 저런 걸 보여주길래 상영전에는 별로 기대가 안 됐는데, 실제로 영화 보니 액션만큼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하긴 뭐 액션 빼면 거의 남는 게 없는 영화긴 하지만서도. 저 두 명 중에 한 명이 주인공으로 인도네시아의 원빈으로 통한다는데, 원빈까진 아니어도 아주 곱상하게 잘 생겼고, 다른 한 명이 총 버리고 정정당당하게 달려들던 악역. 상영전에 봤을 때는 서울역 노숙자 같았는데 영화에선 그래도 꽤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 아무래도 청소년관람불가인데다 액션 강도도 쎄고 해서 볼 사람들만 볼 것 같기는 한데, 대신 액션 시퀀스의 완성도만은 훌륭한지라 입소문만 잘 타면 꽤 쏠쏠하게 흥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물론 액션영화 싫어하는 사람이 (보러 갈 리도 없겠지만) 본다면, 도입부부터 어이없어 하다가 대충 20분 내에 욕하면서 나올 확률 90% 이상.
by Lucier | 2012/05/12 02:53 | Movie | 트랙백 | 덧글(0)
야곱 신부의 편지
- 타이틀 : 야곱 신부의 편지(Postia Pappi Jaakobille)
- 감독 : 클라우스 해로
- 개봉 : 2012년 5월 10일
- 주연 : 헤이키 노우시아이넨, 카리나 하자드
- 조연 : 주카 케이노넨
- 러닝타임 : 74분

- 기대도 : 7
- 만족도 : 8
- 씨네코드 선재

- 개인적인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핀란드 영화를 볼 때마다 여타 북구계열 영화들과는 좀 차별성이 느껴지는데, 스웨덴 영화나 덴마크 영화가 투입자본의 규모나 작법에서 어느 정도는 영미(英美)화된 뉘앙스를 뛰는 데 반해, 핀란드 영화는 뭔가 투박하면서도 묵직하고 클래시컬한 느낌을 받게 되는 물건이 많다. 뭐 물론 레니 할린 같은 완벽하게 서구화된 양반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이런 우직한 핀란드 영화의 대표주자라 하겠다.
- 이 야곱 신부의 편지 역시 매우 단촐한 시나리오와 주역2+조역1이 전부인 소형 내러티브로 이뤄졌으면서도 74분이라는 짤막한 러닝타임 동안에 여타 2시간 훌쩍 넘기면서도 정작 보고 나면 남는 건 별로 없는 영화들보다 많은 울림을 가져다 준다.
- 두 남녀 주연배우는 공히 핀란드에서는 매우 유명한 배우라고 하는데, 과연 배역 소화능력이 출중했다. 맹인과 출소자라는 시작단계부터 제한지워진 설정 덕분에 캐릭터메이킹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 매일 자전거를 타고 맹인 신부에게 편지를 전해다 주는 우체부가 사실상 유일한 조연인데, 이 분이 성우 김기현씨 비슷한 풍모라서 혼자 좀 킥킥대기도 했음.
- 피아노를 기반으로 한 클래식 스코어들이 배경음악으로 쓰였는데, 베토벤, 오펜바흐, 쇼팽 등 듣다 보면 익숙한 곡들이 대부분이면서도 영화 분위기에 매우 잘 녹아들어있어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힐링 뮤직, 힐링 무비 등등 힐링을 기조로 한 컨텐츠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이 영화야말로 사전적 의미의 힐링 그대로라는 느낌.
- 주인공이 신부이며 극전개도 종교적 신념의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카톨릭 신자가 아닐지라도 충분히 한 인간으로서의 감정 그 자체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하다. 뼛속까지 무신론자인 내가 하는 얘기이니 신빙성은 확실할 꺼다.

- 시사회 때 본 거라 엽서셋트를 받았는데, 어째 지금 이렇게 보니 스크린으로 볼 때보다 색감이 한결 화사해 보인다. 실제로는 좀 우중충..한 것까진 아니지만 차분하게 착 가라앉은 느낌.
- 이 분이 김기현씨 닮은 우체부 아저씨. 주연들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이 아저씨도 표정 연기가 대단히 리얼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의 영화에서 유일한 코믹 시퀀스를 담당.
- 공간적 배경이 협소하고 등장인물도 극소수인 데다 철저하게 감정선의 굴곡을 통해 전개되는 스토리텔링이라 영화도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연극 무대에 올리면 아주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어제 개봉해서 소규모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영관을 생각보다는 꽤 많이 잡았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챙겨 보시기를 권한다. 74분 짜리지 소품이지만 어지간한 두 시간 넘어가는 물건보다 포만감은 더 크다.


by Lucier | 2012/05/12 02:30 | Movie | 트랙백 | 덧글(0)